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정부에서 침묵을 강요당한 기후과학자들 (1/2)

트럼프행정부에서 일을 했던 여섯 명의 과학자들이, 기후변화에 대해 침묵을 강요당한 사실을 내부고발했다. 차량 배기가스 수치를 실제보다 낮추거나 해양국립공원과 북극에 예상되는 기후변화 위험을 경고하지 못하도록 하는 등 트럼프 행정부는 기후과학 관련 보고를 발표하지 못하도록 막아왔다.

다음 주 9월 23일에 열리는 UN기후정상회의에 트럼프 미국대통령은 참석하지 않을 예정이다. 그는 파리협정에서 탈퇴하겠다고 했지만 아직 실행하지 못했다. 오는 11월 이 협정이 발효되기 전에는 현실적으로 탈퇴할 수 없기 때문이다. 전세계의 국가들이 파리협정을 성공적으로 실행하고 기후위기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미국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 다음 기사는 미국 정부가 실제로 어떻게 기후위기 해결을 방해하고 왜곡해왔는지 알림으로써, 앞으로 미국 정부가 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자극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가디언. 2019. 9. 17. Oliver Milman
원문 보기 : “The silenced: meet the climate whistleblowers muzzled by Trump”

위 기사를 2회에 걸쳐 소개한다. (2회 보기)
트럼프정부에서 침묵을 강요당한 기후과학자들 (2/2) : 9월 20일 업로드 예정

[그림 1] 제프 알슨. 전직 미국 환경부 소속, 미시건 앤 아버의 차량실험실 수석엔지니어. (사진 : 가디언)

어떤 업무를 했습니까?

“환경부 소속 엔지니어였습니다. 40년 넘게 아주 기술적인 일을 했습니다. 2009년, 버락 오바마 전대통령이 당선된 이후, 환경부는 차량에 대한 온실가스 배출 기준을 만드는 일을 처음으로 시작했습니다. 우리가 역사를 만들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죠.

약 25명이 기준을 만들기 위해 수 천 페이지 보고서를 써냈습니다. 논쟁이 있을 것이라고 예상은 했지만, 그 일 자체는 엄청난 일이었습니다. 기후 위기를 알리는 아주 결정적인 첫 걸음이었습니다.”

트럼프행정부가 들어서고 나서 무엇이 달라졌나요?

“트럼프 당선 이후, 상황이 달라질 것이라는 건 명백해보였습니다. 대통령은 2017년 3월 미시건에 가서는, 직접 온실가스 배출 기준을 들여다봤는데 그 기준이 경제활동과 일자리에 해가 될 것으로 본다고 연설했습니다. 그건 아주 명백한 신호였습니다.

2018년 8월, 행정부는 앞으로 8년 동안 온실가스 배출 기준을 동결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믿을 수가 없었습니다. 미국 환경부 역사상 처음으로 정치지도부가, 관련 전문가들에게 어떤 역할도 하지 못하게 막고 환경오염 기준을 마음대로 바꾸기로 결정한 것입니다. 우리는 완전히 배제되었습니다.

어떠한 과학적, 기술적 논거도 없이 배출 기준을 완화했습니다. 그들이 사용한 분석은 내가 지금껏 보아온 어떤 것보다 편향돼 있었습니다. 문헌들을 조작하고 원하는 답을 얻기 위해 모든 가정을 바꾸어버렸습니다. 너무 심해서, 몇몇 환경부 연구원들은 상관에게 보고서에서 환경부 이름을 빼달라고 요청하기도 했습니다.”

그동안 겪은 일에 대해 어떻게 느끼십니까?

“가슴이 찢어집니다. 제가 했던 일은 정말 멋진 일이었어요. 세상을 좀 더 낫게 만들기 위한 작은 역할 하나를 하는 것이었습니다. 그런데 정치지도자 한 사람이 정치적 계산으로 결정을 내리고, 과학을 부정하고, 기후위기를 근본적으로 부정하는 일을 지켜봤습니다. 정말 무섭습니다.

당시 저는 예순 두 살이었고, 부양해야할 가족도 있었어요. 그런데 트럼프행정부가 은퇴를 할 것인가 말 것인가 하는 어려운 결정을 쉽게 만들어주었습니다. 밖에 나가서 더 좋은 일을 할 수 있을 거라고 느꼈어요.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대중에게 알리는 것이죠. 내가 떠날 당시, 정부 내 윤리 상황은 내가 40년 동안 보았던 것 중 최하였습니다. 과학자들이 하는 일은 정부의 일과는 아무 관련이 없어져버렸어요.”

미국 환경부로부터 받은 회신

전직 환경부 소속 과학자들의 이러한 우려에 대해 가디언은 지난 월요일(9/16) 미국 환경부에 전하고 답변을 요청했다. 미국 환경부는 대변인 마이클 압바우드의 성명을 전해왔다.

