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담녹취 6-3] 장회익의 자연철학 이야기: 5장. 통계역학 (3)

자연철학 세미나 대담영상 녹취

이 자료는 녹색아카데미 유튜브 채널을 통해 보실 수 있는 ‘장회익의 자연철학 이야기’ 대담영상에 대한 녹취록입니다. 현재 진행되는 세미나 진도에 맞추느라 녹취록은  4장부터(영상 5-1부터) 있습니다.

대담영상과는 별도로 ‘자연철학 세미나’ 온라인모임을 격주로 진행하고 있습니다. 세미나에서 함께 보는 책은 『장회익의 자연철학 강의』입니다. 일정과 대담영상 등 자세한 내용은 자연철학 세미나 게시판과 유튜브 채널(녹색아카데미)을 참고해주세요.

녹취 내용을 담은 pdf 파일은 아래 링크에서 다운로드 받으실 수 있습니다.


“장회익의 자연철학 이야기 6-3 : 통계역학의 내용 정리 2”은 『장회익의 자연철학 강의』 중 ‘제5장 소를 길들이다: 통계역학’의 내용정리에 해당합니다. 자유에너지, 수소 원자 사례, 거시상태 변화의 원리 등을 다룹니다.

대담영상 6-3에서 다룬 주제들

에너지 고유상태의 정준분포
– 자유에너지
– 양자역학 + 통계역학
– 에너지 고유상태의 정준분포

수소 원자 내 전자들의 상태와 확률 계산
– 수소 원자 내의 전자들의 상태
– 수소 스펙트럼

대상 계와 주변 계, 자유에너지와 엔트로피
– 닫힌 계와 온생명, 열린 계와 개체생명
– 고립 계의 경계?

통계역학에서의 상태와 특성?
– 미시상태와 거시상태
– 통계역학적인 상태는 주로 에너지-운동량 상태를 쓴다

자유에너지의 중요성생명현상과 통계역학


에너지 고유상태의 정준분포

  • 자유에너지

이번에도 온도 이야기다. 아까 얘기했지만 주변의 온도만 알면 자유에너지를 알 수 있고, 자유에너지를 알면 어떤 방향으로 변화가 일어나는지 기본 원리를 알 수 있다. 또 한 가지 굉장히 중요한 것이 있다.

예를 들어서 수소원자를 보자. 수소원자의 전자가 있는데, 전자가 있을 수 있는 상태는 여러가지가 있다. 가장 낮은 에너지 상태가 있고, 양자역학적으로 풀면 훨씬 더 높은 첫 번째 들뜬 상태가 또 몇 개 있고 그 다음에 또 그것보다 더 높은 상태가 있다. 이렇게 전자의 에너지 층이 여러가지 있다.

원래 보어가 가정했던 보어 모형에도 나오지만 그건 그저 가정이다. 양자역학을 통해서 풀면 있을 수 있는 상태들이 여러가지 있다. 여기 하나, 스핀까지 고려하면 둘이고, 그 다음에 8개, 이런 식으로 상태들이 있다.

전자가 원자 핵 안에서 있을 수 있는 상태는 양자역학이 얘기를 해주지만, 그 중에 어디에 있는지는 양자역학이 얘기를 못해준다. 양자역학은 그런 상황에서 전자가 어디에 있을 수 있다고 말해주는 게 슈뢰딩거 방정식의 해이지, 실제 이 전자는 여기에 있다라는 것을 양자역학이 말해줄 수는 없다.

  • 양자역학 + 통계역학

<질문> 초기 상태를 넣으면 전자의 위치를 알 수 있지 않나?

초기 상태가 어딘지 측정을 해야하는데, 원자 속에 있는 전자가 어느 에너지 상태에 있는지를 잴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원리적으로는 잴 수 있다고 친다. 그런데 지금 여기 수소 기체가 100억 개가 있다고 해보자. 그 수소 기체의 전체 성질은 알지만 그 하나하나가 어디에 있느냐를 우리가 알기는 엄청나게 어렵다.

하나를 알기도 어려운데 이 전체 100억 개가 어디에 있는지 다 알아야 그것이 가지고 있는 거시상태, 물질 상태를 알 수 있기 때문에 실제로는 거의 불가능하다. 원칙적으로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사건을 일으켜서 측정하고 관측하는 방법이 있기는 하지만, 간단한 작업이 아니다. 그러면 실제로는 쓸 수가 없다.

내가 십우도에서 얘기했지만, 거칠게 노는 소를 길들여야 쓰는데, 길을 어떻게 들이느냐. 이게 바로 우리가 어떻게 알아서 실제로 활용하느냐 하는 문제이다. 가장 간단한 대표적인 것이 원자의 성질이다. 양자역학 자체는 상태가 어떤 것이 가능하다는 것까지만 얘기하고 나머지는 측정하려면 해봐라, 재주껏 알아봐라, 그것으로 끝이다. 그때 우리는 통계역학을 쓸 수 있다.

그래서 통계적으로 이 전자가 바닥상태에 있을 확률이 얼마, 그 다음 더 높은 에너지 상태에 있을 확률이 얼마, 확률 계산을 통계역학을 통해서 할 수 있다. 그 계산을 어떻게 하느냐? 주변 온도만 알면, 주변 온도는 재면 된다. 이 방 안에 현재 온도에서 수소 원자가 하나 있다고 가정해보자. 이 때에 이 전자는 어느 상태에 있겠냐? 온도 하나만 알면 확률적으로 알 수가 있는 방법이 있는데, 그것이 바로 [그림 2]의 수식이다.

  • 에너지 고유상태의 정준분포
[그림 2] 에너지 고유상태의 정준분포

어느 상태에 있을 확률 Pi는 그 에너지 상태를 온도로 나눈 것의 지수함수에 비례한다. 여기서 Z는, 확률이 각 i마다 값이 다르니까 모든 확률을 다 합친 것이 Z 값이다. 그러니까 모든 i에 대한 Pi값을 다 더하면 1이 되도록 Z값을 정해준다.

