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50 장기 저탄소 발전전략 검토안’ 감상문 1

– “괜찮아, 잘 될 거야, 뭐 별일 있겠어?”



‘2050 장기 저탄소 발전전략’ 검토안이라는 매우 중요한 논의 결과가 발표되었습니다. 두 차례에 걸쳐서 이 검토안에 대한 제 생각을 정리해보겠습니다. 첫 번째(2/9)에는 검토안에서 명시적으로 이야기하고 있는 바에 대한 생각들을, 두 번째(2/16)에는 이야기하고 있지 않은 바에 대한 생각들을 써볼까 합니다.




1. 2050 장기 저탄소 발전전략 검토안

지난 2월 5일 ‘2050 저탄소 사회 비전 포럼’에서 우리나라의 ‘2050 장기 저탄소 발전전략’에 대한 검토안(이하 검토안)을 환경부에 제출했다고 환경부는 밝혔습니다.


(0) 올해까지 LEDS 제출해야

2015년 체결된 파리협정에 따라 기후변화협약 당사국들은 2020년까지 ‘장기 온실기체 저배출 발전 전략(LEDS; Long-term low greenhouse gas Emission Development Strategies)’을 제출해야 합니다. 2050년 시점의 국가별 온실기체 배출 목표와 그것을 위한 장기 이행 전략을 세우는 것입니다. 기왕에 제출한 국가 온실기체 감축목표(NDC; Nationally Determined Contribution)가 2030년까지의 목표라면 이와 별도의 장기전략(LTS; Long Term Strategy)을 요청하는 것입니다. 이미 14개 국가가 공식 제출하였고, 나머지 국가들도 올해 제출을 준비하고 있거나 기존 제출안의 수정안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이를 위해서 환경부는 2019년 3월 민간 중심의 전문가 협의체인 ‘2050 장기 저탄소 사회 비전 포럼’을 구성하였습니다. 포럼의 위원으로 7개 분과 69명을 선정하고, 이들의 논의를 뒷받침할 국책연구기관 등의 관계자 34명으로 9개 분과에 걸친 기술작업반을 꾸려서 대략 9개월간 논의를 하였다고 합니다. 그 결과인 포럼 검토안을 지난 5일에 정부에 제출한 것입니다. 이후 정부는 이 검토안을 기본자료로 삼아서 대국민 의견수렴 과정을 진행한 뒤 정부안을 수립해 올 연말 유엔기후변화협약(UNFCCC)에 공식 제출하게 됩니다.


(1) 2017년 대비 최대 75% ~ 최저 40% 감축

2050년 국가 온실기체 목표배출량 및 감축량(률) (검토안 p.23 표 중 일부)

검토안의 핵심 내용은 위의 표와 같이 2050년 국가 온실기체 감축목표의 안을 5가지로 제시했다는 것입니다. 5가지의 복수안은 2017년 우리나라 온실기체 배출량(7억 910만 톤)을 기준으로 2050년까지 최대 75%(1안)에서 최저 40%(5안)를 줄이는 것입니다. 이 배출목표안들은 소위 ‘상향식 접근’ 방식으로 도출하였다고 합니다. (검토안에서 말하는 ‘상향식 접근’, ‘하향식 접근’ 이라는 용어에 대해서는 두 번째 글에서 다루어 보겠습니다.) 8개 부문에 걸쳐서 총 35개 감축수단들을 선정하고 수단별로 강, 중, 약의 시나리오를 세운 뒤 이를 조합하였습니다. 모든 수단에 강 시나리오를 적용한 것이 1안, 중 시나리오가 3안, 약 시나리오가 5안입니다. 2안은 3안 중 실현가능성이 높은 19개 수단에만 강 시나리오를 적용한 결과이고, 4안은 5안 중 마찬가지로 실현가능성이 높은 19개 수단에만 중 시나리오를 적용한 결과입니다.


