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으로 읽는 문명이야기 – 문명과 질병



농경, 도시 발달과 감염병


인간이 동물로부터 오는 병에 노출되기 시작한 것은 정착 후 도시가 발달하고 인구가 증가하면서부터이다. 1979년 WHO에 의해 박멸이 선언된 천연두는 68,000~16,000년 전부터 인류와 함께 했다. 홍역은 우역이나 강아지 감염병과 비슷하고, 결핵과 디프테리아는 소에서 온 감염병이다.

인플루엔자는 사람과 돼지, 조류에서 많이 나타난다. 흔히 감기라고 부르는 감염병은 말에게서 나왔고, 나병은 물소에게서 왔다. 인류가 동물과 공유하는 질병은 개의 경우 65종, 소와는 50종, 양과 염소와는 46종, 돼지와는 42종, 말과는 35종, 가금류와는 26종이다. 

홍역의 경우 인구가 25만 이하일 때는 저절로 수그러든다. 인구가 많은 큰 도시들이 생겨나기 전에는 감염병이 나타났더라도 짧은 기간, 한정된 지역에서만 나타났을 것이다. 기원전 500년 이전에는 이 정도 규모가 되는 도시가 없었다. 기원 전후 시기가 되어야 로마와 중국의 낙양과 같은 큰 규모의 도시가 생겨났다.

천연두나 홍역이 언제 어디서 얼마나 나타났는지 정확한 자료를 찾기는 어렵다. 확실한 것은 교역과 여행이 늘면서 감염병이 더 빨리 퍼질 수 있게 되었다는 사실이다. 유라시아 대륙을 가로지르는 장거리 교역은 기원전 200년 경부터 지중해와 중국 사이에 이루어지기 시작했다. 인도~동남아시아 사이의 바닷길과 실크로드를 통해서 교환된 것은 물자만이 아니라 질병도 함께였다.

[그림 1] 1세기 경 실크로드와 바닷길. (출처: wikipedia)


이와 같이 인류의 건강, 수명과 사망 원인은 우리가 환경에 미치는 영향과 더불어 생활방식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질병은 흑사병같은 감염병, 말라리아같은 풍토병 그리고 가벼운 질환이나 건강하지 않은 상태 등으로 나누어볼 수 있다. 질병은 다음과 같이 네 가지 과정을 통해 인류의 역사와 함께 발전해왔다.

  • 첫째, 수렵 채취 사회를 지나 정착 농경사회를 이루면서 동물에서 기인하는 병에 노출되었고 깨끗한 물을 구하기가 어려워 질병이 걸리기 쉬워졌다.
  • 둘째, 도시의 발달이 질병의 발생과 확산을 늘어나게 했다. 인구 밀도가 높아졌기 때문에 유행성 질병의 발생에 유리한 환경이 된 것이다.
  • 셋째, 교류 증가이다. 세계적으로 교역이 늘어나면서 면역력이 없는 사람들이 무방비로 노출되는 상황이 벌어졌다.
  • 넷째, 의학이 충분히 발달하여 효과적인 치료법이 만들어지기 전인 19세기 후반 20세기 초 산업사회에서는 병의 유형은 변화했으나 치료와 대처에는 한계가 많아 피해가 심각하였다.
[그림 2] 베네치아를 떠나 중국으로 향하는 마르코 폴로. 1271년. 마르코 폴로는 중국에서 쿠빌라이 칸을 만났으며 17년 후에 유럽으로 다시 돌아간다. 그림의 왼쪽 아래쪽은 신기한 동물들이 살고 있는 새로운 땅 중국을 묘사하고 있다. (15세기 작품) (출처: gettyimages)


인플루엔자


인플루엔자는 인류의 질병 중 가장 끈질긴 감염병 중 하나이다. 인플루엔자도 다른 동물에서 기원하여 돼지나 닭에서 변종이 만들어지기도 한다. 인플루엔자 바이러스의 변종은 매우 빠르게 생겨난다. 감염도 공기를 통해 이루어져 사람들 사이에서 전파될 수 있지만 사망률은 1퍼센트로 낮은 편이다. 그러나 빠르게 새로운 변종이 나타날 수 있기 때문에 한 종에 대해 면역력이 생겼다고 하더라도 다른 종에 대해서는 효과를 발휘할 수 없다.

인플루엔자에 대한 가장 오래된 기록은 1510년에 나타나지만 그 이전에도 있었을 것으로 본다. 유럽에서는 1510년, 1557년, 1580년에 인플루엔자가 크게 유행했다. 17세기에는 주춤하다가 18세기에는 규칙적으로 나타났고 1781~82년에 크게 유행했다. 19세기에는 1830~31년, 1833년, 1889~1890년에 인플루엔자가 크게 유행했다.

역사상 가장 심각하고 피해가 컸던 인플루엔자 유행은 제1차 세계대전 직후 1918년 봄 미국에서 처음으로 발생했다. 그해 8월을 지나면서 더 강력한 변종이 생겨났고 미국 보스턴, 서아프리카의 프리타운과 영국 브레스트 등 세 항구에서 거의 동시에 나타났다. 이러한 확산은 1차 대전 후 군인들이 이동하면서 발생한 것으로 보고 있다.

[그림 3] <어깨총> (원제: Shoulder arms). 찰리 채플린은 이 영화에서 제1차 세계대전에 참전한 미국 보병역할을 했다. 1918년 가을 개봉. (출처: wikipedia)


1918년 인플루엔자가 바로 유명한 ‘스페인 독감’이다. 미국 등에서 발생했음에도 이런 이름이 붙은 이유는 검열때문이다. 전쟁 직후였던 당시 대부분의 나라에서 검열이 심했는데, 스페인은 참전국이 아니었고 검열이 느슨해 인플루엔자 관련 보도를 활발하게 다룰 수 있었기 때문이다.

이 인플루엔자 변종은 쉽게 폐렴을 일으켰고, 희생자의 절반은 20~40세의 건강한 성인이었다. 실제로 1차 세계대전 중에 발생한 미군 사상자 중 80%는 인플루엔자 때문이었다. 전쟁 직후였던 당시 대부분 사람들이 영양실조였고, 유럽의 경우 사회기반시설이 거의 파괴된 상태였기 때문에 피해는 더 컸다.  사망률은 보통 독감의 2배 정도였지만 당시 세계 인구의 20%가 감염되었고 사망자는 5천 만 명에 달했다.

인플루엔자 바이러스는 1933년 처음으로 사람에게서 분리되었다. 이후 발생한 범유행 독감 중 1957년(아시아독감)과 1968년(홍콩독감) 독감은 1918년 처음 나타난 인플루엔자의 변종이었고, 1977년(러시아독감)과 2009년 독감은 스페인 독감과 동일한 종이 다시 나타난 것이다. 인플루엔자 바이러스는 변이가 쉽게 만들어질 수 있기 때문에 언제든 새로운 변종이 나올 수 있다. 


참고자료


“그림으로 읽는 문명이야기”에서는 인류 문명의 흥망성쇠와 녹색문명을 고민해봅니다. 클라이브 폰팅의 <녹색세계사>를 읽어가면서, 현재의 환경문제와 기후위기 상황 그리고 석유에 기반한 현대도시문명을 다시 생각해보고자 합니다.

‘그림으로 읽는 문명 이야기’는 매주 수요일 업로드됩니다.


발췌, 요약: 황승미 (녹색아카데미). 2020년 2월 26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