<질문> 그러니까 Pi는 부분 나누기 전체라는 뜻인가? exp(-Ei/kT )는 부분, Z는 전체?

그렇다. 전체 확률이 1이 되는데, exp(-Ei/kT )는 그 중의 얼마다하는 것을 알기 위해서 일종의 비례상수 1/Z를 곱해준 것이다. Z는 전체이고 exp(-Ei/kT )는 그 중의 하나이다.

이걸 알면 굉장히 편리하다. [그림 2]처럼 간단하게 증명이 된다. 책에 설명해 놨다. (『장회익의 자연철학 강의』 p.278-279)

S와 W의 관계는 S = k∙log W니까 그걸 뒤집어서 지수함수로 만들면 W = eS/k가 된다. 둘이 동일한 식이다.

그런데 여기서 S를 알 수 있다. Ei가 0일 경우, 그러니까 수소 원자 내의 전자가 어떤 에너지 값을 가지지 않을 때의 내부에너지가 U0이다. U0는 원자를 포함하는 주변 전체의 에너지이다. 그런데 전자가 상태 Ei에 딱 놓이면 Ei만큼 전체 에너지가 줄어들어서 내부에너지는 U0 – Ei이 된다. 전자가 전체 에너지 중에서 Ei만큼 에너지를 잡아먹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U0 – Ei이 어떤 값이냐를 알 수가 있다. U0에 비해서 Ei는 아주 작다. 왜냐하면 U0는 공기 전체의 에너지이고 Ei는 전자 하나가 원자 속에서 가지는 에너지라서 아주 작기 때문에, 이렇게 큰 값에서 작은 것을 뺄 때는 근사식을 이용한다.

[그림 2]의 슬라이드에서, (∂S/∂U)(-Ei)는 단위에너지 변화당 엔트로피의 변화율에 Ei를 곱한 것이며, 이것이 1차적인 근사이다. 근사치를 취할 때는 항상 테일러 전개를 쓴다. 양자역학에서도 여러번 나왔다.

그런데 ∂S/∂U이 바로 온도의 역수이다. 그래서 이 자리에 온도의 역수를 집어넣으면 (∂S/∂U)(-Ei)이 -Ei/T가 돼서,

이렇게 된다. S(U0-Ei) = S(U0)+(∂S/∂U)(-Ei)+… = S(U0)-Ei/T +…

그러면 에너지 -Ei가 엔트로피에 주는 효과는 그것이 없을 때인 S(U0)에서 Ei/T 이만큼 엔트로피를 낮추는 효과가 된다.

<질문> ∂S/∂U를 그냥 1/T로 둔 것인가? 여기서 라운드 ∂는 어디로 갔나? 그리고( + …) 이하는 어떻게 처리됐나?

델타 ⊿나 라운드 ∂나 같은 것이다. (+ …)이하는 무시한다. 1차 근사인 Ei/T도 작은 값인데 2차 이하 근사들은 그보다 훨씬 더 작은 값이기 때문에 다 무시한다. 더 정확하게 하려면 할 수 있는데, 일차적으로 이 정도 하면 충분하다. 이 정도만 해도 굉장히 좋은 근사이다.

그래서 Ei가 있음으로써, 그러니까 전자가 그 자리를 차지함으로써 전체 엔트로피의 변화가 얼마만큼 줄어드느냐 하면, 전자가 그 자리를 차지않을 때에 비해서 Ei/T만큼 낮아진다. 수소 원자가 Ei라는 에너지를 점유함으로써, 이렇게 되는 것이다.

그러면 S(U0-Ei)에 해당하는 확률 W(U0-Ei)은 어떻게 되느냐? W = eS/k이므로 S에 S(U0)-Ei/T를 대입하고 지수함수의 성질에 의해서 풀면 W(U0-Ei) = exp[S(U0)/k] × exp[-Ei/kT] 이렇게 된다.

그래서 W(U0-Ei)을 알 수 있다. 이 값은 확률에 비례한다. 미시상태의 수 W는 확률 P에 비례한다. 비례상수만 안 정했을 뿐이다. 그래서 W(U0-Ei) = exp[S(U0)/k] × exp[-Ei/kT]에서 exp[S(U0)/k]은 에너지와 관계없는 상수니까 제외한다. 확률 P가 미시상태의 수 W에 비례한다는 얘기는 exp[-Ei/kT] 값에 비례한다는 얘기가 된다. (~ 표시는 좌우가 서로 비례한다는 뜻이다.)

단지 비례상수만 정하면 되는데, 비례상수는 모든 i에 대해서 확률 값 Pi를 다 합했을 때 1이 되도록 하는 값 Z를 구해서 역수를 넣어주면 된다. Z = Σ i∙exp(-Ei/kT ) 
Z는 일단 모르는 채로 Σ i∙P= (1/Z) Σ i∙exp(-Ei/kT ) = 1 이렇게 놓는다. 이 식에서 Z를 우변으로 보내면 Σ i∙exp(-Ei/kT ) = Z 이렇게 구할 수 있다. Z는 이런 관계에 의해서 구할 수 있다.

그래서 Pi = (1/Z)∙exp(-Ei/kT ) 이렇게 표시된다. 이렇게 증명할 수 있다.

별거 없이 바로, W와 S의 관계 그리고 테일러 근사식에서 금방 증명이 된다. 에너지 고유 상태 Ei가 얼마냐에 따라서 확률 Pi가 결정된다.

우리는 확률 Pi를 알고 싶은 것이다. Ei에 따라서 Pi가 상대적으로 얼마나 크냐 작으냐를 알 수 있는 것이다. Ei가 바닥상태에 있을 경우, 혹은 이것보다 하나 더 큰 에너지에 있을 경우, 각각의 경우의 확률의 차이를 알 수 있다.

P는 확률이다. 전자가 어떤 에너지 상태에 있을 확률을 에너지와 온도의 함수로 나타낸 것이다. 우리가 꼭 알아야할 것은 온도일 뿐이다. 온도는 제일 쉽게 잴 수 있고, 그러면 확률을 계산할 수 있다. 다음 페이지에 더 자세하게 설명해놓은 게 있다.

