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토리아시대 해조류 압화에 기록된 바다 역사

“사람들은 해조류를 압화하는 데 많은 시간을 보냈다. 족집게를 사용해서 아름다운 해조류 가지 하나하나를 분리했기 때문에 마치 종이 위에 펼쳐진 레이스처럼 보였다.”

– 에밀리 밀러, 몬트레이 만 아쿠아리움.

다음 글은 가디언지의 기사를 번역, 요약한 글입니다. 기사 원문을 보시려면 다음 링크를 클릭해주세요. “What Victorian-era seaweed pressings reveal about our changing seas.” Laura Trethewey. 2020. 10. 27. The Guardian.


[그림 1] 빅토리아 시대에 만들어진 해조류 압화 (출처: The Guardian)

건강한 바다는 어떤 모습일지 어떻게 알 수 있을까. 현대의 과학적인 방법으로 바다 상태를 기록하기 시작한 것은 불과 80여 년 전이다. 그 이전의 상태는 관측으로는 알 수 없기 때문에 해조류 표본, 조개껍데기, 물고기 이빨 등 오래전에 아마추어 수집가들이 채집한 표본들이 중요한 자료로 다루어지고 있다.

해조류를 압화하는 방식은 18세기 스웨덴 식물학자 칼 린네(Carl Linnaeus)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린네는 현대적 분류학을 만든 사람이다. 그러나 해조류 압화가 폭발적으로 유행한 것은 이후 영국 빅토리아 시대에 자연사 붐이 일었던 시기 동안이다. 이 당시 아마추어 과학자들은 스케치북을 손에 들고 전세계를 배회하며 돌아다녔다.

여성들이 해조류를 주우러 다니는 것이 사회적으로 용인되는 분위기였으며, 빅토리아 여왕과 시인 조지 엘리어트도 해조류 압화를 즐겼다. 어떤 사람은 수집 작업에 유용한 복장과 채취 방식 등을 담은 필드 가이드를 출판하기도 했다.

1870년대가 되면서 이 유행은 미국 캘리포니아 해안지역까지 도달해 초기 미국 정착민들, 주로 여성들 사이에 퍼져나갔다. 그중에서도 JM 위크스(Weeks)는 날카로운 수집가였다. 그의 이름을 딴 홍조류도 있을 정도이다.

캘리포니아는 해조류를 수집하려는 사람들에게는 천국이었다. 거대한 갈조류(다시마 등) 숲이 있을 뿐만 아니라, 이 지역에 서식하는 해조류만 거의 800종이 넘는다. 물결모양, 일렉트릭 그린(color HEX값 : #00FF00) 색 파래, 갈기와 돌기가 있는 혓바닥처럼 생긴 것 등 수백 가지 종이 있다. 이들 중 다수는 아마추어 해조류 수집가들이 최초로 발견해서 학계에 알려졌다.

[그림 2] 해조류 석판화. (출처: The Guardian)

빅토리아 시대에 제작된 압화들은 진정한 예술품이다. 하얀색 종이 카드 위에 잉크로 쓰여진 글씨들 사이로 놓인 보라색, 붉은 색, 갈색, 녹색 등 다채로운 색의 조류들은 보는 이의 눈길을 사로잡는다.

우뭇가사리류는 파도에 닳고 닳은 캘리포니아 서부 해안을 따라 번성한다. 연한 노랑색 조류 숲에서부터 보라색 산호 색깔 넓은 부채모양까지 다양하다. 다른 해조류들과 마찬가지로 우뭇가사리도 질소를 많이 필요로 한다. 에밀리 밀러는 해조류 내 질소 비율이 달라졌을 수 있겠다고 보고, 이들 해조류 샘플들에서 질소 성분을 분석해 수십 년 전과 현재를 비교해보는 연구를 하기로 했다.

에밀리 밀러는 몬트레이 만 아쿠아리움의 ‘오션메모리랩’(Ocean Memory Lab)의 책임자 카일 판 후턴(Kyle Van Houtan) 등 동료와 함께 이런 류의 연구들을 전문적으로 하고 있다. 이 실험실에서는 오래전에 죽은 해양 생물들의 조직들로부터 해양의 역사를 보여주는 데이타를 추출한다. 예를 들어 오래된 대모 거북의 껍질로부터, 산호초가 쇠퇴하면서 육식에서 초식으로 변해간 동물들의 이야기를 알 수 있다. 1890년 당시에 수집된 바다새 깃털은, 남획이 가져온 영향을 더 잘 알 수 있게 해준다.

실험실에서 적극적으로 표본들을 수집하는 것은 아니다. 각지에서 사람들이 기부를 해오고 있다. 범고래의 굽은 송곳니, 거대한 남태평양 대합 껍질, 고래 속 귀(內耳) 뼈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 현재는 이런 것들을 수집하는 것은 불법이다.

현대 들어와 수집된 해조류 표본으로는 1980년대 것이 제일 오래 됐다. 에밀리 밀러는 캘리포니아 해안 지대를 오르내리며, 오래된 해조류 표본을 발견하면 연락해달라고 부탁하고 다녔다. U. C. 버틀리의 허바리움 대학교(University Herbarium)의 케이시 밀러가 연락해왔고, 우뭇가사리 표본 8종을 기부했다. 이들 중 가장 오래된 표본은 142년 된 것이었다.

오션메모리랩에서 이들 표본을 분석해본 결과, 우뭇가사리 내 질소 동위원소 변화가 캘리포니아만의 용승 해류 역사와 일치한다는 것을 발견했다. 이 강력한 해류 흐름은 정어리 무리의 흐름에서부터 백상아리의 움직임까지 모든 것에 영향을 미친다. 이들은 찬 데와 따뜻한 데를 옮겨다닌다.

[그림 3] 캘리포니아 만의 용승 해류 (출처: Ocean Tracks)

해조류를 관찰함으로써 용승 해류의 사이클을 알 수 있다는 사실을 일찍 알았더라면, 몇몇 어업 붕괴 역사들을 피할 수 있었을지도 모른다. 스타인벡의 『Cannery Row』에 등장하기도 하는 몬트레이 통조림공장가가 완전히 붕괴했던 일도 피할 수 있었을지 모른다. 이전까지 몬트레이 정어리산업 붕괴는 남획때문이라고 생각되어 왔지만, 이는 남획과 해양 조건이 서로 맞물려 발생한 것일 수 있다고 에밀리 밀러는 분석하고 있다.

오션메모리랩의 연구는 지난 6월에 발표되었으며, 1870년대까지 거슬러 올라가는 70여 년의 캘리포니아 만 해류의 역사를 담고 있다. 이 연구는 인류가 불러온 기후 붕괴를 예측하는 데에도 도움이 될 수 있다. 역사적으로 일정하게 반복되던 난류와 한류의 변화가 최근 깨지고 있기 때문이다.


번역, 요약 : 황승미 (녹색아카데미)


알림
웹사이트 스킨 문제로 댓글쓰기가 안되고 있습니다. 댓글이나 의견은 녹색아카데미 페이스북 그룹트위터인스타그램 등을 이용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자연철학 세미나 게시판과 공부모임 게시판에서는 댓글을 쓰실 수 있습니다. 이용에 불편을 드려 죄송합니다. – 녹색아카데미


답글 남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