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독립하우스 살림 – 5.에너지 독립의 여름과 겨울 (2/2)

에너지독립하우스 살림 이야기, 마지막회입니다. 계절별로 에너지 독립을 위한 환경 조건은 많이 다릅니다. 장마가 있는 여름과 해가 짧은 겨울, 에너지 독립에 가장 힘든 시기는 어떻게 지내는지, 비용도 많이 들고 유지관리도 힘든데 계통연계형이 아니라 독립적으로 에너지를 만들어 사용하는 이유는 무엇인지, 구체적인 에너지 독립 수치와 기록들, 어려움들을 소개합니다.

2019년 8월 1일
최우석 (녹색아카데미)

에너지독립하우스 살림
1. 에너지살림
2. 내 똥이 검은 흙 되어 밭에 들어가다
3. 봄철 실내 공기질은 덤
4. 하수독립, 버릴 것 없는 물살림
5-1. 에너지 독립의 여름과 겨울 (1/2)
5-2. 에너지 독립의 여름과 겨울 (2/2)


에너지 독립의 여름과 겨울 (2/2)


에너지독립하우스의 가을은 여름과는 다른 숙제를 안겨준다. 일반적으로 한국의 태양광 발전의 연중 패턴은 <그림 4>의 그림과 같다. 1kWp 용량의 태양광 모듈을 정남 약 30도 각도로 설치하였을 때의 연간 예상 발전량을 월별로 보여준다. 서울 등 중부지역을 기준으로 할 때 1kWp 당 연간 약 1080 kWh 가량, 월 평균 약 90kWh 가량 발전을 한다. 그림을 보면 봄과 가을인 3~6월과 9, 10월은 평균보다 더 많이 전기가 나온다. 마치 쌍봉낙타의 혹처럼 생긴 패턴이다.

그런데 에너지독립하우스에서는 이만큼 발전이 되지 않는다. 1호와 2호를 통틀어 1kWp당 월 평균 73kWh의 전기를 얻었고, 연 평균으로 보면 1kWp당 870kWh의 전기를 얻었다. <그림 5>의 발전 패턴을 보아도 일정한 패턴을 그리고 있지 않다. 이 이유는 <그림 6>에서 잘 보여준다. 

<그림 6>은 에너지독립하우스의 전형적인 봄, 가을철 맑은 날의 하루 발전 패턴이다. 대략 정오를 조금 넘어설 때까지는 햇살이 나는 만큼 최대로 발전이 되다가 갑자기 발전량이 뚝 떨어지는 것을 볼 수 있다. 태양 빛의 세기에 따라 자연스럽게 생기는 종 모양의 곡선을 절반 뚝 잘라낸 것과 같은 패턴이다. 발전량이 떨어진 뒤로는 이따금 발전량이 올라갔다가 이내 다시 떨어진다.

태양광 발전의 필수 요소는 태양광 전지판만이 아니다. 또 하나의 필수 요소는 바로 ‘부하(load)’이다. 달리 말해 ‘전기 수요’라고 할 수도 있겠다. 태양광 전지판에서는 내리쬐는 햇살로 전류를 일으키는 데 이 때 전기를 필요로 하는 크기, 즉 부하의 크기만큼 전류를 일으킨다. 전기 사용이 없으면 햇살이 나도 전기가 나오지 않는다는 이야기이다.

물론 우리가 흔히 보는 태양광 전지판들은 비치는 햇살의 세기 만큼 최대로 발전을 한다. 이들은 에너지독립하우스의 발전 시스템과 같은 독립형 태양광 발전 시스템이 아니라 계통연계형 태양광 발전 시스템이기 때문이다. 계통연계형 시스템에서는 각각의 시스템이 한전의 계통망에 연결되어 있는데 이 때에는 계통망의 전압이 태양광 발전시스템의 전압보다 다소간 낮아서 계통망 자체가 부하의 역할을 한다. 즉, 연결되어 있는 한전의 망이 전기 사용의 역할을 한다는 것이다.

가을철 에너지독립하우스의 고민은 여기에 있다. 맑고 쨍한 날이 이어지므로 독립전기의 양은 풍성하다. 하지만 집에서 쓰는 전기의 양도 한정되어 있고, 전기를 저장할 수 있는 배터리의 공간도 한정되어 있으니 넘쳐나는 햇살을 다 전기로 받아내지 못하는 것이다. 이게 아까와서 전기오븐으로 빵을 굽는다던가 하는 에너지 사치도 이 계절에는 부려보지만 그래 보아야 얼마 되지 않는다. 에너지독립하우스의 가을은 맑고 청아한 날씨를 즐기다가도 햇살이 아까워서 입맛을 쩝 다시게 되는 계절이다.

