에너데이터의 세계 에너지 통계 연보 2020에서 한국의 위치 찾기

지난 7월 9일 에너지 정보 및 자문 회사 에너데이터(Enerdata)가 인터넷 반응형 웹 출간물 ⟪세계 에너지 통계 연보 2020 (Global Energy Statistical Yearbook 2020)⟫ (이하 ⟪에너지 연보⟫)를 발표했습니다. 이 내용 중 한국 관련한 내용 일부를 엊그제 연합뉴스에서 보도를 하였는데 보도 내용이 너무 피상적이더군요. 페이스북에 여기에 대해 즉흥적으로 글을 올렸는데 자료를 보는 데 불편한 점이 있었습니다. 그림 자료를 덧붙여서 녹색아카데미 웹진 칼럼으로 다시 써 보았습니다.

녹색아카데미 최우석


연합뉴스의 ⟪세계 에너지 통계 연보 2020⟫ 인용 보도

8월 2일 연합뉴스에서 에너지 정보 및 자문 회사 에너데이터(Enerdata)가 지난 7월 9일에 발표한 ⟪세계 에너지 통계 연보 2020⟫의 내용을 보도하였습니다. 연합뉴스는 2019년 우리나라 재생가능 발전 비중이 전 세계 최하위권이라는 점을 짚으면서 ⟪에너지 연보⟫의 재생가능에너지원 발전 비중의 국가별 순위를 보여줍니다. 노르웨이가 전체 발전량의 97.6%를 재생가능에너지원으로 생산하여 1위를 차지했고, 이어 브라질(82.3%), 뉴질랜드(81.9%), 캐나다(64.9%), 스웨덴(58.7%) 등 재생가능 발전 비중이 50%를 넘는 나라도 8개국이나 된다는 점을 언급하였습니다.

이 기사는 연보에서 제공하는 사실 그대로를 보도하고 있으니 거짓을 이야기하고 있지는 않습니다. 그러나 저는 매우 안이한 기사라고 생각합니다. 합당하게, 그리고 다각도로 비교를 해야 수치로부터 의미를 끌어낼 수 있을텐데 그런 노력이 전혀 없었습니다.

한국의 재생가능에너지원 발전 비중이 세계 최하위권이라는 점은 맞는 사실입니다. 하지만 이 기사처럼 세계 1위 노르웨이와 우리나라를 평면 비교하게 되면 우리나라의 현 단계를 제대로 판단하지 못하게 됩니다. 그저 자연환경 탓을 하고 말게 됩니다.

재생가능에너지원 발전량 비중 50%가 넘는 8개 나라의 특징

전체 발전량 중 재생가능에너지원 발전량이 97.6%인 노르웨이의 기록은 매우 인상적입니다. 하지만 그 구성을 살펴보면 2018년 전체 발전량 147 TWh 중 95%가 수력발전에서 얻은 전기이고, 지열을 통한 발전량이 2.4%, 풍력을 이용한 발전량이 2.6%입니다(아래 Statistics Norway에서 검색한 결과 참조).

노르웨이 이외의 다른 나라들도 우리와는 여건이 크게 다른 나라들입니다. 국제에너지기구(IEA)에서 간단하게 살펴보면 ⟪에너지 연보⟫에 나오지 않은 발전원별 비중을 알 수 있습니다. 재생가능에너지원 발전량 비중이 전체의 50%가 넘는 8개 나라의 2017년의 수력발전량 비중은 순서대로 노르웨이 95.7%, 브라질 62.9%, 뉴질랜드 57%, 베네수엘라 60.6%, 콜롬비아 77.8%, 캐나다 59.65, 스웨덴 39.7% (풍력 10.7%), 포르투갈 12.8% (풍력 20.6%)입니다. 수력발전의 총발전량 대비 비중이 1.2%인 우리나라와는 여건이 크게 다릅니다. 발전량으로 보아도 브라질과 캐나다 정도가 우리나라와 비슷할 뿐 노르웨이는 우리의 5분의 1 수준이라 유의미한 비교 대상이 되기는 어렵습니다.

우리나라와 발전량이 비슷한 나라들의 태양광과 풍력 발전량 비중

⟪에너지 연보⟫에서 우리나라의 재생가능 발전 수준을 따져 보자면 우리와 연간 발전량, 또는 전기에너지소비량이 비슷한 나라와 비교를 해보아야 합니다. 2019년 발전량으로 보면 6위 캐나다 649 TWh, 7위 독일 616 TWh, 8위 브라질 615 TWh, 9위 한국 576 TWh, 10위 프랑스 570 TWh, 다섯 개 나라가 얼추 비슷한 수준입니다.

이 다섯 개 나라의 전체 발전량 대비 태양광과 풍력 발전량 비중만 비교해 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캐다나 5.39%, 독일 28.9%(전세계 1위), 브라질 10.1%, 한국 2.63%, 프랑스 8.51%. 세계 평균은 8.47%, OECD 평균은 11.78%, G7 평균은 7.54%, 유럽연합 평균은 18.07% 등입니다. 이렇게 비슷한 여건, 비슷한 규모의 나라들을 비교할 때 비로소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을 얼마나 안 하고 있는지 정확하게 알 수가 있습니다.

태양광 발전과 풍력 발전은 에너지전환을 위한 가장 현대적인 노력이고, 지역적인 특성과 가장 거리가 먼 발전원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태양광과 풍력 발전이야말로 에너지전환을 향한 의지와 노력의 척도라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수력의 힘을 빌지 않고도 독일은 전체 전기의 거의 30%를 재생가능전기로 만들어내고 있습니다. 프랑스도 8.5%를 달성하고 있습니다. 한국의 2.63%는 독일의 10분 1도 안 되는 수준입니다만 이조차도 최근 몇 년간 가파르게 상승한 덕분입니다.

