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포내공생과 자유에너지로 본 생명 – (8) 바탕체계와 온생명

과학칼럼 “세포내공생과 자유에너지로 본 생명” 시리즈 마지막회입니다. 

(1)편 “생명을 어떻게 이해할까” 보러가기
(2)편 “생명을 정의하는 문제와 철학적 문제” 보러가기
(3)편 “자체촉매적 국소 질서의 출현” 보러가기
(4)편 “생화학의 눈으로 본 생명: 자유에너지” 보러가기
(5)편 “생화학의 눈으로 본 생명: 염기성 열수 분출구” 보러가기
(6)편 “생화학의 눈으로 본 생명: 내부공생” – 1 보러가기
(7)편 “생화학의 눈으로 본 생명: 내부공생” – 2 보러가기
(8)편 “바탕체계와 온생명”

글: 김재영 (녹색아카데미) 2020년 1월 14일.


[그림 1] 에르빈 슈뢰딩거. 1944. <What is Life> (2007. 전대호 옮김. 궁리출판사)


슈뢰딩거는 “생명(Leben, life)이란 무엇인가?”라고 물었지만, 우리가 다루어야 할 더 정확한 질문은 “살아 있음 (Lebendigkeit, living)이란 무엇인가?”이다. 이것은 명사로서의 생명이 아니라 동사로서의 생명이다. 생명은 ‘~임’으로 규정되는 것이라기보다는 ‘~함’으로 규정되며, 끊임없이 변화해 가는 것이므로 ‘~가 됨’으로 보는 것이 더 정확하다.


장회익 (2014)의 6-3절은 ‘생명의 온생명적 구조’에 대해 논의하고 있다. 앞에서 인용한 것처럼 생명은 다음과 같이 정의된다.

“자기촉매적 국소 질서의 복잡한 네트워크를 그 안에 구현하는 자체유지적 체계이며, 각 국소질서의 기본 조직은 지속성을 지닌 ‘규제물’들에 의해 특정되고, 이 규제물들은 열린 진화적 과정을 통해 형성된다.”

(장회익 2014: 105)


여기에서 생명을 복제자들의 네트워크로 국한시키지 않는 점이 중요하다. 복제자들을 비롯하여 자촉질서라 할 수 있는 것뿐 아니라 이를 그 안에 구현시킬 수 있는 자체유지적 체계로 규정하기 때문에 네트워크를 지탱하는 바탕 체계가 생명 안에 명시적으로 포함된다. 

미첼(Peter Mitchell)은 화학삼투 가설을 통해 생물에너지학을 정립하면서 유기체와 환경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에 있음을 강조했다. 이것은 어떤 면에서 낱생명과 보생명의 관계와도 연관될 수 있다. 

[그림 2] 장회익. 2014. <생명을 어떻게 이해할까?>. 한울출판사.


특히 자기촉매적 국소 질서가 우연히 형성되기 위해서는 “충분히 풍요로운 흐름을 제공하는 바탕 체계 𝛺”(장회익 2014: 181)가 형성되어 있어야 한다. 여기에서의 의문은 최초의 자촉질서 ALO(Autocatalytic Local Order)가 우연히 형성되는 것과 바탕 체계의 형성 사이의 시간적 순서 또는 인과적 관계이다.


가장 자연스러운 접근은 이 두 요소의 형성이 사실상 동시에 이루어진다고 보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𝛺 : {(U×V×W)}M와 같이 바탕 체계와 자촉질서를 함께 고려해야 한다. 여기에서 미첼의 화학삼투 이론과 그에 대한 미첼의 직관적 동기가 의미 있는 통찰을 줄 수 있다.

최근의 고지질학과 생화학의 연구에서 자촉질서가 형성되기에 매우 알맞은 바탕 체계의 후보로 염기성 열수 분출구가 유력하다. 이는 암석과 물과 이산화탄소라는 간단한 재료로부터 독특한 국소 질서를 형성한 것이다. 이런 종류의 스스로 짜인 일차질서는 매우 흔하다고는 할 수 없어도 확률적으로 발생할 가능성이 낮지 않다.

무엇보다도 판과 판이 만나는 곳에서 이와 같은 국소 질서가 일차 질서로 형성되기 쉽다. 확장된 의미의 세포내 공생, 즉 세균과 고세균의 세포내 공생을 비롯한 더 정교한 메커니즘이 열수 분출구의 양성자 기울기와 만나면 복잡한 세포, 즉 진핵 세포의 기원을 설명할 수 있는 가능성이 높아진다.

점점 더 정교하고 세밀해지는 현대의 고지질학과 생화학 및 생명과학의 성과를 온생명론과 연결시키는 작업은 장기적으로 꼭 필요한 일이다. 무엇보다도 온생명에서 특정의 낱생명을 제외한 나머지 부분을 가리키는 ‘보생명’에 대해 생각해 볼 거리가 많이 있다. 세포내 공생의 문제를 자기촉매적 국소 질서와 바탕 체계 및 규제물의 관계로 살핌으로써 새로운 관점을 얻을 수 있다. 


참고문헌

  • 장회익 (2014). <생명을 어떻게 이해할까?>, 한울아카데미.
  • Mitschell, P. (1978/2011). “Chemiosmotic coupling in oxidative and photosynthetic phosphorylation”(산화인산화와 광합성 인산화에서 화학삼투 결합). Biochimica et Biophysica Acta (BBA), Bioenergetics 1807 (12): 1507–1538. http://bit.ly/2dtCaIU

“세포내공생과 자유에너지로 본 생명” 시리즈는 <생명을 어떻게 이해할까?>(장회익, 2014)에 대한 이야기를 시작으로 생명의 정의, 자유에너지, 내부공생, 온생명론 등을 다룹니다. 특히 물리학으로 생명을 이해할 수 있을까 하고 문제를 제기하신 장회익 선생님의 접근에 대한 상보적인 관점으로, 생물학자(린 마굴리스의 세포내공생)와 생화학자(닉 레인의 세포막과 자유에너지 접근)의 이론을 함께 소개합니다.

* 이번 과학칼럼 새 연재는 ‘온생명론 작은 토론회'(2016년 아산)에서 소개된 글(김재영, 녹색아카데미)입니다. 장회익선생님의 온생명론과 공생이론, 자유에너지를 비롯한 생화학적 생명이해에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