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한데 아름다운 “인류이후시대” (1/2)

BBC의 “Deep civilization” 기획 시리즈 중의 한 기사를 두 번에 걸쳐 소개한다. 

이상한데 아름다운 “인류이후시대” (1/2)
이상한데 아름다운 “인류이후시대” (2/2)

이 시리즈는 우리가 우리의 문명을 유지하고 발전시키기 위해서는 과거와 미래로 향하는 더 큰 눈이 필요하다는 목적으로 2019년 1월부터 시작되었다. 더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고 답을 찾는 “큰 질문” 시리즈라고 볼 수 있다. 매일의 뉴스에 매몰되다보면 현재의 문제를 해결하는 데 급급해 과거와 현재에 대한 통찰력 있는 시각을 가지기 어렵다. 인류와 지구에 심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는 현대 인류는 미래에 대한 고민을 ‘오늘’을 살면서도 놓지 말아야 한다.

이번에 소개하는 기사는 자연을 ‘자연’스럽지 않게 변화시키는 인류의 노력에 대해 살펴본다. 우리는 생명공학을 통해 이미 빠르고 크고 임의로 자연을 바꾸고 있다. 미래의 지구와 자연과 인간은 어떻게 될까.

2019년7월31일
번역, 요약 정리 : 황승미 (녹색아카데미)


이상한데 아름다운 “인류이후시대” (1/2)

로렌 홀트 (Lauren Holt). 캠브리지 대학. the Center for the Study of Existential Risk.
생물학적 복잡성과 생태계에 대한 인류와 기술의 영향을 연구.
원문 보기 : Why the ‘post-natural’ age could be strange and beautiful (2019년 5월 3일. BBC)


인류는 자연을 심각하게 변화시켜왔다. 그러나 이것은 시작일 뿐이다. 인류를 포함하여, 먼 미래에 지구상의 생물들은 어떻게 될까.

미국 피츠버그 Penn Ave 4913번지에는 이상한 연구소가 있다. “인류이후자연사박물관”(Center for PostNatural History)은 이것저것 섞어 만든-유전적으로- 기묘한 결과물들의 표본, 사진 등을 전시하는 작은 박물관이다. 이곳에 가면 갈비뼈가 없는 쥐의 태아(그림 1), 생식력을 없앤 나선구더기 수컷, E.coli x1776 표본(해가 없게 유전자변형된 대장균 표본. 실험실 밖에서는 생존할 수 없다), 그리고 박제된 유전자변형 바이오스틸(biosteel) 염소가 있다. 이 염소의 이름은 프레클리스(Freckles). 염소젖으로 거미줄 성분의 단백질 실(biosteel silk)을 만들어내도록 유전자변형된 염소이다.(그림 2)

<그림 1> 갈비뼈가 없는 쥐의 태아. Moises mallo박사(포르투갈).
갈비뼈 형성과 관련된 혹스(Hox)유전자의 기능을 높이거나 제거하여 결과를 비교하는 연구를 수행했다. 이 박물관에는 여러가지 결과를 보여주는 사진을 전시하고 있다.
<그림 2> 인류이후자연사박물관에 전시된 바이오스틸 염소


이 박물관의 주제는 post-naturalism(인류의 간섭 이후의 자연론)이다. 포스트 내추럴리즘은 유전이 가능하도록 유전자변형된 생명체들의 기원, 습성, 진화에 대한 연구를 말한다. 또한 인류의 문화와 생명공학이 진화에 미치는 영향도 연구한다. 이 박물관의 슬로건은 “그때는 그때고 지금은 지금이다”(That was then. This is now)이다. 로고에는 생명의 나무가 그려져있고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되먹임되는 화살표가 그려져 있다.(그림 3) 이곳을 방문하는 사람들은 전시된 각각의 표본들이 자연스럽고 진화론적인 저마다의 역사를 가지고 있으며, 동시에 인간이 개입한 문화적인 역사 또한 가지고 있다고 여기게 된다.

<그림 3> 인류이후자연사박물관 센터의 로고


인류가 존재하는 한 우리는 지구의 식물과 동물에 영향을 미칠 수 밖에 없다. 인류가 먼 미래까지 살아남게 된다면 자연은 어떤 모습으로 변화해있을까? 현재 진행되고 있는 유전자 조작이 인간과 진화의 방향에 어떤 영향을 미치게 될까? 답은 간단하다. 이상한 모습일 것이고, 아름답기는 할 것 같지만, 현재의 모습과는 아주 다를 것이다.

선택적으로 번식되고 산업화되고 의도적으로 유전자변형된 것은 자연스럽지 않고 “순수”하지 않다고, 아직까지는 대다수가 그렇게 생각한다. 그러나 어떤 측면에서는 자연에서 인간이 손대지 않은 부분은 거의 없다. 인류의 조상이 5만~7만 년 전에 아프리카에서 발생해 전세계로 뻗아나간 이래로, 큰 동물들을 잡아먹고 풍경을 완전히 변경시키면서 우리 종은 자연의 모습을 바꾸어왔고 변형시켜왔다.

