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철학 세미나 녹취] 우주와 물질 (1)

이 자료는 녹색아카데미에서 격주로 진행하는 ‘자연철학 세미나’(온라인) 녹취록입니다.  더 자세한 내용은 선생님의 책 『장회익의 자연철학 강의』와 자연철학 게시판을 참고해주세요.

자연철학 세미나 

일시 : 2020년 8월 27일 
장소 : 온라인 (Zoom) 
발표 : 김재영
다룬 내용 : 『장회익의 자연철학 강의』 ‘6장.소를 타고 집으로 돌아가다: 우주와 물질’

  • 발제 : 우주와 물질 (김재영 발표)
    • 심학 제6도
    • 우주론과 천체물리학
    • 대담 ‘우주와 물질’ 편에서 다룬 내용
    • 자연철학으로서의 물리학
    • 우주론을 향하는 길
    • 오늘은 여기까지 하고, 다음 시간에 할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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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사이트에 올려진 글에는 (아주)일부 내용이 생략되었습니다. 너무 길어서요. 세미나 발표와 토론 전문은 첨부파일을 참고해주세요.
8월 27일 세미나에서는 발표 내용도 녹취를 했습니다. 녹취 내용이 너무 길어져서, 5장(3)과 6장(1) 두 개의 글로 나누어 웹사이트 글로 올렸습니다. 파일에는 통합되어 있습니다.


▷ 녹취 시작 

  • 구분점 부분 : 장회익선생님.

    구분점 없는 부분, < > 괄호 안 : 발표자의 발제,  선생님 외 모임 참가자의 질문과 토론.


발제 : 우주와 물질

<발표 : 김재영>
발제 화면자료는 첨부파일을 참조해주세요.

심학 제6도

6장은 “귀우귀가”이다. 소를 타고 집으로 돌아간다는 뜻이다. 앞에서 1-5장까지가 전반적인 틀이라면 뒤의 6장부터 10장까지는 응용이라고 할 수 있다. 첫 번째 응용이 ‘우주와 물질’(6장)이고, 아까 언급하셨던 ‘생명’(7장)으로 이어지고, 그 다음에 주체와 객체(8장), 앎(9장) 그리고 마지막으로 온전한 앎(10장)까지 연결된다.

[그림 10] 심학 제6도. 우주와 물질의 변화의 원리. (그림: 장회익, 2019.) 

그림10에서 심학 제6도는 우주에 대한 이야기이다. 여기서 a(t)라고 하는 특별한 개념이 중요하다. 스케일 인자(factor)라고 부른다. 여기서 온도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 이 문제를 다루기에 앞서서 할 이야기가 한 가지 있다. 장회익선생님의 이론에 대한 전반적인 코멘트이자 질문이기도 하다. 

우주에 대한 자연철학적 물음

  • 우주가 무엇일까? 우주의 존재를 증명할 수 있을까?
  • 우주를 어떻게 알 수 있을까?
  • 우주는 변화하는가?
  • 우주 속의 물질은 어떻게 달라져 왔는가?
  • 우주 속의 생명은 어떻게 만들어졌을까?
  • 우주의 운명은 어떻게 될까?

장회익선생님은 심학 제1도부터 제5도까지의 전반적인 내용을 바탕으로 이제부터 길들여진 소를 타고 집으로 가는 장면을 묘사하셨다. 사실 6장의 내용 자체가 이미 심각한 문제이다.

우주, 세계 전체라는 게 도대체 뭐냐? 우주 존재를 증명할 수 있겠는가? 우주를 어떻게 알 수 있는가하는 인식론적인 문제, 우주가 변화하는가, 우주 속의 물질과 생명이 어떻게 달라져왔고 만들어졌는가? 우주의 운명은 어떻게 될 것인가? 

이런 문제는 사실상 인류의 모든 문명에서 가장 중요한 문제였다. 장회익선생님의 자연철학에서 이런 근본적인 문제들이 어떤 모습으로 평가가 될지가 여기서 가장 핵심적인 문제이다.

