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 변두리 확산이 역병 창궐 위험을 높인다

COVID-19의 전세계적 대유행 중에 과밀화된 대도시가 문제라는 인식이 커지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러한 최근의 통념을 반박하는 기사가 나와서 눈길을 끕니다. 오늘은 마이클 글로브(Michael Grove)라는 경관 건축가(landscape architect; 조경가라고도 함)의 글을 번역, 정리하여 소개합니다. 아래 소개하는 글은 The Dirt 라는 매체에 2020년 5월 26일에 실렸고, 같은 내용으로 ArchiDaily에 7월 20일에 소개되었습니다. 아래부터는 모두 글로브의 글의 내용을 정리한 것입니다.

녹색아카데미 최우석


20세기 내내 다종다양한 미국의 대중문화가 세계로 전파되어 나갔지만 그 중 가장 유해한 수출 가운데 하나는 바로 ‘미국식 도시 변두리 주거 양식(the American suburb)’입니다. 다음 번 전염병 대유행은 미국식의 도시 변두리 저밀도 확산(suburban sprawl)[1]으로부터 올 지도 모릅니다.

도시 과밀을 헐뜯으면서 불평등 문제는 무시하다

이번 전염병 대유행을 뒤따라서 놀라우리만큼 과밀 반대 운동(anti-density movement)이 점점 흡인력을 더해가고 있습니다. 일부 신문들은 도시 변두리 주거지가 대안이 될 것이고, 도심지는 바이러스에 노출되기 좋은 취약한 주거지라는 식의 보도를 하고 있는데 이는 기만적인 것입니다.

최근 연구들은 이런 소박한 환상을 뒤엎고 있습니다. 도시 내의 인구 밀집도와 COVID-19 감염률 사이에는 상관관계가 없는 반면, 바이러스 확산의 원인이 되는 것은 불평등으로 인한 가구 내 과밀도와 정부의 늑장 대응이라는 것입니다.

COVID-19가 실내 공간에서 가깝게 접촉하는 사람들을 통해 주로 전파된다는 증거가 점점 쌓이고 있습니다. 건물 안의 인구 밀도, 특히 방을 나눠쓰는 사람의 숫자가 주된 요인이지 조밀한 도시의 형태는 관계가 없다는 것입니다. 뉴욕의 확진자가 주로 도시 외곽 지역에 집중되어 있는 것이 좋은 예입니다. 웨스트체스터의 변두리 지역과 록랜드 카운티의 감염률은 맨하튼의 거의 3배에 이릅니다.

진짜 중요한 문제는 빽빽한 도심인지 한적한 외곽인지가 아니라 소득이 낮은 사람들이 한정된 실내 공간에 과밀되어 살게 만드는 경제적인 불평등 구조입니다. 도시자체를 헐뜯는 것은 전혀 생산적인 논의가 아닙니다.

서식지 조각내기가 종다양성을 해친다

세심하게만 계획한다면 도리어 도시야말로 해답입니다. 생물종들의 서식지 파괴를 낳는 인간 활동 중에서 농경이나 벌목은 회복이 가능하지만 주거지 개발은 거의 영구적인 충격을 줍니다. 그러니 인간의 주거지가 저밀도로 넓게 확산되는 것보다 한정된 공간 안에서 고밀도로 형성되는 것이 종다양성을 덜 해치는 길이 됩니다.

세상의 끝을 위한 지도(The Atlas for the End of the World)는 펜실베니아 대학의 경관 건축학 교수인 리처드 웰러(Richard Weller)가 고안한 지도 프로젝트로서 인류 공동의 위험 상황을 정리하고 있는 세계 최고의 자료 중 하나입니다. 이 프로젝트는 지구 전체를의 391개의 생태적 영역으로 구획한 위에 36개의 생물종다양성 핵심지구(hotspot)를 선정하고, 이 핵심지구에 자리한 인구 30만 이상의 423개 도시를 연구하고 있습니다. 이 지도 프로젝트에서 예일 대학 세토 랩의 도시화와 지구적 차원의 변화를 연구하는 데이터 모델링 방법을 활용한 바, 대략 90%에 해당하는 383개 도시가 아직까지 교란되지 않은 생물종 서식지로 계속 확장되어 나갈 것이라고 예측하고 있습니다. 생물종다양성이 풍성하게 유지되고 있는 야생 지역을 우리가 발전을 명목으로 공격할 때 우리는 아직까지 보고되지 않은 수많은 바이러스와 병원균의 원천을 건드리고 있다는 점을 깨달아야 합니다.