10만년 전쯤부터 인류는 우리에게 가장 필요한 종을 선택적으로 길러왔고 그러한 과정을 통해 특정한 종의 유전적 특성을 변형시켜 왔다. 우리는 콘테스트에서 우승한 소의 정자를 수천 마리의 암소에게 주입하여 새끼를 가지게 할 수 있다. 소에서부터 애견에 이르기까지, 전세계에서 이런 식으로 유전자를 선택하여 종을 번식시키고 있다. 이로써 인간이 아니었으면 결코 존재할 수 없었을 대량의 생물량(biomass)을 만들어낸다.

<그림 4> ‘Sire’. 현대의 소 유전체학을 비판하는 작품. 마리아 맥키니(Maria McKinney)


21세기가 되면서 우리 인류가 몇몇 종에 미치는 영향은 훨씬 더 심각해졌다. 지구상의 모든 조류 중 70%가 인간이 먹는 닭과 기타 가금류이며 그 양은 그 자체만으로 지층을 만들 수 있는 수준이다.(그림 5) 한편으로는 사냥과 생물들간의 경쟁, 서식지 파괴로 수많은 식생이 파괴되면서 포유동물의 크기가 작아지고 있고(고생물학자 펠리사 스미스, Felisa Smith. 뉴멕시코대학), 생물다양성 감소와 멸종은 이미 되돌이킬 수 없는 수준이다.

그러나 지금까지 인류가 미친 영향은 시작일 뿐이다. 유전체를 변형시킬 수 있는 새로운 수단들이 생물을 조작할 수 있는 인간 능력을 한 차원 높여줄 것이기 때문이다. 유전체공학으로 우리는 작물과 가축에서 원하는 특성들만 선택해서 키울 수 있다. 원하는 특성만 골라서 번식시키는 과정은 아직은 힘들고 오래 걸리는 일이다. 

<그림 5> 가금류의 생물량은 지구상 모든 조류의 70%에 달한다. (사진: Getty Images)


Crispr-Cas9같은 유전체를 더 정확하게 편집할 수 있는 기술을 이용하면 종 간에 유전자를 이동시킬 수 있으며, 자연적인 개체군에 선택적으로 특정 유전자를 도입할 수 있다. 심지어 조직을 인위적으로 합성해낼 수도 있다. 생명공학은 유전정보 바꾸기, 새로운 유전자 만들기, 유전될 수 있게 만들기 등의 과정을 완전히 새롭게 해낼 것이다.

생명체를 조작하는 것은 역으로 어떤 종들을 절멸시키는 방향으로도 작동할 수 있다. 인류는 학질모기(Anopheles mosquitoes)를 없애기 위해 수 백 년 동안 화학적 방법, 기계적 방법 등 수많은 시도를 해왔으나 학질모기는 아직도 가장 위협적인 적으로 남아있다. 생명공학을 이용하면 수컷을 불임으로 만들어 개체군의 수를 급감시킬 수 있다. “유전자 드라이브”(gene-drives. 변형된 유전자가 자손에게 전달될 확률을 높인 유전자 조작) 기술도 개발되었다. 인류에게 불리한 종의 수컷에 불임 유전자 드라이브를 주입하면 불임 유전자가 다음 세대로 빠르게 전달되어 병을 일으키는 종을 절멸시킬 수 있는 기술이다. 

기후변화 문제가 심각해지면서 과학자들과 정책입안자들은 인류에게 얼마나 쓸모있는가에 따라 자연에 우순 순위를 매기고 있다. 예를 들면 작물 수분(pollination), 어장에 물고기를 채워넣는 것들이 우선 순위를 가지는 일이다. 그리고 생명공학에 의해 조작된 생명체와 기계적으로 조작된 물질과 매개물들이 야생으로 풀려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예를 들어서, 그레이트 베리어 리프(대보초, 호주 북동부 해안의 2천 킬로미터에 달하는 대규모 산호초)의 산호가 급감하면서, 이를 막기 위해 열에 저항성이 있는 황록공생조류(zooxanthellae)를 퍼뜨리는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황록공생조류는 광합성을 하는 산호 폴립 공생체이다. 월마트는 최근 작물의 수분을 도울 수 있는 ‘수분 드론’에 대한 특허(2018년)를 냈다.

<그림 6> 미래에는 변형된 벌들이 전체 생태계의 모습을 변형시킬 수도 있다. (사진: Getty Images)


미국 Darpa(the US Defense Advanced Research Projects Agency)는 최근 해충의 유전자를 조작하는 기술을 개발하는 것으로 연구기금을 받았다. 연구 대상은 작물에 바이러스를 옮기는 해충이다. 해충이 옮기는 바이러스는 유전자 조작된 작물에 작동하는 종이다. 이 기술은 작물만을 변형시키는 것처럼 보이지만, 그 영향은 생태계 전체로 확산될 수 있다.

우리의 시각을 먼 미래로 확장해보자. 현대 기술은 지구상의 모든 생명들과 인류의 관계를 어떻게 바꾸어 놓을까? – (2)편에 계속.

 <그림 7> 영화 “Annihilation”의 한 장면.
정상적이지 않은 것 같은데 이상하게 아름다워보이는 자연을 표현하고 있다.(사진: Netflix)

로렌 홀트 (Lauren Holt). 캠브리지 대학. the Center for the Study of Existential Risk.
생물학적 복잡성과 생태계에 대한 인류와 기술의 영향을 연구.
원문 보기 : Why the ‘post-natural’ age could be strange and beautiful (2019년 5월 3일. B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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