(2) 2℃ 이하 목표 위한 2050 우리나라의 목표배출량은 -311 ~ +394 Mt CO2e

포럼에서는 목표를 먼저 세우고 이를 달성하기 위한 수단들을 찾아 수립하는 이른바 ‘하향식 접근’도 수행하였습니다. “IPCC 대륙별 권고 감축률, IIASA 동아시아 배출경로, 배출 책임과 감축능력, 국제 탄소예산 등 12개 기준들을 적용하여 검토”한 바 “2°C 이하 목표 달성을 위한 2050년 우리나라의 온실가스 목표 배출량은 –311 ~ +394백만톤”이라는 결과를 얻었다고 합니다. 이 목표 배출량 범위를 가지고 ‘상향식 접근’에서 얻은 안들을 평가해보면 1~4안은 2℃ 이하 목표에 부합하지만, 5안은 2℃ 이하 목표에 부합하지 못합니다. 하지만 이 5안은 기존의 국가계획안, 즉 이미 파리협정에 따라 유엔기후변화 협약에 제출한 우리나라의 국가 온실기체 감축목표(NDC)와 같은 것이기 때문에 검토안에서 제외하지 않았다고 합니다.


(3) ‘탄소중립(Net-zero)’도 논의와 검토가 필요해

포럼은 여기에 더하여 ‘탄소중립’을 조속히 달성해야 할 목표라고 제시하고 광범위한 사회적 논의와 검토가 필요하다는 점도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1안에서 추가로 178.9 Mt을 감축해야 비로소 탄소중립(Net-zero)이 달성됩니다. 탄소중립, 또는 순배출 제로는 대기 중으로 배출한 탄소량을 흡수·제거한 탄소량으로 상쇄하여 대차대조표상 배출 제로를 이루는 것을 말합니다. 검토안에서는 이에 대해 앞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며 여러 가지 추가 대책에 대해 언급은 하였지만 탄소중립을 배출목표안으로 포함시키지는 않고 앞으로의 검토 과제로 남겨놓고 있습니다.



2. 검토안에 대한 비판적인 보도와 논평들 쏟아져

환경부에서 이 검토안을 공개한 뒤 지금까지 여러 곳에서 비판적인 보도와 논평이 나왔습니다.

한겨레 신문은 이 검토안을 정부안의 초안 성격으로 본다면 한국 정부가 ‘탄소중립’을 사실상 포기한 것이라고 비판하였습니다.

환경운동연합도 검토안이 제시한 가장 적극적인 안마저 탄소중립 방안을 다루지 않으면서 나중에 첨언같이 탄소중립 목표를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은근슬쩍 말만 끼워넣고 있는 작태를 비판하였습니다.

기후위기 비상행동과 에너지기후정책연구소는 공히 ‘배출제로’가 아니라 ‘탄소중립(넷제로, 순배출제로)’이란 기술공학 중심의 목표를 내건 것과 1.5℃ 목표를 애써 무시하고 2℃ 목표에만 매달리는 점을 비판하고 있습니다. 널리 알려진 바와 같이 2015년 파리협정과 2018년 IPCC 1.5℃ 특별보고서는 2014년 IPCC 5차 보고서가 주로 다루고 있는 2℃ 목표가 아니라 1.5℃ 목표를 권고한 바 있습니다.

또 에너지기후정책연구소 한재각 소장은 ‘탄소예산’ 개념을 수용하지 않고 있는 것도 짚었습니다. 1.5℃ 목표를 지키기까지 남아 있는 배출가능한 양을 전세계 잔여 탄소예산이라고 부른다면 이 탄소예산은 한정되어 있는 것입니다. 어느 국가에서 더 많이 가져가면 다른 국가에는 조금밖에 주어지지 않게 됩니다. 그런데도 대한민국은 무책임하게 국제사회가 요구하는 것보다 탄소예산을 훨씬 더 많이 쓰겠다고 배를 튕기고 있는 셈이라는 것입니다.



3. 검토안에 대한 감상평 1 – 명시된 내용들에 대한 생각

이상 검토안의 핵심 내용과 이에 대한 비판적인 논평들을 간단히 살펴보았습니다. 아래에는 이 검토안에 명시적으로 나타난 바에 대해 저의 생각과 감상을 적어보겠습니다. 저는 포럼의 검토안을 분석할만한 전문적인 식견을 갖고 있지는 않습니다. 다만 성의를 가지고 검토안 전문을 꼼꼼히 읽어보았을 뿐입니다. 혹시 놓치는 게 있거나 오해하는 바가 있을지 몰라 두 번 읽었습니다. 이 포럼에 참석할만한 ‘전문가’는 못되겠지만 기후위기에 대한 비상한 대응과 에너지전환을 통한 우리 사회의 근본적인 혁신을 간절히 바라는 한 시민이자 기술운동가로서 검토안에 명시된 바에 대한 여러 가지 생각들을 적어보겠습니다.