생물종다양성 핵심지구 도시들: 지구의 생물종다양성 핵심지구(진녹색 부분) 내에 있으면서 남은 생물종 서식지로 확장되어 나갈 것으로 예측되는 인구 30만 이상의 도시들(노란색 동그라미)

세계보건기구에 따르면, 최근 생겨난 전염병 중 약 75%가 동물로부터 옮겨온 인수공통감염병이라고 합니다. 과거에는 열대우림지역과 같이 특별히 종다양성이 풍부한 지역 내의 야생동물 고기 거래하는 시장 같은 곳이 새로운 인수공통 전염병의 근원지가 된다고 보았습니다. 하지만 최근에는 생물종들의 서식지가 잠식되고 있는 곳 어디에서도 바이러스가 인간 사회로 유입될 수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특히 도시 변두리 주거 지역이 야생 동물 서식지 및 생태계를 잠식해들어가면서 인간과 기존 숙주 종들 사이의 자연적 장벽이 무너지고 있습니다. 새로운 인간 전염병은 저절로 생겨나고 있는 것이 아닙니다. 우리 인류가 전염병에 새로운 기회를 주고 있습니다.

진드기에게 물려 걸리게 되는 라임병(Lyme disease)은 많은 미국 도시 변두리 주택가 주변의 조각난 숲에서 많이 발병되고 있습니다. 교란된 생태계 가까이 살수록 라임 박테리아를 옮기는 진드기에 더 많이 물립니다. 생물종다양성이 줄어들게 되면 질병 전달의 매개체가 되는 설치류와 박쥐류 등이 창궐합니다.

야생동물의 서식지가 교란되면 될수록 우리와 격리되어 있던 다양한 바이러스들이 풀려날 위험이 높아집니다. 우리가 인간 거주지를 더 조밀하게 만들수록 자연 생태계가 번창할 땅을 더 많이 보존하게 되어 새로운 역병 창궐의 위험을 줄일 수 있습니다.

포틀랜드의 도시 성장 제한선

미국에서는 50%가 넘는 인구가 도시 변두리 지역(suburbs)에 삽니다. 국립 공원과 주립 공원을 모두 합친 면적보다 넓은 면적입니다. 도시화(urbanization)는 어디에서나 일어나고 있고, 어떤 인간 활동보다도 많은 생물종들을 위험에 빠뜨립니다.

우리나라의 그린벨트와 비슷한 미국 오레건주 포틀랜드시의 도시 성장 제한선(UGB; Urban Growth Boundary)은 이 점에서 살펴볼만 합니다. 1979년 포틀랜드시는 도시 성장 제한선을 만들어 선구적인 해법을 내놓았습니다. 농경지를 보호하고, 도시 집적도를 높이며, 무분별한 확장을 제한하기 위한 조치였습니다.

이 40년간의 실험에 대해 많은 찬사가 있습니다. 대중 교통과 도시 공원에 대한 투자는 통계적으로도 유의미한 결과를 낳았을 뿐더러 포틀랜드시에 도시 혁신, 지속가능성, 살기 좋은 도시 등에서 앞서가는 도시라는 명성도 안겨다 주었습니다.

반면, 이 성공은 한계도 컸습니다. 도시 성장 제한선 안의 부동산 가격은 상승하였고, 포틀랜드시의 도시 성장 제한선 너머에 인접한 이웃 도시의 저밀도 개발에는 관여할 수가 없었습니다. 자연스럽게 저소득층이 도시 성장 제한선 너머로 더 멀리 나가서 이웃 도시에서 도시 변두리 확산의 형태로 주거지를 이루게 된 것입니다.

또 최초의 계획을 세울 때에 도시 성장 제한선 안에 남아 있던 야생생물 서식지에 대한 적절한 보호 대책이 부실했던 것도 한계점입니다. 도시 성장 제한 계획을 세울 때에 과학적이고 생태학적인 접근이 필요하다는 것은 중요한 교훈점입니다.

오레건주 포틀랜드시의 도시 변두리 지역 개발 구역과 농경지 및 남아있는 숲 간의 경계가 뚜렷하다.

브리스베인의 조류 개체수

호주 브리스베인의 연구자들은 개발 양식에 따라서 집중화된 고밀도 도시와 도시 변두리 확산 양식, 둘 중 어떤 것이 더 심각하게 생태적 영향을 미치는지 정량화하는 연구를 했습니다. 종 분포 측정을 통해서 85,000 가구가 새로 추가될 때 조류 개체수에 미치는 영향을 예측했다고 합니다. 결과는 어떤 종류의 인간 거주자 성장이건 조류 분포를 줄이게 되지만 밀집도 높은 도심 중심의 개발이 확실히 개체수 감소를 늦춘다는 결과를 얻었습니다.