우주론과 천체물리학

[그림 11] 우주론과 천체물리학 (그림: 김재영)

그래서 장회익선생님의 아이디어를 좀 더 살펴보자. 특히 심학 제6도만을 본다면 기본적으로 일반상대성이론 즉 중력이론과 시공간이론의 결합으로서의 일반상대성이론이 바탕에 있다. 그리고 물질에 대한 이론이기때문에 양자이론과 통계역학이 함께 들어온다. 이것이 심학 제4도와 제5도이다. 이렇게 심학 제3, 4, 5도가 연결이 되면서 제6도에서 우주의 역사가 깔끔하게 정리가 된다. 

이런 비슷한 내용은 이미 천문학이나 관련 교과서나 대중서에 굉장히 많이 나와있지만, 제가 이 부분에 주목하는 이유는 심학 제 3, 4, 5도 위에 제6도를 놓았다는 것이 중요하고 심오한 접근이라고 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 다음에서야 은하, 항성(별), 행성(지구), 생명이 탄생 이런 것들이 나온다.  

[그림 12] 자연철학의 계층적 구조 (그림: Ryan Reece Philosophy-in-figures.tumblr.com)

조금 더 가보자. 그림12 ‘자연철학의 계층적 구조’ 그림은 과학철학에서 자주 언급된다. 아래에서 두 번째 층에 양자역학이 있고 그 위에 고전역학이 있다. 고전역학에서 통계역학을 통하여 그 위에 열역학, 우주론, 천체물리학이 나오고, 그 다음에 떠오름(창발, emergence)을 통하여 화학, 지질학, 생화학이 나오고, 복잡성과 진화를 통해서 맨 위에 생물학, 심리학, 사회학, 경제학, 윤리학이 나온다는 식이다. 조금 도식적이지만 호응을 많이 받는 그림이다. 장회익선생님께서 심학 3, 4, 5도 위에 6도를 놓으신 것과 일맥상통한다고 볼 수 있다. 

대담 ‘우주와 물질’ 편에서 다룬 내용

녹색아카데미 유튜브 ‘자연철학 이야기’ 대담 중에서 ‘우주와 물질’ 편에서 다루는 내용은 그림 13과 같다.

[그림 13] 제6장에 대한 ‘자연철학 이야기’ 대담의 내용

우선 우주와 물질에 대한 얘기를 하셨고, 또 아인슈타인과 로렌츠, 에렌페스트의 만남에 대해서 얘기하신다. 아인슈타인이 레이덴대학에 가서 에렌페스트의 집에 머문다. 에렌페스트와 아인슈타인은 두 살 차이의 아주 절친한 친구이다.

선생님께서도 말씀하셨지만, 아인슈타인도 레이덴대학에 자리를 잡기를 굉장히 원했었고 로렌츠는 아인슈타인의 영웅이었다. 이때 세 사람이 레이덴에서 만나서 우주에 대해서 얘기하는 장면을 선생님께서 묘사하셨는데 저도 깊히 공감이 간다. 도대체 그 세 사람이 앉아서 무슨 얘기를 했을까 상상을 해보면, 영화의 한 장면 같은 그런 순간이었을 것이다.

그런 다음 우주의 팽창에 대해서 얘기하셨고, 아인슈타인의 휴지통(우주방정식에서 람다항을 폐기했었던 이야기)도 나오고, 우주가 나온 다음에 이제 물질로 연결이 된다. 여기서 조금 더 추가하고 싶은 내용을 말해보겠다. 

[그림 14] 장현광의 우주설 (그림: 김재영)

제1도에서 장현광의 우주설이 나온다. 물론 <답동문>이 더 많이 언급되고 있다. 장회익선생님의 또 다른 연구 기여 중의 하나가 장현광의 <우주설>을 해명한 것이다. 그림13에서 오른쪽에서 두 번째 줄을 보면 ‘우주설’이라는 한자가 보인다. 그리고 “상하사방왈우즉…” 이렇게 나온다. 그런데 왜 수많은 제목 중에서 하필이면 ‘우주설’일까, 그리고 심학 제6도가 ‘우주와 물질’인가하는 것은 매우 의미있다. 

<회남자>에 따르면 우주는 시간과 공간을 가리키는데, 이것이 천지만물의 ‘리’라고 하는 맥락에서 의미가 있다. 어찌보면 제가 지금 드리는 말씀이 과장일 수도 있지만, 프톨레마이오스에서 코페르니쿠스로 가는 그 계보도 사실은 ‘세상이 무엇인가’에서 가장 중요한 것을 ‘우주’로 놓고 있다. 결국 관심은 우주이다.