(1) 할 수 있는 걸 다 해봐도 75% 감축. 건투를 빈다, 미래여.

포럼에서는 배출목표안을 5개나 설정하였습니다. 검토안의 뒷 부분 ‘2050 사회상’이라는 대목은 1안을 확정해서 추진했을 때의 2050년 사회상을 서술하고 있는데 1안을 가장 중시하여서 그런 것일까요? 꼭 그런 것만 같지도 않습니다. 아래 여러 가지 안들의 의미를 기술한 표에서는 4안이 “포럼 검토안 중 2℃ 이하 목표를 달성하는 가장 보수적 시나리오”라고 적고 있는데 이 말을 고려하면 5안은 미흡하지만 4안까지는 어느 안을 택하더라도 된다는 것처럼 들립니다.

2050년 배출목표 복수안 의미 서술표. 밑줄은 최우석 (검토안 p.22)

왜 안을 5개나 만들었는지는 알 수 없지만 정작 문제는 가장 강력하다는 1안입니다. 한국의 전문가들이 할 수 있는 최대한의 강력한 수단들을 다 모아보았는데도 그 결과가 2050년 배출제로나 순배출제로가 아니라 179 Mt 배출, 2017년 배출량 대비 75% 감축이라는 것입니다. 정말 그렇다면 절망적인 보고가 아닐 수 없습니다. 절박한 심정으로 최선을 다 해보아도 온실기체 배출을 0으로 만들 수 없다면 인류가 감당할 수 있는 수준으로 기후변화를 묶을 수 없다는 이야기니까요. 그렇지 않다면 우리가 못하는 만큼 다른 나라들이 해주어야 하거나요.

장기 온실기체 저배출 발전전략(LEDS) 제출 주요국의 2050 배출목표. 밑줄은 최우석 (검토안 p.28)

우리나라가 1안의 배출목표를 채택한다고 해도 2017년에 LEDS를 제출한 독일(의 강력한 목표)과 프랑스, 2018년에 제출한 영국의 목표보다 배출량이 많습니다. 현재의 대한민국의 경제적 위상이나 세계 배출량 순위로 볼 때 이런 목표를 국제사회가 받아들일지 의문입니다.

더 중요한 것은 다른 나라의 기존 안들이 대부분 2018년 10월 IPCC <지구온난화 1.5℃ 특별보고서>(이하 1.5℃ 특별보고서) 이전의 안이라는 것입니다. 위의 표에도 일부 나오지만 현재 많은 나라들이 1.5℃ 특별보고서 이후에 기존의 배출목표와 장기발전전략을 재검토하고 수정하고 있는 중입니다. 1.5℃ 특별보고서 이후인 2019년 9월에 포르투갈이 2050년 탄소중립(Net-zero)를 명시한 LEDS를 제출한 것은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큽니다.

최종적으로 우리나라 검토안의 2~4안을 채택할 때에는 말할 것도 없거니와 1안을 채택하더라도 국제사회에서는 받아들이지 않을 것입니다. 다른 나라에서 어떻게 보는가는 둘째 문제라 치더라도 우리 사회의 젊은 세대, 미래 세대에게는 뭐라고 할 겁니까? 앞의 세대는 화석연료로 풍요를 구가했지만 현실적으로 뒷 세대를 위해 할 수 있는 일이 별로 없구나, 미안하다, 건투를 빈다, 이렇게 말할 겁니까?


(2) 1.5℃ 목표는 금시초문? 왜 모르는 체 하나?

2℃, 1.5℃ 국제적 논의 경과에 대한 상자 정리 (검토안 p.3)

2050 장기 저탄소 발전개요의 수립배경을 설명하고 있는 검토안 보고서의 앞머리에는 위에 보듯 지구온난화 수준을 어느 정도 이하로 막을 것인지 대응의 목표 수준에 대한 논의 경과를 잘 정리하여 담고 있습니다. 그런데 달성목표를 설정하고 이를 위한 2050년의 배출량 목표가 얼마가 되겠는지를 평가하는 ‘하향식 접근’ 과정에 대한 설명(pp. 32~35)에서는 이상하리만치 2℃ 이하 이야기 뿐입니다. 1.5℃ 이하 목표에 대한 언급은 완전히 사라져 버립니다. (한 군데 나오지만 무슨 의미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이 부분만 보면 마치 세상에 1.5℃ 이하 목표에 대한 논의가 있었던가 싶을 정도입니다.