민감한 종들이 특히 조밀한 개발(compact development)에 득을 보았는데 남은 서식지를 건드리지 않은 채 남겨둘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널찍한 개발(sprawling development) 조건에서 번성한 것들은 주로 외래 종들이었습니다.

나무의 종다양성에 대한 비슷한 연구 역시 같은 결과를 말하고 있습니다. 시골과 도시 사이의 느슨하게 개발된 경계면에서 종 다양성이 비슷하게 저하되고 있다고 합니다. 도심 중심부의 생물종다양성은 물론 최저이지만 남아있는 자연 서식지를 할 수 있는한 잘 보존하게 되면 이를 상쇄하고도 남아 최대의 지역적 종다양성을 얻을 수 있다는 것입니다.

호주 브리스베인의 도심과 도시 변두리 지역에서 보통 볼 수 있는 조류종

헬싱키 종다양성 데이터베이스

핀란드의 헬싱키 역시 빠르게 성장하는 도시로서 주택과 교통 개발에 대한 압박이 큽니다. 헬싱키는 기술 및 지형적 제약과 20세기에 2개의 철도를 따라 팽창되어 온 역사적 과정이 합쳐져서 손가락을 닮은 도시 경관 구조를 갖게 되었습니다. 오늘날 헬싱키 토지 면적 중 3분의 1이 개발되지 않은 녹지이고, 이 중 63%가 끊김없이 이어져있는 도시 숲을 이루고 있습니다.

2001년에 핀란드는 상세한 환경 연구들로부터 시민과학자들의 관찰 자료까지 여러 개의 데이터 자료들을 한 데 묶은 오픈 소스 국립 종다양성 데이터베이스를 세웠습니다. 이 덕분에 헬싱키시는 다양한 보존 지역 경계들에서 수많은 데이터들을 측정할 수 있었습니다.

측정 결과 헬싱키는 다른 유럽의 온대 기후 도시와 소도시에 비해 굉장히 높은 종다양성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예를 들어 관다발 식물의 경우 평방 킬로미터당 평균 350종이 있는 것으로 측정이 되었는데 베를린이나 비엔나의 약 200종에 비해 월등하게 높은 결과였습니다. 이렇게 헬싱키에서는 도시 구조가 생물종다양성을 품고 있음으로써 도시의 종합 계획에 이것이 중요한 요소로 법제화되어 있을 뿐아니라 시민들의 도시 계획 담론 안에도 스며들어 있습니다.

헬싱키시의 녹색 손가락 모양의 녹지 지도

다음 번 바이러스가 어디에서 출현할 것인가를 논할 때 워싱턴 DC 역시 우한과 마찬가지로 얼마든지 후보지가 될 수 있습니다.. 제멋대로 팽창하는 미국식 도시 변두리 확산 모델이 성공의 기준이 된다면 어느 도시에서 새로운 역병이 생겨나도 놀라울 것이 없습니다.

이제 반에이커(약 2천 제곱미터)의 천국이라는 미국식 가치(Americal values of heaven on a half-acre)보다 지구의 건강을 먼저 생각해야 할 때입니다. 미국의 토지 이용 정책은 헐리우드 영화만큼이나 전세계에 심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현재의 심각한 상황에 대한 대안으로 도시 변두리 확산을 부추기는 대신 생태적인 보전을 가능케하는 더 조밀하고 깨끗하고 더 효율적인 도시 개발로 전환한다면 이것이야말로 인류를 위해 미국이 공헌할 수 있는 최고의 수출품이 될 겁니다.

Michael Grove. “Suburban Sprawl Increases the Risk of Future Pandemics” 20 Jul 2020. ArchDaily. Accessed 3 Aug 2020. <https://www.archdaily.com/943939/suburban-sprawl-increases-the-risk-of-future-pandemics> ISSN 0719-8884

주석

[1] suburban sprawl은 ‘교외 확산’이라고 많이 번역하고 있습니다. 이 글에서는 도시를 밀도 높게 압축적으로 개발하는 방식과 깨진 계란이 평평하게 펴지듯 도시가 넓고 헐렁하게 퍼져나가는 방식을 대비하고 있어 그 뜻을 살리기 위해 ‘도시 변두리 (저밀도) 확산’이라고 옮겨보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