코페르니쿠스가 하는 얘기도 그 중심은 우주이고, 튀코 브라헤도 마찬가지로 우주가 이야기의 중심이다. 그리고 요하네스 케플러가 1596년 Mysterium Cosmographicum(우주의 비밀), 1609년 Astronomia nova seu Phsica coelestis, 1619년 Harmonices mundi(세계의 조화)를 썼는데 모두 제목에 우주, 세계가 들어있다.

더 나아가 뉴턴의 <프린키피아>(Philosophiae Naturalis Principia Mathematica: 자연철학의 수학적 원리)도 1권과 2권에서 물체의 운동에 대해서 이야기하지만 결국 제3권에서 De mundi systemate, 즉 ‘세계의 체계’에 대해서 이야기한다. 여기서 mundi는 곧 우주를 가리킨다. 

결국 이러한 자연철학의 모든 관심은 결국 우주를 해명하는 데 가장 큰 관심이 있다라고 말할 수 있겠다. 저는 그런 의미에서 선생님의 책 『장회익의 자연철학 강의』에서 제6도가 우주라고 하는 것은 이러한 과학사적 차원의 의미를 갖는다고 하겠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19세기에 들어오면서 자연철학은 ‘과학들’로 전문 분야들로 세분화돼 버린다. 현대에 들어와서는 우주론이라고 하면, 그냥 우주론 전공하는 사람들이 논문 쓰는 것이고, 우주론은 곧 천문학이다라고 얘기한다. 물리학자가 왜 생명 얘기를 하느냐, 또는 우주론은 천문학자가 아니면 하지 말라고 한다.

자연철학으로서의 물리학

그런데 이런 맥락에서 의미있는 두 사람을 소개한다. 헝가리 출신이고 미국 MIT대학에 오래 있었던 라슬로 티사(László Tisza, 1907-2009)라는 물리학자와 아일랜드의 Michael O’Keeffe(1942-)이다.

라슬로 티사의 75세 생일을 맞아 제자들이 모여서 학술대회를 열고 논문집으로 만든 책이 있는데, 제목이 『 Physics as Natural Philosophy(자연철학으로서의 물리학)』이다. 여기에는 물리학에서 양자이론의 기초를 탐구하는 연구자들도 포함되어 있다. 이 책의 내용은 다섯 부분으로 이루어져 있다. (1)확률과 열역학의 기초, (2)응집물질물리, (3)양자역학과 상대성이론 (4)생물학적인 계들, (5)과학의 역사와 철학. 

특이한 것은 물리학 책인데, 4부에서 생물학을 다루고 있다. 실제로 600페이지 정도 되는 이 논문집에서 여러 사람이 다루고 있는 많은 부분이, 사실은 선생님께서 『장회익의 자연철학 강의』에서 하고 계신 작업이라고 할 수 있다.

이건 우연일 수도 있는데, 장회익선생님의 책이 나온 작년에 아일랜드의 Michael O’Keeffe(1942-)라는 사람이 『 Physics as Natural Philosophy』라는 책을 낸다. 부제가 A Philosophical tour of contemporary physics라고 해서, 현대물리학의 철학적 탐색, 산책 이런 의미가 되겠다. 

[그림 15] Michael O’Keeffe(1942-), 2019. Physics as Natural Philosophy: A Philosophical tour of contemporary physics. (그림: 김재영) 

1장이 양자이론의 개념과 해석들. 2장에서는 물리학이라 불리는 이것이 무엇인가. 3장은, 심학 제6도와 유사한데, 우주론: 세계의 생성에 대해서 다룬다. 4장에서는 쿼크로부터 퀘이사까지: 물질과 구조가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5장, 6장에서는 베르나르드 데스빠냐와 데이비드 봄이라는 물리학자이지만 굉장히 철학과 연결되어 있던 프랑스와 미국의 물리학자의 이론을 상세하게 소개한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6장에서는 안다는 것이 무엇인가를 다룬다. 

제가 이 책을 지난 8월 초에 사서 봤는데, 이 책의 구성이 장회익선생님의 접근과 통하는 바가 있다. 선생님께서는 이 책을 알고 계시는지. (선생님: 처음 보는 책이다.) 제 생각에는 선생님께서 한번 보시면 굉장히 재밌게 보실 수 있을 것 같다. 특히 마지막 장이, 그래서 우리가 안다는 것이 무엇을 의미하는가이다.  