수소 원자 내 전자들의 상태와 확률 계산

  • 수소 원자 내의 전자들의 상태

수소 원자내의 전자가 바닥상태(E1)와 첫 번째 들뜬상태(E2)에 존재할 확률비는 얼마냐? 이걸 한번 계산해볼 수 있다.
[그림 3]에서 확률의 비  P2/P1 니까  exp[-E2/kT]과 exp[-E1/kT]의 비가 된다. 각각의 상수는 같으니까 상쇄된다. 그리고 식 exp[-E2/kT] ∕ exp[-E1/kT] 은 지수함수의 성질때문에 exp[-(E2-E1)/kT] 이렇게 된다.

[그림 3] 수소 원자 상태들의 점유 확률

따라서 에너지 E2, E1의 값과 온도 T만 알면 P2/P1을 알 수 있다. 그런데 E2, E1은 실제로 양자역학적인 계산에 의하면 E1=-13.6 ev이고  E2=-3.3 ev이다. 원자 안에서는 일렉트론 볼트(ev)라는 단위를 많이 쓴다. 사실 E2와 E1은 10.3ev라는 에너지 갭을 가지고 있다.

그런데 kT는 얼마냐. 상온일 때의 온도와 볼츠만 상수를 집어넣어서 계산해보면, 1/40ev에 해당한다.

그래서 (E2-E1)값 -10.3과 kT의 값 1/40을 넣으면 P2/P1 = exp[-10.3/(1/40)] = exp(-412) 이 된다.

exp-412 값은 e값을 412번 곱한 것 분의 1이다. e값이 2.7 조금 넘는데, 이걸 412번 곱하면 얼마가 되나? 천문학적인 숫자가 넘는다. 엄청나게 많은 것 분의 1이다. 그러니까 확률로 보면, 상온에서 전자가 가장 낮은 상태에 있을 확률과, 그것보다 하나 높은 에너지 상태에 있을 확률의 비는 천문학적 숫자 분의 1이다.

상온에서는 거의 틀림없이 가장 낮은 상태에 있다는 뜻이다. 바닥상태에 있다는 것이다. 우리는 측정도 안해보고 어디에 전자가 있는지 알아버린 것이다.

이런 식으로 활용을 해서, 실제로 양자역학에서는 아주 특별한 경우 외에는 측정하기가 불가능하지만, 이런 주변의 온도 하나만 알면 통계역학을 이용해서 어떤 상태에 있다하는 것을 거의 99.9999%의 확률로 알아낼 수 있는 것이다. 그래서 통계역학이 없었더라면, 양자역학 아무리 해봤자 실제로 써먹을 방법이 없다. 현재 상태가 뭔지 알 수가 없으니까.

그런데 통계역학과 양자역학을 이용하면 현재 상태를 간단하게 알 수 있다. 수소 원자 가령 1리터 속에 딱 집어놓고 온도계만 보면, 아! 어느 상태에 있겠구나, 다 바닥상태에 있겠구나하는 것을 알 수 있는 것이다. 그것뿐 아니라 다른 것도 다 마찬가지다. 그래서 통계역학이 엔트로피, 그리고 엔트로피를 통해서 나온 온도 개념이 얼마나 유용하냐를 말해주는 것이다.

<질문> E2, E1값은 정해져 있나?
그것은 양자역학적으로 슈뢰딩거 방정식을 풀면 그렇게 밖에 안되게 나온다. 영향을 미치는 건 온도밖에 없기 때문에 온도계만 있으면 상태를 알 수 있다.

<질문> 그러면 수소가 상온에 있을 때와 태양에 있을 때의 상태를 다 알 수 있는 것인가?

그렇다. 태양은 뜨거우니까. 그런데 실제로 이것은 확률이고, 어떤 이유로 외부에서 자극을 줘서 에너지 상태를 위로 올려버릴 수는 있다. 올려버리면 전자 상태가 위로 올라가있거나 떨어지는데, 그것이 또 외부의 영향을 받으면 미시상태들끼리 왔다갔다 할 것이다. 그러면 바닥상태에 있을 확률이 위에 있을 확률보다 워낙 크기 때문에 얼마 안돼서 떨어진다. 그렇게 떨어지는 동안에 에너지 차이만큼 빛으로 나간다.

  • 수소 스펙트럼

그래서 수소 원자를 자극시키면 외부 자극 때문에 더 높은 데로 일시적으로 올라가는데, 이런 확률때문에 높은 에너지 상태에 있을 확률보다 더 확률이 높은 쪽, 즉 바닥상태로 이동하기 때문에, 이동하면 에너지 차이 때문에 빛으로 나간다.

그래서 어디서 이동하느냐에 따라서, 더 높은 데서 이동하면 그것보다 더 큰 진동수를 가진 빛이 나오고, 그것보다 낮으면 더 낮은 진동수 빛이 나오고. 그래서 수소 원자의 스펙트럼이라고 해서 몇 가지 파장을 가진 것들만 나온다. 어느 상태에서 떨어졌나에 따라서 진동수가 다르다.

[그림 4] 수소 스펙트럼 계열. 수소 원자의 전자 전이할 때 방출되는 스펙트럼의 파장과 진동수는 에너지 레벨에 따라 다르다. (출처: wikipedia)

처음에 자극을 안주면 높은 에너지 상태로 올라가지 않는다. 떨어지는 이유는, 외부에서 전자를 막 때린다든가 자극을 줘서 일단 튀어나가게 만들면, 그 다음부터는 아무 자극을 안주고 있어도 각각 떨어지면서 스펙트럼이 나온다. 그것이 수소 원자에서 나오는 라이만 시리즈 등 몇 가지 스펙트럼이 있다.