그렇다면 많은 분들께서 물을 것이다. 계통연계형 발전이 독립형 발전보다 훨씬 효율적인 게 아니냐고. 당장 독립형 발전에는 계통연계형 발전에서는 필요하지 않은 독립형 인버터와 배터리를 추가로 갖추느라 상당히 큰 비용이 들어가는데 막상 발전량은 계통연계형보다 적으니 이중의 손해가 아니냐는 것이다. 맞다. 이중의 손해다. 경제적으로 보면 어리석은 일이다. 공언하던 것과 같이 원자력 전기, 화석연료 전기를 전혀 쓰지 않는 것도 아니고 겨우 독립률을 계산하고 있어야 하는 정도이니 명분으로도 궁색해진 게 아니냐 물을 수도 있다.

여기에 나는 이렇게 답하고 싶다. 현재 우리 집, 즉 에너지독립하우스 1호와 2호의 에너지살림이 에너지전환을 이룬 뒤의 시스템의 모습이라고, 나는 그것을 먼저 살면서 시험하고 있다고. 재생가능에너지에 기초한 에너지시스템을 효과적으로 운용하기 위해서는 집집마다, 건물마다 발전을 하고, 그것을 바로 그 집, 그 건물에서 상당 수준 저장을 해야 한다. 그리고 계통망을 이용해 태양 전기를 다른 사람들과 거래할 수 있어야 한다. 재생가능전기의 자유로운 거래가 가능해지면 재생가능전기만 공급하고 소비하는 사람들로 시장이 생기게 되고 이 때에는 에너지독립하우스도 햇살이 나는 대로 전기를 얻어낼 수가 있을 것이다.

재생가능에너지를 중심으로 살아가자면 발전된 전기를 저장하지 않으면 안 된다. 흐리고 비오는 날의 에너지수요를 맑은 날 저장했던 재생가능에너지로 충당하지 않으면 기저부하를 원자력과 화석연료에 의존하지 않을 수 없다. 어쩌면 재생가능에너지의 생산량이 급격히 늘어난다고 해도 원자력과 화석연료 발전을 전혀 줄이지 못하고 도리어 더 늘려가야 할 수도 있다. 낮이건 밤이건 비오건 눈오건 항상 있는 기저부하 수요 때문이다. 또 태양광 발전 설비가 늘면 늘수록 맑은 날 어느 한 순간 발전량이 폭발적으로 늘어나고 이 전기가 한꺼번에 계통망으로 쏟아져 들어와서 전력 시스템을 위협할 수도 있다. 수요에 의한 대정전이 아니라 공급에 의한 대정전 사태가 생길 수 있다는 말이다. 역시 재생가능전기를 저장할 수 있어야 이런 위험도 피할 수 있다.

이 때문에 다양한 방식의 초거대 전력저장장치들을 연구하고 있다. 그러나 발전은 곳곳에서 하되 저장은 중앙의 초거대 저장장치에서 한다고 하면 저장 공간 확보에도 한계가 있고 효율성도 크게 떨어진다. 답은, 넓은 면에 퍼져서 발전을 하고 발전한 바로 그곳에서 전기를 사용하고 저장하는 것이다. 그리고 계통망은 이러한 집집마다, 건물마다의 에너지독립살림을 거드는 보조적 역할을 하는 것으로 재조정되어야 한다. 이 집과 저 집 사이의 소규모 분산적 전력 거래를 위한 거래망의 역할을 하고, 흐리고 궂은 날 집집마다의 저장된 전기가 고갈될 때의 비상수단 역할을 하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초고압의 송전망도 필요치 않게 되고 지역마다의 작은 비상용 발전소들로 이루어진 계통망이 각각의 집과 건물, 생산설비들을 돕게 될 것이다.

이야기가 복잡하다면 이렇게 정리해보자. 원자력을 버리고 태양의 시대로 가고자 한다면 집집마다 태양광 발전을 할 뿐만 아니라 에너지저장설비도 갖추어야 한다. 아직 우리의 인식은 태양광 발전에만 머무르고 있는데 에너지 저장으로까지 생각의 폭을 더 넓혀야 한다는 것이다. 에너지독립하우스는 그런 실험을 조금 앞에서 해보고 있을 뿐이다.

이미 미래에 적응하려는, 또는 선도하려는 기업들은 앞다투어 태양광+저장설비의 꾸러미를 제공하는 시장을 선점하려 각축을 벌이고 있다. 전기자동차로 유명한 테슬라가 파워월이라고 하는 가정용 배터리와 태양광 전지를 함께 공급하는 시장을 미국에서 개척하고 있고, 얼마 전에는 가구로 유명한 이케아 역시 태양광+저장설비 시장에 뛰어들었다.

아직 우리는 태양광 발전만 해도 값싼 한전 전기에 비해 손해라고 생각하고, 저장설비는 꿈도 꾸지 않고 있다. 에너지독립은 경제성 없는 어리석은 짓이라 여기기 십상이다. 그러나 우리 사회의 민주주의가 각성된 개인로부터 꽃피우듯 우리 사회의 에너지전환과 미래 개척도 개인의 고민에서 시작되지 않을까?


[작은 것이 아름답다](최우석, 2017)에 실었던 글을 조금 고쳐 여섯 회에 걸쳐 소개하였습니다. 에너지전환 이야기와 더불어 에너지독립파시브하우스 이야기도 계속 정리해서 나누도록 하겠습니다. – 최우석 (녹색아카데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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