이 점은 국제에너지기구의 자료로 보아도 잘 드러납니다. 아래 그래프는 5개 나라의 2018년 전체 발전량(브라질은 2017년)을 발전원별로 구분해 그린 것인데 태양광과 풍력만 외곽선과 그림자로 강조를 해보았습니다. 이 다섯 개 나라를 모두 비교해보아도 한국의 태양광, 풍력 발전량은 절대적으로 적습니다. 수력 자원이 풍부한 나라들보다도 크게 적습니다. 할 수 있는 일을 하지 않았다는 이야기입니다.

전체 발전량 대비 태양광과 풍력 비중이 낮은 14개 나라

Enerdata의 자료에서 전체 발전량 대비 태양광와 풍력 발전량 비중 자료를 볼 수 있는 44개 국가 중 한국보다 비중이 낮은 나라는 13개입니다(링크된 페이지의 엑셀 자료 참고). 한국 뒤부터 차례로 보면 대만 2.18%, 우크라이나 1.95%, 카자흐스탄 0.82%, 알제리 0.77%, 말레이시아 0.39%, 사우디아라비아 0.28%, 이란 0.24%, 콜롬비아 0.22%, 러시아 0.18%, 베네수엘라 0.11%, 나이지리아 0.09%, 쿠웨이트 0.01%, 우즈베키스탄 0.00% 순입니다. 지구 생태계에 미치는 충격량으로 볼 때 현재 한국은 러시아와 꼴찌를 다투는 수준이라고 해야 할 것입니다.

국제에너지기구 자료를 통해서 이들 14개 나라의 2017년 발전원별 발전량 비중을 따져보면 아래와 같이 그래프를 그릴 수 있습니다. 에너데이터의 2019년 자료와 국제에너지기구의 2017년 자료는 차이가 꽤 있습니다만 전체적인 그림을 보는 데에는 문제가 없습니다. 이 그래프를 보면 한국은 러시아와는 비교도 할 수 없을만큼 기후 악당 국가임이 분명히 드러납니다. 러시아는 태양광과 풍력 발전 비중은 낮아도 수력 발전량이 상당하여 전체 발전량 중 재생가능에너지원 비중이 17% 이상인 데 반해, 한국은 4%도 안 되는 수준이었습니다(2019년 에너데이터 자료에서는 4.8%).

국제에너지기구의 데이터로 본 태양광과 풍력 발전 비중 낮은 14개 나라의 발전원별 발전량 그래프 (IEA 데이터로 최우석 정리)

재생가능에너지원의 발전 비중이 낮은 나라들을 찾아보면 한국이 5위를 차지합니다. 경제 규모나 발전량 모든 면에서 하위 12위 중에서 한국과 비슷한 수준의 나라가 없습니다.

한국, 탄소 배출량 세계 7위, 재생가능발전 비중 뒤에서 5위

2019년 화석연료 연소로 배출한 이산화탄소량의 상위 순위는 다음과 같습니다. 1위 중국 9,729 MtCO2, 2위 미국 4,920 MtCO2, 3위 인도 2,222 MtCO2, 4위 러시아 1,754 MtCO2, 5위 일본 1,045 MtCO2, 6위 독일 673 MtCO2, 7위 한국 650 MtCO2, 8위 이란 638 MtCO2, 9위 인도네시아 581 MtCO2, 10위 캐나다 569 MtCO2.

화석연료 연소 탄소 배출량 순위 상위 12개 나라 2019 – ⟪세계 에너지 통계 연보 2020⟫

이 10개 나라들의 전체 발전량 대비 태양광과 풍력 발전량 비중은 어떨까요? 중국 8.7% (19위), 미국 9.79% (17위), 인도 6.88% (21위), 러시아 0.18% (40위), 일본 10.64% (14위), 독일 28.92% (1위), 한국 2.63% (31위), 이란 0.24% (38위), 인도네시아 5.57% (22위), 캐나다 5.39% (23위)입니다. 태양광과 풍력 발전이야말로 지역적인 특성과 관계 없이 지구 어느 곳에서나 할 수 있는 껏 최선을 다해서 추구해야 하고, 또 지금까지의 노력을 십분 보여주는 분야라고 본다면 한국은 러시아와 이란 만큼 기후 위기에 대해 책임성 없는 나라라고 해야 할 것입니다.

상위 10개 나라들의 재생가능에너지원 발전량 비중으로 보면 한국은 44개 나라 중 40위입니다. 중국 26.98% (17위), 미국 17.88% (26위), 인도 20.71% (19위), 러시아 17.93% (25위), 일본 18.05% (24위), 독일 41.2% (11위), 한국 4.77% (40위), 이란 9.44% (36위), 인도네시아 11.85% (32위), 캐나다 64.94% (6위)입니다. 전기 뿐만아니라 모든 에너지를 100% 재생가능에너지원에서 얻자는 에너지전환의 목표에 비추어 본다면 전체 전력의 97.62%를 재생가능에너지원에서 얻고 있는 노르웨이조차도 충분하지 않지만 한국은 절대적인 수준에서 세계 꼴찌라고 해도 과하지 않습니다.

기후 악당 국가, 대한민국

만약 기후 위기에 책임을 다하지 않는 국가를 국제적으로 제재해야 한다고 한다면 한국은 제재 대상 1순위로 꼽힐 최악의 기후 악당 국가임이 에너데이터의 연보에 분명하게 드러납니다. 대한민국은 중국과 미국 만큼도 책임을 지지 않은 것은 물론이고, 러시아나 이란보다도 무책임한 나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