그 스펙트럼이 있다는 것을 19세기 말에 알았던 것이다. 왜 그렇게 되느냐 하는 것은 알 방법이 없었는데, 수소 원자를 계산하니까 그런 차이가 나오고, 그런 차이는 또 왜 나오냐? 자극을 받았는데 자극을 받으면 확률적으로 이런 확률때문에 돌아가려는 성질이 있어서 돌아가는 동안 그 빛을 낸다, 이렇게 설명이 되는 것이다.

<질문> 현상을 먼저 알고 원인을 나중에 알게 된 것인가?
그렇다. 처음에 그런 걸 봤을 때는 완전히 수수께끼였다. 왜 그렇게 되느냐. 그런데 이런 설명은 양자역학이 나온 후의 얘기이고, 양자역학이 나오기 전에 보어가 모형을 만들었다. 어떤 이유때문에 에너지 차이에 해당하는 그런 궤도가 따로 있다하고 가정을 했다.

보어가 간단한 모형을 만들어서 설명했는데, 그것은 양자역학 이전에 만들어진 보어모형이라고 한다. 그런데 양자역학을 통해서 보어모형에 해당하는 에너지 레벨이 정확하게 계산이 되고, 통계역학을 통해서 이런 확률이 나오고, 그러면서 이런 현상이 설명되는 것이다.

<질문> 양자역학과 통계역학은 둘이 마치 단짝같이, 양자역학이 나와서 통계역학은 상태의 수를 정확하게 알 수 있었고, 통계역학이 있어서 양자역학은 상태를 어렵지 않게 알 수 있고…

그게 둘이 같이 가는 것이다. 아주 재밌는 것이다. 그러니까 양자역학이라는 소를 기껏 잡아냈는데 양자역학만 가지고는 조정을 못하는 것이다. 그런데 통계역학이 나와서 길을 들여서 타고 갈 수 있게 된 것이다. 통계역학이 있어서 우주여행을 할 수 있는 것이지. 그 바탕은 양자역학이다. 양자역학과 통계역학이 다 필요하다. 둘이 어떻게 결합해서 현상을 설명하느냐, 이런 얘기다.

<질문> 슈뢰딩거 방정식이 나올 무렵에 통계역학을 이렇게 활용할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나?

그렇다. 이건 벌써 엔트로피의 정의를 이렇게 하면 바로 나오니까. 볼츠만이 이미 해놨으니까. 금방 알 수 있다. 

<질문> 볼츠만은 1906년에 돌아가셨고, 슈뢰딩거 방정식은 1926년에 나왔으니까.
볼츠만의 제자가 될뻔한 사람이니까. 자기 스승이 될뻔한 사람이 벌써 해놓은 거니까.

<질문> 슈뢰딩거는 볼츠만도 공부했고, 그때 당시 스승님이 맥스웰을 공부하라고 해서 맥스웰도 공부해서 슈뢰딩거 방정식을 만들 수 있었던 게 아닐까?

대상 계와 주변 계, 자유에너지와 엔트로피

<질문> 자유에너지에서 주변 계의 온도와 나머지는 대상 계의 자유에너지, 대상 계의 내부에너지, 대상 계의 엔트로피인데, 여기서 대상 계의 온도는 전혀 의미가 없나?

대상 계는 많은 경우에 주변 계와 열평형을 이루는 경우가 많다. 실제로는 자유에너지 속에 대상 계의 온도는 안들어간다. 실제로 그것도 생각할 수는 있다. 그런데 열평형일 때는 대상 계와 주변 계의 온도가 서로 같아진다. 그래서 그 자체의 온도를 쓴 것처럼 생각해도 상관은 없다. 그러나 엄격하게 얘기를 하면 주변 계의 온도이고, 대상 계 자체의 온도와는 무관하게 온도가 달라도 상관없다.

<질문> 엔트로피를 처음에 정의를 할 때 고립 계의 엔트로피를 정하는데, 대상은 항상 그 계 자체였다. 그런데 자유에너지의 정의로 가면서 대상 계와 고립 계 둘 다 보고, 대상 계의 뭔가를 알고자 할 때 배경 계의 온도를 이용하는 형식으로 바뀌었다. 그런데 생명을 설명하는 책들에서 엔트로피와 계 이야기를 많이 한다. 생명 중에는 닫힌 계가 없다, 다 열린 계라면서 열린 계 얘기를 한참 한다든가, 우주는 고립 계다 이런 식으로 얘기를 하면서 주변과 그 계를 같이 보는 건 잘 못봤다.

막연하게 설명들을 하고 있어서 그렇다. 엄격하게 우리가 알아야 된다. 자유에너지는 주변의 모든 영향을 주변 계의 온도 하나로 딱 요약해서 그 영향을 놓고, 그 다음에는 대상 계 자체의 성격만 가지고 하는, 이런 간단한 방식을 쓰는 게 자유에너지 관점이다. 그 자유에너지 관점을 가지고 모든 현상을 설명을 해야 바른 설명이 되는 것이다.

  • 닫힌 계와 온생명, 열린 계와 개체생명

그래서 열린 계 어쩌고 하는 것은 막연한 얘기다. 사실 열린 계는 밖에서 뭐가 오는지 그것도 미정으로 있으면, 그것의 성질을 알 수가 없다. 그래서 나는 온생명을 닫힌 계로 본다. 온생명 안의 개체생명은 열린 계이다. 열린 계는 온생명의 나머지와 관계를 맺는다. 일반적으로 개체생명만을 생명으로 보기때문에 나머지는 그냥 열린 계의 한 부분으로 본다.

그래서 소위 열린 계라고 할 때에, 열린 바깥을 어떻게 보느냐, 바깥의 무엇을 보느냐 이것이 규명이 되지 않으면 무의미한 얘기가 된다. 열린 계니까 모든 걸 다 할 수 있으니까. 대상 계의 성질을 안다는 것이 별 의미가 없다. 열린 계 밖에서 다 하는데 뭘 하는지 열린 계니까 제대로 서술 못하겠다 해버리면, 사실 거의 아무것도 못 하는 것이다.

