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으로 읽는 문명이야기 – 광산과 공장, 산업과 문명


“앨리스는 무슨 영문인지 도무지 알 수 없었다. 모자 장수가 하는 말은 아무 뜻도 없는 것 같이 느껴졌지만, 분명 다른 나라 말은 아니었다.”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루이스 캐럴 지음. 한낙원, 한애경 옮김. 창비. 2015. p.107.

루이스 캐럴의 소설에 나오는 ‘미친 모자장이’는 19세기 영국의 상황을 반영하는 캐릭터이다. 당시 섬유산업과 모자 제조에 종사하는 사람들은 동물의 가죽과 털을 부드럽게 하기 위해 맨손으로 수은용제에 손을 담그고 일을 했기 때문에 몇 년 일하고 나면 수은에 중독되었고 미친 사람같은 증상을 보여 이런 말이 생겨난 것이다.

노동자들은 배고픔과 과로 상태에서 일을 했지만 수은 중독 증상이 나타나면 가차없이 공장에서 쫓겨났고 병과 기아로 사망했다. 수은에 중독되면 중추신경계가 손상되어 말이 어눌해지고 기억력이 떨어지며 중추신경계 결핵종 증 심각한 질병에 걸릴 수 있다.

[그림 1]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에 등장하는 ‘미친 모자장이’는 이상한 말들을 한다. 당시 모자장이들은 펠트 모자 제작 과정에서 사용하는 수은에 중독되어 미친 사람처럼 보였고 그래서 ‘미친 모자장이’(mad hatter; mad as a hatter)라는 말이 생겨났다. (출처: wikipedia)

서유럽과 북아메리카, 일본과 동유럽 그리고 소련 등의 나라에서 공업화가 이루어지면서 산업 과정에서 발생하는 독성물질과 쓰레기들은 노동자뿐만 아니라 지역의 주민들에게도 심각한 영향을 미쳤다. 직업병은 1682-1714년 사이에 이탈리아에서 발견되었다. 모데나와 파두아 대학의 의학 교수였던 베르나르디노 라마치니는 납과 수은이 병을 일으킨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당시 도공들이 사용하는 유약에는 납 성분이 들어있었고 도금장이와 모자장이는 수은용제를, 유리장이는 붕사안티몬을 사용했다. 납에 중독되면 떨림, 중풍이 생기고 이가 빠지며, 붕사와 안티몬은 폐를 상하게 하고, 수은은 신경을 손상시킨다.

[그림 2] 베르나르디노 라마치니. 17세기 이탈리아 의사로 직업병을 처음 발견했다. (출처: wikipedia)

모든 산업 과정은 원재료를 마련하여 가공하고 제품으로 만들어 유통, 판매하는 과정을 거친다. 특히 광산과 공장에서 발생하는 오염은 지역적으로도 지구적으로도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 초기의 공업 활동에서는 오염물질을 걸러내는 과정이 없었기 때문에 주변 지역의 환경오염이 더욱 심했다.

납은 비교적 다루기 쉬워 로마제국 시대부터 사용되었고 특히 수도관 재료로 쓰였다. 로마시대의 문필가 스트라보는 납 주물 공장의 굴뚝을 달아서 “무겁고 치명적인 가스를 높이 뽑아 올려야 한다”고 했다. 그린랜드의 얼음에는 로마제국 시기 동안 날아와 쌓인 납이 포함되어 있으며 그 농도는 자연 수준의 4배에 달한다.

[그림 3] 로마시대에 만들어진 납 수도관. 영국 바스. (출처: wikipedia)

그린랜드의 얼음 속에서는 구리도 발견된다. 구리 농도가 높게 나타난 시기는 두 차례인데, 첫 번째는 기원전 500년경 지중해 지역에서 구리 동전을 사용할 때이고, 두 번째는 기원후 1000년경 중국 송나라에서 산업화가 시작되었던 시기이다.

송나라의 구리 생산량은 현대의 1%도 안되는데 오염 정도는 10% 이상이었다. 초기 구리 생산 과정은 매우 비효율적이어서 생산되는 구리 양의 15% 정도가 증발되어 주변 대기로 배출되었기 때문이다. 송나라 때 유출되어 그린랜드의 얼음 속에 쌓인 구리 농도는 19세기 이전 시기 중에서 가장 높다. 

광산은 과거에도 현재에도 환경을 가장 심각하게 훼손시키는 오염원이며 노동자와 지역 주민에게 질병을 일으키고 결국 이른 사망에 이르게 한다. 16세기 중반 독일의 게오르기우스 아그리콜라는 당시 중부 유럽 광산의 모습을 이렇게 표현했다.

“들판은 광산 작업으로 파괴되었다. 숲의 나무는 베어져나가고 동물과 새들도 몰살당했으며, 지표를 씻는 물은 독으로 변해 시내로 흘러 들어가 물고기를 죽이거나 내쫓았다.”

게오르기우스 아그리콜라. 독일 광업에 대한 논문 “금속학”에서. <녹색세계사> p.432.
[그림 4] 게오르기우스 아그리콜라(1494-1555). 광물학과 지질학 연구의 선구자로 여겨진다. (출처: wikipedia)

1610년에 문을 연 일본의 아시오(Ashio) 구리 광산의 당시 모습은 아그리콜라의 글에 표현된 것과 꼭 같았다. 1800년에 폐쇄되었으나 1871년에 다시 문을 열었고, 광산에서 나오는 독성쓰레기와 오염수는 그 지역 와타세 강에 버려졌다. 물고기는 한 해 만에 사라졌고 주변 농경지도 경작할 수 없는 상태가 되었다.