성명에 따르면 트럼프대통령 하의 미국 환경부는 미국 국민의 요구에 부응하는 기관이 되기 위해 노력해왔으며, 대기 기준(SAFE 원칙; Safer Affordable Fuel Efficient)을 제안할 예정이다. 여기에는 지난 30여 년 동안 변함이 없었던 납과 구리에 대한 기준 갱신도 포함된다.

미국 환경부는 또한 오존 기준 NAAQS(National Ambient Air Quality Standards)을 완성한 첫 행정부가 될 것이며, 이는 의회에서 5년 단위로 검토할 것이다. 또한 수퍼펀드를 사용하여 관리하던 우선순위 지역(the national priorities) 중 22개 지역을 우선순위에서 해제했다. 이는 2005년 이후 최대 규모이다.

[그림 2] 마리이 카프리. 국립공원관리청에서 기후변화 업무 담당 (사진 : 가디언)

어떤 업무를 했습니까?

“전국 118개 해안국립공원에 기후변화가 어떻게 영향을 미칠 것인가를 국립공원관리청에서 연구했습니다. 2013년에 이 일이 시작되었고, 제가 처음부터 키워낸 일이었습니다.”

트럼프행정부가 들어서고 나서 무엇이 달라졌나요?

“제가 한 연구는 동료 과학자들의 심사를 받은 후 발표될 예정이었습니다. 그런데 트럼프대통령 취임 며칠 후, 일단 ‘위에서 무슨 말을 하는지 기다리고 있다’고 국립공원관리청에서 전해왔습니다. 저는 별 문제 아니라고 생각했는데, 그후 아무 소식이 없었습니다. 거의 매주 전화해서 ‘이 보고서를 내보내야 한다, 시의성이 점점 떨어져가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국립공원관리청의 변명은 계속 바뀌었고 모호해져 갔습니다. ‘여기도 너무 바빠요’라거나 해안 지역에 폭풍이 몰아닥친다고 하면 허리케인 시즌에 사람들이 너무 걱정하게 된다는 식이었습니다.

상관 한 사람이 말하기를, 국립공원관리청 사람들이 트럼프행정부가 집권하는 4년 혹은 8년 동안은 기후변화에 대해 조용히 있고 싶어한다는 거예요. 정말 화가 났습니다. 4~8년 동안 아무것도 하지 않고 있을 시간이 우리에게는 없어요. 그들이 내 입을 틀어막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2017년 크리스마스 즈음해서 출산휴가를 받아서 나왔습니다. 그때 쓴 보고서는 아직도 공개되지 못하고 있습니다. 동료 한사람이 축하한다는 이메일을 보내왔어요. 그리고 국립공원관리청에서 제 보고서를 뜯어고치고 있다는 것도 알려주었습니다.

전화로 회의를 했는데, 인류로 인해 기인된 기후변화에 대한 언급은 제외된 것이 확실했습니다. 국립공원관리청으로부터, 내 보고서를 아예 발표하지 않는다면 어떻겠냐는 질문을 받았습니다. 저는 위협을 느꼈습니다. 내가 굽히지 않자, ‘상부에서 이 보고서를 마음에 들어하지 않는다’고 했습니다. 상부가 누구를 말하는지는 분명치 않았지만, 아마 트럼프대통령 자신이거나 리안 진크 내무부 장관이겠죠.

그후 위싱턴DC에서 온 국립공원관리청의 고위 관리와 회의를 했습니다. 보고서를 함께 쓴 동료도 그 자리에 있었습니다. 모든 것이 그때 드러났습니다. 극도로 적대적이었습니다. 그는 국유지에서 일어나는 변화의 원인을 인간 활동으로 돌리지 말라고 나에게 말했습니다.

나는 미국 사람들을 위해 일을 했고 그들에게 거짓을 말하고 싶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그 상관은, 우리가 대통령을 수장으로 하는 집행부를 위해 일하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대통령이 대장이고, 우리는 머리를 수그리고 정부의 노선에 따라 일을 하는 것뿐이라고 말이죠.

어느 기자가 정보공개 요청을 했고, 이 사안에 대해 우리가 주고 받았던 모든 이메일을 읽었고, 저에게 성명서를 요청했습니다. 이 문제가 정말 중요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증언도 했습니다. 거짓 증언을 요구받았을 때 저는 어안이 벙벙했습니다. 국립공원관리청 사람들은 자기 조직의 임무를 파괴하고 있었습니다.

출산휴가를 마치고 왔더니 연봉 25,000달러 인턴으로 강등되어 있더군요. 그리고 지난 2월에 통보하기를, 이제 예산이 없어서 제가 떠나야한다고 말했습니다. 정말 지독했습니다. 나는 무급으로 자원봉사하겠다고 했지만, 거절당했습니다. 결국 돈이 문제가 아니었던 겁니다. 나는 짐을 싸서 나왔습니다. 그리고 지난 7월에 내부고발을 했습니다.