‘하향식 접근’에 대한 설명. 밑줄은 최우석 (검토안 p.32)

물론 ‘하향식 접근’에서 검토한 기준과 그에 따른 목표 배출량을 두 쪽에 걸친 상자(pp. 33-34)에 잘 정리하고 있고, 이 수치들은 검토안의 하향식 접근 목표배출량 범위 -311~+394 Mt CO2e에 모두 반영되어 있습니다. 아래가 33~34쪽의 ‘다양한 국제적 기준의 포럼 하향식 분석 적용 결과’ 상자에 담긴 내용입니다.

  • IPCC AR5 지역별 권고 감축률 : 394~132 Mt
  • IIASA 아시아(동아시아) 배출경로 : 242~318 Mt
  • 인당 배출량(수렴) – IPCC AR5 전 세계 배출경로의 2080년 제로 배출 준용 : 300 Mt
  • 인당 배출량(수렴) – IPCC AR5 전 세계 배출경로의 2050년 제로 배출 준용 : 114~143 Mt
  • 인당 배출량(수렴) – COP14 공유비전의 선진국 우선 감축 수준 : 99 Mt
  • 배출책임과 감축능력 (우리나라의 감축기여율 1.7% 적용) : -311 Mt
  • DDPP(Deep Decarbonization Pathway Project) : 100 Mt (에너지부문 기준 84백만톤)
  • CAT(Climate Action Tracker) : -125 Mt (2°C 기준)

그러나 검토안에서 중요했던 결과는 굵게 표시한 394~132 Mt라고 볼 수 있습니다. IPCC 5차 평가보고서의 RCP 2.6 시나리오 권고 기준 적용치입니다. 가장 높은 수치이지요. 포럼에서는 1안부터 4안까지가 모두 2℃ 이하 목표에 부합한다고 배출목표안을 설명하고 있는데 4가지 안의 목표 배출량 178.9~355.9 Mt이 모두 범위 안에 들어가는 결과치는 이것 뿐입니다.

포럼의 논의 경과를 보면 논의 과정에서는 1.5℃ 이하 목표에 대해 꽤 논의를 했던 것으로 보입니다. 청년 분과 등 강력하게 문제를 제기한 위원들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상향식 접근’으로 취합된 목표 배출량을 합리화하기 위해서 어쩔 수 없이 1.5℃ 이야기는 쏙 빼버리고 2℃ 이하 목표만 언급하는 것으로 수습한 것이 아닐까 짐작하게 됩니다.

최근의 연구 결과는 IPCC의 연구 및 합의 결과가 너무 보수적이라서 온실기체의 온난화 능력을 과소평가하고 있고, 따라서 기존의 강력하다는 배출목표치로도 1.5℃ 이하 목표는커녕 2℃ 이하 목표를 달성하기 어렵다고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이런 와중에 다른 나라에서 모두 심각하게 논의하고 있는 1.5℃ 이하 목표를 아예 없는 듯 대하고 있는 검토안의 배출목표로는 2℃ 이하 목표 달성도 당연히 가능하지 않을 거라 생각하게 됩니다. 뭐라도 내기만 하면 되니 상관없는 걸까요?


(3) 기후위기? “괜찮아, 잘 될거야, 뭐 별일 있겠어?”

2050 사회상 (1안 기준) (검토안 p.100)

검토안의 92~100쪽에는 1안의 장기 전략을 이행해 나갔을 때 2050년이 어떤 모습이 될지 2050년의 사회상을 서술해놓고 있습니다. 어쩌면 검토안의 백미는 이 부분일지 모르겠습니다. 검토안의 배경 인식을 고스란히 담아놓고 있으니까요. 물론 포럼의 모든 사람이 여기에 동의했으리라고는 믿고 싶지 않습니다. 여기에 그려진 2050년의 기후변화, 온난화 정도는 아래 글로 표현됩니다.

2050 사회상 중 기후변화, 온난화 서술 (검토안 p.94. 밑줄은 최우석)

이 서술을 보면 포럼이 왜 굳이 탄소중립안은 만들지 않았는지, 왜 2°C 이하 목표로 충분했는지 십분 이해할 수 있습니다. 현재 연구, 논의되고 있는 기후변화, 기후위기에 대해서 잘 모르는 것입니다. 검토안의 전체적인 서술을 이끈 포럼의 주류 인식은 ‘애쓰면 좋아진다’는 생각인 것 같습니다. 2°C 이하 목표로 애만 써도 “보존”, “방지”, “줄일 수”, “줄어든다”, “대폭 감소된다”, “회복”, 이런 단어들을 쓸 수 있다고 보는 것 같습니다. 아마 작년부터 기후비상사태를 선포하라며 전시에 준하는 총력 대응이 필요하다는 세계 곳곳의 주장은 전혀 이해도 못하겠지요.