초기의 공업 과정에서는 사람과 동물, 물과 바람의 힘을 이용했기 때문에 대부분 오염이 없었을 것이라고 여기기 쉽다. 그러나 실제로는 원료 채취와 가공 등의 과정에서 상당한 독성 오염물질들이 무방비로 배출되었다. 소와 송아지, 사슴, 양, 말 등 동물의 가죽을 무두질하는 과정에서 산, 석회, 명반, 기름이 상당량 배출되었고 이들은 강과 시내로 고스란히 흘려보내졌다. 

[그림 5] 일본 아시오 구리 광산의 1895년 모습. 아시오광산은 1610-1800년, 1871-1973년 동안 운영되었다. (출처: wikipedia)

염색과 설탕 제조 과정에서도 물을 오염시키는 폐수가 배출되었다. 1582년 네덜란드 당국은 ‘스틴커드(stinkerds)’라는 폐수 전용 수로를 지정해, 면 염색공장에서 배출되는 표백제는 이 수로에만 버리도록 명령했다. 이로부터 20년 뒤 영국에서는 제임스 1세가 런던에 위치한 제분공장에서 배출되는 오염물질에 대해서 법령을 포고해야 했다. 

18세기 말부터 집중적인 산업혁명이 진행되었고 광산과 공장에서 배출되는 오염물질의 양과 독성, 종류가 엄청나게 증가했다. 이때까지도 오염물질 배출에 대한 통제는 거의 없었기 때문에 광산이나 공장이 위치한 지역의 환경은 심각하게 파괴되었고 동물도 식물도 사람도 죽어갔다. 

특히 초기 화학공업은 심각한 문제들을 일으켰다. 유리, 비누, 직물 제조 과정에는 탄산나트륨이 쓰이는데 이 과정에서 부산물로 염화수소(부식성이 매우 높은 염산)가 만들어지며 이는 굴뚝을 통해 대기로 날아가 주민들의 호흡기와 환경을 훼손했다. 1860년대 초 영국 정부가 알칼리 규제법을 정하기는 했지만, 산업관계자들의 로비때문에 효과를 볼 수 없었다.

[그림 6] 오염된 템즈강 풍자화. 조지 크뤽샹크, 1832년. (출처: Science Museum)

공장들은 강변에 위치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는 폐수를 쉽게 버리기 위해서였다. 런던에서 콜레라가 창궐했던 1866년 영국의 왕실위원회는 하천 오염을 조사했다. 일부 강은 오염 정도가 너무나 심각해서 잉크로 쓸 수 있을 정도였으며, 실제로 보고서 일부는 강물로 작성하기도 했다. 이 보고서에는 프래드포드 운하에 불을 붙일 수 있다고 되어 있는데, 실제로 그 지역 어린이들이 강물에 불을 붙이고 놀았다고 한다.

구소련의 볼가 강(1970년), 미국 클리블랜드의 쿠야호가 강(1969년) 등 초기 산업화의 주요 도시들의 상황은 모두 비슷했다. 1960년대 말 일본의 상황도 마찬가지여서, 도쿄의 강 3분의 2에 물고기가 살 수 없었다.

20세기에 들어서면서 선진국들은 수질오염과 대기오염에 대한 규제책들을 내놓기 시작했다. 그러나 경제 성장과 기업의 이익, 일자리 등에 더 큰 비중을 두었기 때문에 규제는 약할 수 밖에 없었고, 기업들은 규제를 어겨도 약간의 벌금만 내고 다시 공장을 운영할 수 있었다.

선진국들이 환경 오염을 줄일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는 규제가 아니라 오염산업을 없앴기 때문이다. 중공업, 조선업, 섬유산업 등 오염물질 배출이 많고 수익도 떨어지는 산업들을 후진국들에게 넘겨주고 자신들은 3차 산업으로 넘어갔다.

[그림 7]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 2020년 4월. 하와이 마우나로아 관측소. (출처: NOAA)

현재 세계적으로 가장 큰 문제가 되고 있는 기후변화, 기후위기 문제는 선진국이 후진국에게 오염산업과 함께 넘겨줄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화석연료에서 나오는 이산화탄소는 한 곳에 머무르지 않기 때문이다. 석유, 석탄, 천연가스 등 화석연료를 태우면 그 안에 포함되어 있는 탄소가 산소와 결합해 이산화탄소가 되어 대기 중으로 나오며, 이것은 배출된 지역에 구애받지 않고 지구 상공을 떠돌며 태양열을 지구 대기 속에 가둔다.

코로나바이러스 대유행 상황으로 세계 곳곳에서 오염물질이 감소하고 환경이 회복되고 동물들이 돌아오고 있다는 소식이 들리지만, 하와이 마우나로아 관측소에서 측정된 최근 이산화탄소 농도는 여전히 415ppm을 넘기고 있다. 한편에서는 기울어져 가는 화석연료 기업들이 재난지원금을 요청하고, 기업활동을 빌미로 환경규제 완화를 요구한다. 바로 지금이 화석연료에서 재생가능에너지로 에너지전환, 문명전환을 이룰 수 있는 적기라는 주장도 제기된다. 코로나바이러스 대유행 이후 현대 문명이 어떤 방향으로 가야할지 그 어느 때보다 심각하게 고민해야 할 때다.


이것으로 “그림으로 읽는 문명이야기”를 마칩니다. 그동안 클라이브 폰팅의 <녹색세계사>를 따라가면서 환경문제와 기후위기 상황 그리고 석유에 기반한 현대도시문명을 다시 생각해보았습니다. 다음 글에서는 다른 주제로 문명을 고민해볼 계획입니다.

참고자료

  • <녹색세계사>, 클라이브 폰팅 지음. 1991; 이진아/김정민 옮김. 2007. 그물코.

발췌, 요약: 황승미 (녹색아카데미). 2020년 4월 2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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