그동안 겪은 일에 대해 어떻게 느끼십니까?

보복을 당하고 있습니다. 위협을 받았고, 적대적인 업무 환경에 처해 있었습니다. 과학자들이 위협을 받는 몇몇 기관들이 확실히 있기는 합니다. 내가 해안국립공원에 대한 보고서를 쓸 때, 정치는 거의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기후변화와 해안국립공원만 생각했죠.

정말 당황스럽습니다. 내 인생에서 내 경력이 이런 모습일 거라고 생각해본 적이 없어요. 더 이상 이 일을 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누더기가 돼버렸습니다.

국립공원관리청은 가디언의 답변 요청에 대해 응답을 보내오지 않았다.

[그림 3] 크리스 프라이. 환경공학 교수(노스캐롤라이나 주립대학교). 환경부의 대기질과학자문위원회의 의장, 과학자문위원회 회원. 2018년 사임했다. (사진 : 가디언)

어떤 업무를 했습니까?

“환경부에서 대기질 기준에 대해서 대기질과학자문위원회(Casac; the Clean Air Science Advisory Committee)에 자문을 요청했습니다. 대기질 기준이 Clean Air Act 법에 따라 공공의 건강을 보호할 수준이 되는지 여부를 판단해달라는 것이었습니다.

환경부의 과학자문위원회는 물관리 기준, 차량 온실가스 배출 기준, 행정의 투명성 등 모든 종류의 사안을 다루는 훨씬 더 큰 조직입니다.”

트럼프행정부가 들어서고 나서 무엇이 달라졌나요?

“우선 트럼프행정부는 위원회와의 관계를 등한시 했습니다. 위원회에 무관심했고, 과학자문위원회가 한 일들 상당수를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그후 2018년 10월, 환경부에서 과학자문에 대해 이념적인 공격 신호가 처음으로 있었습니다.

스콧 프루이트(Scott Pruitt, 당시 환경부장관)이 메모를 돌렸습니다. 환경부 기금을 받는 연구자들은, 이해관계 충돌이 있을 수 있으므로 이제 자문위원회의 위원이 되지 못한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나 산업계의 사람들에 대해서는 금지하지 않았고, 점점 더 많은 산업계 인사들이 위원이 되고 있습니다. 결국 업무에 적격인 전문적인 사람들을 위원회에서 내보내고 그 자리에 측근들을 앉히려고 하는 수작이었던 것입니다.

대기질과학자문위원회의 위원들이 완전히 물갈이되었고, 회의장에서 드러났습니다. 새로 들어온 위원들은 엉터리같은 실수를 하고 있습니다. 왜냐하면 위원회가 어떻게 굴러가는지도 모르고 Clean Air Act도 이해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정치적 인사들이 위원회의 위원 임명에 관여하고, 행정부의 의제에 동조하는 사람들만 선택합니다. 마치 기후변화같은 것은 일어나지 않는다고 생각하는 것처럼 말이죠.

저는 특정 사안이 일으킬 수 있는 위험을 조사하는 위원회에 속해 있었습니다. 연구를 더 해야하는 데도, 환경부는 우리가 보고서를 사전에 읽어보지도 못하게 하고서는 발표 나흘 전에 위원회를 해산해버렸습니다. 정말 있을 수 없는 일이었습니다. 저는 환경부 웹사이트에 올라온 보도자료를 보고 알았습니다. 위원회가 더 이상 필요하지 않다는 이메일을 받은 후였습니다.

저는 오존과 관련된 위원회에서도 자문할 예정이었습니다. 그러나 그후 취소되었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그냥 좀 당황스러운 일이지만, 미국 대중에게는 큰 손실입니다. 환경부는 항상 과학을 기반으로 하는 기관으로 여겨져 왔습니다. 지금 우리가 보고 있는 환경부는 과학에 대한 가장 기본적인 존중도 없습니다.

그동안 겪은 일에 대해 어떻게 느끼십니까? 

환경부는 과학에 대한 겉치레 말도 이제 하지 않습니다. 과학은 정치적인 소용돌이같은 것에 통제될 수 없기 때문에 행정부가 과학을 무서워하는 겁니다. 정부는 과학자들과 과학자들이 증거에 기반해 내놓는 의견을 원하지 않습니다. 행정부 사람들은 측근들로 하여금 피상적인 과학적 견해들을 지겹게 반복하도록 할 뿐입니다.

[그림 4] 미국 정부에서 일했던 과학자들은 기후변화에 대한 보고서를 트럼프행정부가 발표하지 못하도록 막아왔다고 밝혔다. (사진 : 가디언)

가디언. 2019. 9. 17. Oliver Milman
원문 보기 : “The silenced: meet the climate whistleblowers muzzled by Trump”

2019년 9월 18일
번역, 요약 : 황승미 (녹색아카데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