아래의 그림은 COP25를 앞두고 세계자연기금(WWF)에서 정리한 지구온난화 수준에 따른 분야별 영향입니다. 기후변화행동연구소에서 우리말로 옮겨 표로 다시 정리하였습니다. 위의 검토안 배경 인식과 아래 표로 정리한 IPCC, IPBES 보고서의 보고 내용을 잘 비교해서 읽어 보세요. 두 진단 사이에는 엄청난 시간 간격이 있는 것 같습니다. 포럼은 어쩌면 2019년이 아니라 1919년쯤을 살고 있었던 걸까요?

Climate Risk: 1.5℃ vs 2℃ Global Warming (Yeo, S. (2019). Climate, Nature and our 1.5°C Future: A synthesis of IPCC and IPBES reports. Gland, Switzerland: WWF International. p.34.)

2100년까지 지구온난화 수준을 1.5°C 이하로 묶는다고 해서 기후변화가 끝나고 다시 인류가 적응하였던 과거 기후로 되돌아가는 것이 아닙니다. 산업화 이후로 누적된 온실기체 배출량이 이미 지구 평균 기온을 1°C 상승시켰고, 추가 상승을 0.5°C 이하로 막는다는 것일 뿐 이미 대기에 쌓여있는 온실기체의 영향은 줄일 수가 없습니다. 1°C 상승의 영향이 이제 인류가 느낄 수 있을만큼의 변화로 서서히 나타나기 시작했을 뿐이고, 앞으로 기왕의 온실기체의 영향은 점점 더 커질 것입니다. 그나마 인류가 어떻게든 감당하여 파국만큼은 막아 보겠다고 보는 선이 1.5°C 이하 목표인 것입니다.

그런데 검토안에서는 2°C 이하 목표만 달성해도 기왕의 기후변화가 완화되는 것처럼 인식하고 있으니 포럼의 전문가들이 과연 기후위기에 대한 이해를 가지고 있는지 의심스럽습니다. 이런 인식 앞에서는 왜 2050년 탄소중립 목표를 버렸는가 하는 지적 자체가 무의미하다고 생각합니다.

포럼은 대체 기후위기에 대한 이러한 인식을 위원 모두가 공유하고 있는 것인지, 또는 일부만의 인식이 관철된 것인지, 그도 아니라면 작성자 한 사람의 의견인데 제대로 검토를 못해서 그대로 실린 것인지 해명을 할 필요가 있습니다. 만약 기후변화에 대한 IPCC 등의 보고가 과장된 것이고 기후변화가 과격한 환경론자들의 음모일 뿐이라는 기후변화 부정의 의견을 가진 분이 있다면 이 역시 명확하게 밝혀야 할 것입니다. 그러한 의견을 갖는 것이야 자유입니다만 IPCC의 연구와 보고에 기초하여 국가 장기 전략을 수립하는 포럼에 기후변화 부인론자가 들어가도 좋은지 여부는 토론이 필요한 일입니다.

환경부와 2050 장기 저탄소 사회 비전 포럼은 이 포럼의 ‘민간 전문가’와 ‘기술작업반’을 어떤 기준과 원칙을 가지고 선발하여 구성하였고, 100명의 구성원들이 논의 과정에서 구체적으로 어떤 일들을 하였는지 세세하게 밝혀야 할 것입니다. 저는 과연 이 ‘민간 전문가’와 ‘기술작업반’이 국가의 대계의 기본 자료를 만들 만한 자격과 능력을 가진 사람들이었는지 알고 싶습니다.


다음 번에는 이 검토안에 명시되지 않은 바들에 대한 제 생각을 정리해보겠습니다. 검토안에서는 여러 가지 수단과 과제들에 대해서 논의하고 있는데 거론된 바들 뿐만아니라 거론되지 않은 바들에도 문제가 있습니다. 또한 논의와 검토가 필요한 방향과 과제들에 대해 당연시하고 있는 점들도 짚어 보고 싶습니다. 다음 주에 글을 이어가겠습니다.

최우석 (녹색아카데미, 파시브기술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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