지금 이 컵과 컵 안의 물을 대상 계로 보자. 이 대상 계는 열린 계인데 주변과의 관계는 맺고 있다. 그런데 아주 중요한 이 대상 계의 변화의 방향은 주변의 온도 한 가지만 알면 된다. 그리고 온도와 컵의 에너지와 엔트로피가 중요하다. 그러면 이 컵 안의 물이 어떻게 변할 것인가 알 수 있다. 이 컵이 어디로 움직일 것인가 이런 얘기가 아니라, 이 컵의 물이 얼음이 될 것인가 수증기가 될 것인가 이런 변화를 말한다.

  • 고립 계의 경계?

<질문> 고립 계의 경계는 우주적인 수준까지 나가야하나?

그럴 필요는 없다. 지금 우리가 있는 방 정도면 된다. 우리가 이 방 안에서 이 컵 안의 물이 액체로 있을 거냐 고체로 있을 거냐 정도는 이 방안의 공기 정도의 상태만 알면 결정된다. 기본적인 방의 온도만 생각하면 창문으로 오가는 온도 차이 정도의 영향은 무시할 수 있다. 현실적으로 취할 때는 이 방이면 방, 전지구적으로 생각할 때는 지구 주변의 온도를 생각하면 된다.

<질문> 고립 계를 임의로 설정할 수 있나?

그렇기는 한데, 근사적인 것이다. 아주 엄격하게 얘기한다면 우주를 다 포함해야한다고 할 수 있겠지만, 그렇게까지 하면 아무것도 못한다. 그래서 현실적으로 목적에 맞게 쓰면 된다.

그런데 현실적이라 하더라도 지구와 우주 대부분의 현상들은 일단 주변의 온도와 관계가 있다. 주변 온도를 항상 염두에 두고 변화를 봐야하는데, 그때는 그냥 에너지가 아니라 자유에너지의 변화를 봐야 한다. 그것이 핵심적인 내용이다.

통계역학에서의 상태와 특성?

  • 미시상태와 거시상태

<질문> 제일 헷갈리는 부분은, 선생님이 세우신 앎의 틀, 앎의 바탕 여기를 계속 염두에 두면서 보고 있는데, 양자역학 들어가면서부터 대상의 특성, 즉 ‘무엇이’에 해당하는 부분이 뭔지 계속 안개같이 잘 모르겠다. 통계역학으로 오니까 특성이 뭔지도 모르겠고 상태도 뭐로 규정되는지 명확치 않은 것 같다.

사실은 통계역학도 원자 하나를 대상으로 할 수도 있다. 지금 이 경우는 수소 원자 하나를 대상으로 한 경우다. 그리고 원자들이 모인 경우도 대상이 될 수 있다. 그런데 실제로 통계역학에서는 우리가 경험하면서 사는 세계를 이해하려고 한다. 우리가 일상적으로 만나거나 우리 일상에서 중요하게 여겨지는 어떤 것도 대상으로 삼을 수가 있다.

그 대상의 특성은 역시 그 대상의 질량이라든가 그 안이 무엇으로 구성되어 있다, 어떤 상호작용을 하고 있다, 이런 것이 될 것이다. 그리고 대상의 상태는 그것을 슈뢰딩거 방정식(푼다면 여러 개로 구성된 대형 슈뢰딩거 방정식을 풀어야되겠지만)의 해같은 것에 해당한다. 해 하나하나를 다 푸느냐, 많은 경우에 그렇게 하지는 않는다. 이론적으로 그렇다는 것이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거시상태를 우리가 규정할 때에, 거시상태에 해당하는 미시상태가 몇 개가 되느냐 하는 것이 관심사이다. 더 구체적으로는 미시상태의 수를 계산하는 것도 간단하지는 않다. 하나의 상태에서 또 다른 하나의 상태로 변할 때에, 여기의 미시상태를 A라고 하고 저기의 미시상태를 B라고 할 때에 A와 B의 비율이 얼마냐, 결국 그게 중요하다.

아까 봤지만, 물로 있을 때의 미시상태의 수와 얼음으로 있을 때의 미시상태의 수의 비같은 것, 그 정도가 중요하다. 그리고 그런 것들은 대개 온도를 알면 간접적으로 거기서부터 찾아낼 수가 있다. 아까 물의 경우를 사례로 찾아봤다. 그렇게 되면 어떤 비율로 어떤 것이 얼마나 있을 수 있는 확률이 높다 이런 것을 알 수 있다.

훨씬 더 현실적인 현상에 접근해서 설명할 수가 있다. 그런 이론적인 연관은 이론적으로 이렇게 이렇게 관계된다는 것을 파악하는 것이 중요한 거지, 여기서부터 다 계산해야된다는 것은 아주 특별한 경우 외에는 하기도 어렵고, 실제로 필요하지도 않다. 여기서는 이것만 있고, 이것과 달리 저기서 다른 게 있고 이런 것은 아니다. 다 연결이 되어 있다, 이 사실을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

  • 통계역학적인 상태는 주로 에너지-운동량 상태를 쓴다

<질문> 양자역학적인 대상에서의 상태는 상태함수라는 것으로 딱 주어진다. 그러면 통계역학적인 거시상태(개괄상태)는 그 계 자체의 에너지 상태, 뭐 이렇게 주어져야 하나?

그 가능한 상태 수를 계산하는 방법은 대개 에너지-운동량 상태를 계산한다. 에너지나 운동량 상태를 계산하는 방법은, 에너지나 운동량이 특별한 값을 가지게 될 상태의 수, 또는 위치와 시간의 값이 특별한 값을 가지게 될 상태의 수를 계산할 수도 있다.

우리가 일반적으로는 위치-시간 상태를 많이 생각한다. 보통 상태함수라고 하면 위치와 시간의 함수니까. 어느 위치에 있을 상태를 위치의 고유상태들로 구분할 수 있기는 한데, 그것보다는 에너지-운동량을 주로 쓴다.