이 책과 선생님의 책이 2019년 비슷한 시기에 나온 것 같다. 선생님도 오키피를 모르시고, 오키피도 아마 선생님을 모르실텐데, 연배는 선생님보다 조금 아래인 것 같다. 그리고 또 한 가지 재밌는 것은 이 분의 전공이 고체물리학이다. 고체 결정 이론 하시는 분이라 전공도 선생님과 비슷하다. 

우주론을 향하는 길

아인슈타인이 1915년에 일반상대성이론을 발표했다. 그리고나서 그 여파가 엄청났지만, 1919년에 가서야 에딩턴의 일식관측이 있고나서 유명해졌다. 그런데 재밌게도 1917년에 아인슈타인 자신이 방정식을 고친다. 

[그림 16] 일반상대성이론의 수용과 확장 (그림: 김재영)

그림16의 좌변에서 세 번째 람다항이 우주상수항이다. 이 항을 넣는다는 것이 흥미로운 부분이다. 1917년에 나온 아인슈타인의 논문 제목이 “일반상대성이론의 우주론적 고찰”이다. 내용으로 보면 ‘일반상대성이론의 맥락에서 본 우주론적 고찰’이라고 보는 것이 더 옳다고 후세 사람들이  평가한다. 아인슈타인은 바로 자신의 이론을 통해서 우주론적인 고찰을 해보겠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이 논문이 나오기 직전인 1916년 말에 아인슈타인은 레이덴에서 로렌츠와 에렌페스트를 만난다. 아인슈타인의 평전을 보면 당시는 아인슈타인에게 상당히 힘든 시기였다. 당시 아인슈타인은 40대 후반이었고, 밀레바 마리치와 이혼을 했다. 이 당시 몸무게도 10kg 정도 빠졌다고 한다. 1915-1917년 사이는 아인슈타인에게 거의 최악의 시기였다고 한다. 1차 세세계대전이 일어나서 물자도 귀했고, 유대인이라는 것과 93인 선언에 참여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국적은 스위스였음에도 불구하고 많은 사람들에게 반역자 취급을 받았다. 

가장 최악의 시기였는데, 돌이켜보면 1905년 이래로 아인슈타인에게 가장 생산적인 시기였다. 제가 장회익선생님과 약간 견해를 달리하는 부분은, 이 논문을 보면 아인슈타인은 처음부터 우주에 관심이 있었다는 것이다. 선생님께서는, 아인슈타인이 일반상대성이론을 만들어놓고 나서 이제 이것을 우주에도 한번 적용 해볼까 했다고, 대담에서는 약간 농담처럼 표현하셨다.

[그림 17] 아인슈타인, 1917. “일반상대성이론의 우주론적 고찰” 초고(왼쪽). (그림: 김재영) 

그런데 1917년의 아인슈타인 논문을 보면, 아인슈타인은 맨처음부터 단순히 중력이론, 즉 일반상대성이론을 만드는 데 관심이 있었던 게 아니라, 우주에 처음부터 관심이 있었다. 그런데 어떻게 해야할지 잘 모르고 있던 중 1917년 초에 로렌츠와 에렌페스트를 만났던 것으로 보인다. 아마 그 만남이 중요한 실마리나 단서가 됐을 것이라고 생각한다.(그림17은 아마 거의 유일하게 남아있는 이 논문의 초고이다.) 

[그림 18] 상대론적 우주론의 역사 (그림: 김재영)

상대론적 우주론과 관련하여 언급을 한번 해줄 필요가 있는 사람들이 있다.(그림 18) 중요한 기여를 한 사람으로 네덜란드 사람인 드 지터라는 수학자이자 천문학자, 물리학자가 있다. 1916년에 영국에서 발행되는 왕립천문학회 월보에 “아인슈타인의 이론과 그에 대한 천문학적 함축”이라는 논문을 낸다. 그리고 드 지터와 아인슈타인이 계속 편지를 주고 받는다. 

아인슈타인이 로렌츠와 에렌페스트를 만난 것도 의미가 컸지만, 드 지터와의 대화도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드 지터가 우주방정식을 풀면서 한 얘기가, 내가 방정식을 특수한 경우 즉 5차원 구면대칭성이 있는 경우에 대해 풀어보니 시간적으로 변할 수밖에 없더라고 편지를 했고, 그래서 아인슈타인은 우주항을 도입하게 된다. 아인슈타인은 우주가 팽창하면 안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로버트슨이나 워커, 톨만 같은 사람들이 있다. 