에너지-운동량으로 보느냐 위치-시간으로 보느냐 하는 것은 항상 대등하기 때문에 상태의 수를 보통 계산할 때는, 즉 슈뢰딩거 방정식의 해를 구할 때는 에너지와 운동량 상태, 에너지와 운동량이 서로 구분되는 상태가 무엇이며 몇 가지가 있느냐 이것을 보통 계산한다.

그래서 그것을 바탕으로 상태의 수를 따진다. 여기서도 봤지만(그림 3) 에너지가 얼마냐에 따라서 확률이 다 달라지기 때문에, 어느 에너지를 가진 상태냐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고 통계역학적으로 유용하다.
그래서 실제로 양자역학적인 상태를 통계역학에 쓰기 위해서는 거의 대부분 운동량과 에너지 상태를 쓴다.

<질문> 그러면 거시상태에서 그 규정들이 연속적으로 되는 건가, 불연속적으로 되는 것인가.

원칙적으로는 불연속인데, 많을수록 그 갭이 잘게 돼서 실제로는 거의 연속으로 간다. 큰 상태로 가면 사실은 거의 연속적이다. 수소 원자를 볼 때처럼 특별히 한 두 개를 할 때에는 불연속이 크다. 수소 원자 안에 있는 에너지 상태는 보통 크다.

아까 얘기했지만 재미난 것은, 결정체, 다이아몬드같은 경우에 전자들이 가질 수 있는 상태 수가 다 나온다. 갭이 탁 있어서 점프하고 또 갭이 있고, 이런 묘한 성질들을 가지고 있다. 그 갭 상태가 있을 때는 외부에서 어떤 자극을 주더라도 아래쪽의 전자가 위로 갈 수 없기 때문에 외부는 거기에 영향을 못 준다.

그래서 그 에너지 차이만큼보다 낮은 어떤 빛이 물질에 닿으면, 예를 들어 다아몬드의 경우에 우리가 보기에는 그 단단한 다이아몬드를 빛이 휙휙 패스하는 것이다. 그런 양자역학적인 상태의 성질 때문에 그런 현상이 나온다. 그렇게 양자역학적으로 이해할 수 있다.

예를 들어서 갭보다 큰 에너지를 가지는 어떤 자극을 주면 어떤 확률로 얼마만큼 상태가 변할 것이냐 이런 것들을 생각할 때는 통계역학적인 방법을 쓰는 것이다. 그래서 항상 현상 자체를 설명할 때는 통계역학적인 방법을 쓴다. 그 기본 바탕은 양자역학적인 상태를 쓴다.

고전역학으로는 다이아몬드의 전자상태를 계산할 방법도 없고, 의미도 없다. 양자역학이 들어가면서 그런 것들의 많은 부분을 해명할 수 있게 되었다. 현대과학에서 ‘물질을 이해한다’는 것은 물질의 양자역학적인 성질을 이해하는 것이다. 결정구조라든가 이런 것들은 원자핵의 배치같은 것과 관계되지만, 실제로는 그 안의 전자들의 상태가 중요하다.

대부분의 전자들은 묶여있다. 원자핵 주변에 다 묶여 있다. 아까 얘기했지만 이런 전자들은 바닥에 항상 묶여 있다. 밖에 떠도는 비교적 자유로운 전자들이 외부와 어떤 상호작용을 하느냐에 따라서 그 물질의 물리적인 성질이 거의 대부분 결정된다.

그러니까 무슨 색깔인지도 양자역학적으로 결정된다. 빛을 받을 때 그 색깔에 해당하는 에너지를 받아서 흡수해버리면 그 색깔의 보색에 해당하는 색깔이 밖으로 나간다. 가시광선은 백색인데 거기 부딪히고 나서 가령 황색이 될 경우에 우리는 그 물체가 노랗다고 얘기한다. 다 양자역학적인 관계때문에 나오는 현상이다.

자유에너지의 중요

자유에너지의 중요성을 조금 더 얘기를 해야한다. 다음 챕터, 우주 얘기할 때 해도 되기는 하는데, 미리 조금 얘기해보자. 우주 내에 기본입자들이 있는데 이것이 왜 원자 핵을 이루고 있나, 왜 원자를 이루고 있나, 또 왜 어떨 때는 분자를 이루느냐. 이런 것들이 무슨 이유로 어떤 과정을 통해서 달라지느냐가 통계역학과 양자역학으로 다 설명이 된다. 이런 얘기는 시간관계상 우주 얘기할 때 함께 하면 되겠다.

자유에너지가 중요한 이유는, 결국은 우주의 온도가 내려가면서 위에서 본 식에서 T가 달라지니까, 가장 낮은 자유에너지 상태를 가지는 형태로 변해나가는 것이다. 온도가 낮으면 낮을수록 더 정교한 결합을 가지는 것이, 자유에너지가 더 낮은 쪽이 된다. 온도가 높을 때는 뿔뿔이 흩어지는 것이 자유에너지가 더 낮은 경우가 되고. 그래서 항상 자유에너지가 낮은 쪽으로 따라가다보면 점점 우주가 식으면서 여러가지 다양한 또는 정교한 물질들이 출현한다. 

그런데 거기에는 두 가지 조건이 있다. 하나는 자유에너지가 낮은 것이 있지만, 아까 얘기했지만 자유에너지가 낮아도 가운데 경계(문턱)로 막아주는 것이 있으면 갈 수가 없는 경우가 있다. 그걸 점프해야하는 것이다. 그걸 어떤 방식으로든 낮춰주든가 무슨 이유때문에 가는 루트가 설명이 돼야한다.

루트라는 것은 미시상태들끼리 서로 바뀔 수 있는 길이 열려야되는 건데, 그 길이 쉽게 안열리는 경우들이 있다. 그 길이 열리도록 하는 상황이 또 필요하다. 예를 들어서 원소들을 보자. 우리가 알고 있는 원소들로 90여 가지가 있다. 우주 내에 기본입자들이 있다고 해서 온도가 쭉 떨어지면, 그 원소들이 하나씩 만들어지느냐? 그렇게 해서는 만들어지지 않는다.