그림19에서 1915년 방정식과 1917년 수정된 방정식을 볼 수 있다. 1917년에 수정된 방정식에서 추가된 우주항(람다항)이 좌변에 추가되어 있다. ‘자연철학 이야기’ 대담 영상을 보면 이 람다항이 왜 곱셈이 아니라 덧셈으로 들어갔냐는 질문이 있었다. 제 방식으로 설명해보자면, 이것은 일종의 ‘만유척력’에 해당된다.

[그림 19] 중력장 방정식의 수정 (그림: 김재영)

1915년 방정식을 보면, 오른쪽 항은 물질이고 왼쪽 항은 시공간의 거리가 달라진다는 것에 대한 것이다. 흔히 시공간의 곡률이라고 표현한다. 이것만 보면 모든 물질은 서로 잡아당긴다는 중력의 근본적인 속성을 표현한다.

그런데 이렇게 놓고 보니 이상한 일이 벌어진 것이다. 쉽게 얘기하면, 어떤 물체를 위로 던지면 올라가다가 점점 느려져서 멈추고 다시 떨어진다. 그런데 아주 세게 던지면 날아가버린다. 이것을 왜 떨어지느냐, 지구가 당기기 때문이다라고 할 수도 있지만, 어쨌든 물질이 당긴다고 할 수 있다. 그러면 어떠한 특정한 물질이 아주 많으면 벗어나다가도 다시 돌아온다. 그런데 물질이 그렇게 많지 않으면, 한번 날아간 것은 한없이 가버린다. 떨어지는 것과 벗어나는 것의 경계, 중간 단계도 있을 것이다. 

이 상황을 고려하면 람다라는 우주항은 모든 물질들이 서로 밀친다는 개념과 연결시킬 수 있다. 그래서 람다항을 넣으면, 드 지터가 계산했던 팽창하는 혹은 수축하기만 하는 것과 같이 시간에 따라 변하는 우주라는 결과를 피할 수가 있다. 그래서 미는 것과 당기는 것의 균형을 이루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람다항을 집어넣은 것이다.

그런데 아인슈타인은 이때 이미 이렇게 넣는 것이 너무 작위적이고 인위적이다, 그래서 이것을 허용하기는 하지만, 람다항을 집어넣어야 할 다른 이유가 없기 때문에 이 이론의 아름다움을 람다항이 해친다고 해서 굉장히 싫어했다.

한 가지 여담으로 말씀드리면, 아인슈타인이 했다는 “내 인생 최대의 실수(biggest blunder)”라는 말은 재작년에 과학사학계에서 약간 논란이 됐다. 아인슈타인이 람다항을 포함시켜서 우주가 팽창하지 못하도록 만들었는데, 허블이 등장하면서 우주가 팽창하는 것을 알게 됐다. 그래서 아인슈타인이 내가 실수했구나라고 했다고 하고, 선생님께서는 ‘과오’라는 단어를 쓰셨는데, 이 얘기를 사료에서 찾을 수가 없다. 어떤 논문이나 글, 편지에서도 이 얘기가 나오지 않는다.

이 얘기가 나오는 유일한 1차 사료는, 아인슈타인이 1955년에 돌아가셨는데, 사후에 빅뱅이론을 만든 가모프라는 물리학자가 1956년에 Physics Today라는 잡지에서 처음 언급했다. 예전에 내가 아인슈타인선생과 얘기나눌 때, 우주항을 도입한 것이 내 인생 최대의 실수라고 했었다라고 했다. 그런데 가모프는 워낙 과장도 잘하고 장난도 잘 치는 사람이라서 이 말에 신빙성이 좀 없다라고 해서 논쟁이 좀 됐고, 지금도 진행 중이다.

[그림 20] 상대론적 우주론의 역사.

그래서 정리를 하면(그림 20), 아인슈타인이 1915년에 일반상대성이론 논문을 처음 냈고, 1916년 드 지터 논문이 나온다. 그래서 그것을 바탕으로 1917년에 ‘멈춰있는, 닫혀있는 우주’에 대한 일반상대성이론에 대한 논문을 아인슈타인이 낸다. 그 와중에 1922년에 아인슈타인의 방정식을 곧이곧대로 계산을 한 알렉상드르 프리드만이라는 러시아 물리학자가 팽창하는 우주 모형을 만들어낸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이 논문은 거의 주목을 받지 못한다. 프리드만이 꽤 일찍 돌아가시는 바람에 이 논문은 사람들에게 거의 읽히지 않았다. 그리고 1927년에 벨기에의 사제이자 물리학자인 르메트르가 프리드만의 논문을 참고하여 태초의 물질까지를 포함하여(프리드만의 논문에서는 물질에 대한 얘기가 없다), 태초에 굉장히 뜨거웠던 것이 점점 커지는 그러한 종류의 이론을 만든다. 그리고 로버트슨과 워커는 두 사람 다 수학자이다. 이들은 우주와 관련된 일반적인 식을 유도해낸다.  

1927년 르메트르의 논문을 보면, 정확히 ‘허블의 법칙’이라고 부를 수 있는 부분이 분명하게 나온다. 그런데 르메트르의 업적이 묻혀있다가, 재작년에 학회에서 투표를 해서 ‘허블의 법칙’이라고 그동안 부르던 것을 ‘허블-르메트르의 법칙’으로 이름을 바꾸었다. 사실 저는 과학사를 공부하는 입장에서 ‘르메트르-허블의 법칙’이라고 해야한다고 생각한다. 르메트르가 먼저 나왔고 훨씬 더 정교하기 때문이다.

[그림 21] 르메트르의 1927년 논문. (그림: 김재영)

아쉬운 점은 아인슈타인이 1927년에 바로 그 유명한 솔베이 회의(벨기에 브뤼셀에서 개최)에 가서 르메트르의 강연을 듣는데, 듣고 나서 “계산은 정확한 것 같은데 물리학은 형편없다”는 논평을 했다고 한다. 그리고나서 1929년에 가서야 허블이 우주 팽창을 밝히게 되고, 그후 아인슈타인이 1933년에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르메트르의 강연을 듣는데, 이때는 또 최고의 강의라고 극찬을 한다.

오늘은 여기까지 하고, 다음 시간에 할 이야기

  • 적색이동을 관측함으로써 우주 팽창을 발견하게 된 이야기 
  • 세페이드 변광성 이야기 
  • 람다-CDM 모형이야기(장회익선생님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하되 그림 위주로 이야기를 하겠다.) 
  • 입자물리학의 몇 가지 문제와 힉스메카니즘 이야기 
  • 일반상대성이론에서 메트릭이라고 하는 것, 즉 거리함수라는 것이 있고 그 거리함수를 가지고 아인슈타인의 방정식을 푸는데 실제로 크리스토펠 접속(기호), 리치 곡률텐서를 구해서 이로부터 실제로 프리드만 방정식을 얻어내는 과정을 이야기해보겠다.  장회익선생님 책에 상세히 설명되어 있고 부록에도 나와있다. 아마 따라가기 힘드셨을텐데, 녹색아카데미 웹사이트에 계산 과정을 최대한 상세하게 써서 올려놓은 것이 있는데 그것도 참고하면 좋겠다.

제 발표는 장회익선생님의 접근에 대한 보완, 보충의 차원에서 추가하는 정도로 풀어갈까 한다. 최대한 쉽게 할 예정이다. 적어도 장회익선생님 이론의 관점, 자연철학의 맥락에서 보면 사실은 우주를 이해하는 게 무지무지하게 중요하다.

우주를 이해하고, 거기서 자체촉매적 국소질서 어떻게 나오는지 보고, 거기서 은하와 별이 나오고 지구가 나오고 드디어 생명이 나오고, 앎이 나오는 이 과정을 이해하는 게 나머지 심학 제6-10도의 의미이기 때문에, 6장의 내용을 꼼꼼히 따져보는 것이 의미가 있을 것이다.

사실 제가 장회익선생님 아래에서 박사학위를 하기도 했고, 계속 우주론을 공부해서 제 전공 분야에 가깝기도 해서 친절하게 상세하게 보충적인 발제를 하도록 하겠다.


2020. 8. 27. 자연철학 세미나 – 우주와 물질(1) 녹취 끝.
녹취: 황승미 (녹색아카데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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