왜냐하면 기본입자들이 가까이 접근하면, 접근하기 어려운 상당히 강한 반발을 먼저 받는다. 그래서 결합을 일단 해야 자유에너지가 낮아지는 상태가 된다. 그 결합을 방해하는 문턱이 대단히 심하다. 그래서 그 방해를 극복할 수 있는 상황이 뭐냐. 큰 별에서 굉장한 압력을 받아서 꽉 자극을 줄 때에 비로소 극복하고 결합이 된다. 핵융합 반응이 별 속에서 일어나는 것이다.

우리 태양에서는 헬륨이 그렇게 해서 만들어진다. 태양 정도의 압력가지고는 산소, 질소 이런 더 큰 원소는 못 만든다. 태양에서는 그런 것들은 안만들어진다. 태양보다 훨씬 더 큰 별에서 압력을 더 가하면 헬륨끼리 결합해서 더 큰 원소로 가는데 그게 더 자유에너지가 낮은 상태이기 때문이다.

또 더 압력이 강하면 그게 더 낮은 자유에너지 상태가 되니까 또 더 큰 원소로 결합하게 된다. 그 상태가 자유에너지로 보면 상당히 안정적인 것이다. 그래서 그런 큰 원소들이 일단 만들어지면 별이 깨지더라도 원소들은 깨지지 않고 몰려다니는 것이다. 그래서 우리 지구에서 보는 다양한 원소들이 있는 것이다.

자유 공간에서 온도만 낮아진다고 해서 이런 원소들이 만들어지는 게 아니고 강한 압력에 의해서 경계를 넘어서야만 가능하기 때문에 큰 별을 통해서 원소들이 만들어졌다. 이런 얘기들을 우주의 이해 속에서 다음 시간에 자세히 얘기를 해보자.

<질문> 열역학 제2법칙이나 엔트로피를 다루는 책자에서 흔히 나오는 얘기들이 있다. 어떤 고립 계는 엔트로피가 최대가 되는 방향으로 가게 돼있다고 하면서, 열죽음 이런 얘기를 한다. 열이 불균등하게 분포되어 있으면 고른 쪽으로 간다라고 하고, 지금 우주가 절대온도 0K에 가까운 값의 온도로 평균적으로 분포한다고 보는 것도 자연스러운 상태이기 때문에 그렇다라고 얘기하는 것 같다. 그런데 지금 이렇게 자유에너지를 얘기하는 이 단계에서는 온도의 함수로 대상 계의 엔트로피가 달라지고, 그러니까 계의 온도와 열역학 법칙이 별로 관계가 없는 것처럼 느껴진다.

에너지와 엔트로피의 관계가 중요하다고 얘기를 했다. 그런데 에너지와 엔트로피의 관계가 주어지면 단위 에너지당 엔트로피가 얼마만큼씩 증가하는가 하는 2차적인 변화, 그것이 바로 온도이다. 그러니까, 일반적으로 에너지가 높아지면, 즉 에너지가 많이 들어가면 온도가 증가한다. 일단 에너지를 많이 가지면 더 이상 에너지 증가에 대해서 엔트로피의 증가율은 적어진다는 얘기다. 그 얘기가 뜨거워진다는 뜻이다.

그러니까 온도는 2차적인 것이다. 에너지와 엔트로피가 1차적인 것이다. 에너지가 있으면 엔트로피가 결정이 된다. 그러면 온도는 어떻게 결정되느냐. 그것은 그 에너지 상황에서 다시 에너지가 증가할 때에 엔트로피의 변화 양상이 어떻게 되느냐 하는 것을 봐야 한다. 에너지가 클수록 그 다음부터는 엔트로피가 증가하는 값이 작아진다. 작아진다는 얘기는 그것이 바로 뜨거워진다는 얘기다.

직관적으로 잘 안들어오지만 가만히 생각해보면 이해가 된다. 차다는 얘기는 에너지가 조금만 들어와도 엔트로피가 크게 올라가려고 한다는 얘기다. 다른 것과 접촉할 때 에너지를 조금만 받아도 엔트로피가 크게 올라갈 수 있는 상황이면 에너지가 높은 데에서 낮은 쪽으로 에너지를 확 뽑는다. 낮은 쪽으로 가면서 엔트로피가 전체적으로 올라가기 때문이다. 그래서 찬 것에 닿으면 우리가 열을 뺏기는 것이다. 열이 많이 올라가니까. 차다는 것은 에너지를 조금만 받아도 엔트로피가 확 올라갈 수 있는 것을 말한다. 냉도같은 것이다.

<질문> 통계역학 법칙은 동역학 법칙으로 환원이 되는 게 아니고 완전히 별개이기 때문에, 결국은 짝꿍같이 궁합이 맞는 두 주머니를 차고 있다라는 생각이 든다. 이게 입자들 하나하나들이 갖는 것과 다른 차원이라고 얘기하면 안될 것 같고, 다른 국면에서 여러 개의 입자들이 함께 집합적으로 만들어내는 새로운 현상에 대한 법칙이기 때문에 그런 것인가?

그렇게 얘기할 수 있는 면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조금 성격적으로 다르다. 동역학에서는 엔트로피라는 개념을 적용할 수가 없다. 그런데 자연계에 나타나는 현상은 이상하게도 서로 다른 미시상태들의 군들이 있어서, 그 군들의 외형적인 성질은 구분이 안되는 형태로 많이 존재한다. 이렇게 미시상태는 다른데 거시상태로는 동일한 형태로 존재하는 모습에 대한 서술과 이해가 통계역학, 열역학 이런 것이다.

동역학은 그런 상태 하나하나가 어떻게 있을 수 있느냐, 그리고 그것의 성질이 어떠냐 하는 것을 얘기해주는 바탕에 있는 그런 이론이다. 그래서 자연계에 있는 현상들은 그 동역학적인 상태를 바탕으로 삼고, 그것들의 무리가 가지고 있는 또 다른 성질을 외형적으로 보여준다. 통계역학은 이제 그것들이 보여주는 무리들이 어떻게 변해나가느냐를 나타내는 것이다.

생명현상과 통계역학

그리고 그 중에서 아주 흥미롭고 우리한테 정말 중요한 것은 관심사는, 확률적으로는 대단히 작지만 굉장히 정교한, 다시 말하면 그 무리 안에 있는 미시상태의 수는 작지만 그것이 현상적으로는 그 자체가 독립적으로 의미를 가지게 되는 그런 현상들이 나타나게 된다. 아주 정교한 현상들이다.

여기서 앞으로 크게 갈라지는 있다(1차 질서와 2차 질서). 미시상태 수가 많아져서 거시상태 몇 가지로 뿔뿔이 갈라지고, 그리고 우연히 가장 낮은 것이 아닌 조금 덜 있음직하지만 어떤 이유때문에 가장 낮은 쪽으로 가지 않는 그런 현상들이 우리 눈에 구분되는 대상들 대부분이다.

그런데 그 중에서 아주 정교한 것으로 올라가는 쪽이 하나 있다. 놀랄만큼 더 정교하다. 그것이 형성되는 메카니즘이 있고, 또 그것이 계속 유지되는 메카니즘이 있다. 이것이 생명현상인데, 그 생명현상은 바로 통계역학적인 것 중에서 미시상태 수는 작지만 거시상태로 독자적으로 있을 수 있는, 그래서 우연히 생기기는 굉장히 어려운, 굉장히 희귀한 현상인데 현실적으로는 나타나는 것들이다. 그것이 우리한테 가장 중요한 생명을 이루는 것이다. 생명 자체가 바로 그것이다.

이번에는 또한번 놀라운 점프를 해야한다. 무슨 점프냐하면, 2차 질서라고 내가 부르는 것이다. 그것은 어떻게 정말 우리 상상으로는 생각할 수 없는, 보통 거시상태로는 확률적으로 너무 낮아서 상상도 할 수 없는 것들이 출현하는 것이다. 그리고 그것이 어떤 놀라운 현상을 일으켜서 이 세계가 있는 것이다.

이것이 생명의 세계, 생명의 이해로 올라간다. 우주 내에는 그런 놀라운 것도 있다는 것, 이것을 이해해야 한다. 생명 이해도 결국은 역시 동역학과 통계역학에 바탕을 둔다. 생명으로 가는 어떤 길이 있길래 그리로 가느냐, 그 길을 찾아서 그 현상을 이해하는 것이 필요하다.

<질문> 혹시 우리 세계를 이루는 기본 구성입자들, 요소들에 대한 것이 동역학적인 법칙으로 다 서술이 된다고 하면, 통계역학적인 대상이 되는 것들은 그것부터 2차질서라고 해야하는 것은 혹시 아닌가?

그건 그냥 말을 붙이기 나름이다. 동역학적인 것을 1차 질서라고 하고 통계역학적인 것을 2차 질서라고 보자, 그것도 말이 된다. 그런데 그건 그냥 통계역학적인 것이고, 나는 그렇게 말하지 않는다.

그런데 같은 통계역학적인 것 중에 또 전혀 다른 두 가지로 구분된다는 것이다. 1차 질서라고 하는 것은 무덤덤하지만, 그것도 꽤 높은 질서일 수도 있다. 화성의 여러가지 정교한 모습도 만들어질 수 있고, 요즘 우주여행을 하다보면 저 멀리 해왕성, 천왕성 이런 데에도 기기묘묘한 현상들이 있다. 이런 것까지는 1차 질서다.

그런 정도의 1차 질서도 신비하고 놀랍기는 한데, 그것하고는 비교가 안될 정도로 천문학적 숫자 이상의 더 높은, 엔트로피 입장에서는 굉장히 낮지만 그러나 거시적인 형태로 유지가 되고 있는, 1차 질서와는 카테고리가 달라보이는 또 하나의 현상이 있다는 것이다. 이것을 나는 2차 질서로 본다. 그 2차 질서를 이해하는 것이 생명 이해의 핵심이다. 

그리고 우리 책에서 그 다음에 나올 내용은, 그 생명 안에서 이번에는 주체라고 하는 것이 또 어떻게 나타나는가하는 것이다. 이것도 새롭게 이해해야할 또 하나의 점프다. 그 다음에는 우리 삶의 세계, 나라는 것이 비로소 이해가 되는 단계로 가는 것이다. 거기까지 가자하는 것이, 우리가 여기서 시도하는 목표이다. 여기서 대충 이정표를 이 책에서 제시한 것이다.

<질문> 통계역학 쪽에서부터 뭔가 세계가 더 고차화되는 것 같다.

당연히 그렇다. 그리고 거기서 다시 1차, 2차로 갈린다. 같은 통계역학적인 것이지만.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보는 모든 것이 거의 다 통계역학이다. 그 중에서 우리 상식으로 얘기하면, 생명과 생명아닌 것 이렇게 이분법적으로 구분하지만, 그게 그렇게 간단한 것이 아니다. 1차, 2차 두 가지 질서가 어떻게 다른 메카니즘으로 연결이 되느냐. 그렇게 접근해야 생명이 무엇이며 어떻게 유지되나 이해할 수 있다.

종래에는 그것도 다 다른 카테고리로, 독립적으로 연구하는 걸로 다 나누어버렸다. 중간 연관을 모르니까 각각 다른 얘기들을 했다. 이제는 연결할 수 있게 됐다는 것이다. 가장 기본적인 동역학적인 것에서부터 중간의 특별한 단절없이 전체를 연결하는 것이다. 이것을 나는 ‘온전한 앎’이라고 부른다. 즉 모든 것이 한눈에 보이도록 한 것이다. 그 이해가 우리가 우주를 이해하고 우주 안에 내가 산다는 것을 이해하는 기본 바탕이다라는 생각으로 이 주제를 보고 있다.

(대담영상 6-3 끝)


녹취: 황승미 (녹색아카데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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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녹색아카데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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