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포내공생과 자유에너지로 본 생명 – (7) 생화학의 눈으로 본 생명: 내부공생 – 2



과학칼럼 “세포내공생과 자유에너지로 본 생명” 시리즈 일곱 번째 이야기는 ‘내부공생’-2입니다.

(1)편 “생명을 어떻게 이해할까” 보러가기.
(2)편 “생명을 정의하는 문제와 철학적 문제” 보러가기.
(3)편 “자체촉매적 국소 질서의 출현” 보러가기.
(4)편 “생화학의 눈으로 본 생명: 자유에너지” 보러가기.
(5)편 “생화학의 눈으로 본 생명: 염기성 열수 분출구” 보러가기
(6)편 “생화학의 눈으로 본 생명: 내부공생” – 1 보러가기
(7)편 “생화학의 눈으로 본 생명: 내부공생” – 2

(8)편 “바탕체계와 온생명” 보러가기

김재영 (녹색아카데미). 2019년 12월 31일.


생화학의 눈으로 본 생명: 내부공생 – 2


린 마굴리스의 아이디어를 요약하면 이렇다. 원래는 별개로 살아가던 박테리아같은 원핵생물이 어쩌다가 다른 원핵생물 속으로, 즉 그 세포 속으로 들어가게 되었다는 것이다. 엽록체와 미토콘드리아가 바로 다른 원핵생물의 세포 속으로 들어간 원핵생물이며, 자신의 DNA를 따로 보유한다. 이러한 과정에 대한 좀 더 자세한 설명을 이번 편에서 소개한다. – 편집자


내부공생이론의 과정은 그림 1와 같이 설명할 수 있다.  그림 1의 맨 아래부터 보면, ❶의 단계에서 혐기성 세균(anaerobic host bacterium)과 호기성 세균(aerobic bacterium)이 만난다. ‘혐기성’이란 것은 산소를 필요로 하지 않는다는 뜻이고 ‘호기성’이란 말은 산소를 필요로 한다는 뜻이다.  

호흡에서 숨을 들이마시고 내뱉는 것은 산소를 가져와서 이산화탄소를 배출하는 것이지만, 세포내 호흡은 그렇게 가져온 산소를 이용하여 미토콘드리아에서 에너지를 만들어내고 그 결과로 이산화탄소가 생겨나는 것을 가리킨다. 이런 과정을 통해 에너지를 만들기 귀찮아하던 숙주 세균이 그런 것을 좋아하는 호기성 세균과 동거를 시작한다.

[그림 1] 세포내 공생설의 기본 아이디어 (출처: J.B. Hagen et al. (1997) Doing Biology. Benjamin Cummings. p. 27)


그런데 혐기성 숙주세균과 마찬가지로 호기성 세균도 DNA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둘이 서로 갈등을 빚는다. 그 과정에서 ❷의 단계처럼 핵막이 만들어지고 DNA가 들어 있는 염색체는 세포핵 안에만 있게 된다(그림 1에서 밑에서 세 번째 그림). 그렇게 함께 공생(symbiosis)하는 두 세균 중에서 호기성 세균이 미토콘드리아가 된다.

그 상태로 남은 것이 균류 세포(Fungi)이다. 균류는 생애의 일부는 동물처럼, 일부는 식물처럼 살기 때문에 동물도 식물도 아니다. 또는 다르게 말하면 동물이기도 하고 식물이기도 하다. 대표적으로 곰팡이나 버섯이 있다.

세균 중에서는 남조세균(시아노박테리아 cyanobacterium)처럼 광합성을 하는 것이 있다. 이 세균 중에서 스스로 살아가기가 버거운 것들이 다시 이렇게 세들어 사는 쪽을 선택한다. 광합성은 빛을 이용하여 이산화탄소로부터 탄수화물과 산소를 만들어내는 생화학 과정이다. 이렇게 세포내 공생을 하게 된 남조세균이 엽록체라는 것이다. 이것이 ❹의 과정이다.

또 세균 중에 스피로체트(Spirochaete)라는 것이 있는데, 이 세균은 길쭉한 모양으로 되어 있는 몸을 휘저어서 물 속에서 이동할 수 있다. 이 세균이 세포내 공생을 하게 된 것이 바로 동물세포에 있는 편모이고 ❸의 과정이다.

이것이 연속 세포내공생 이론(Serial Endosymbiosis Theory, SET)의 단순화된 버전이다. 공생이란 것은 악어와 악어새처럼 서로 도움을 주고 받으면서 함께 살아가는 것을 가리키는데, 린 세이건이 제안한 이론에서는 이렇게 함께 살아가는 일이 세포내에서 일어나기 때문에 endo라는 접두어를 붙여 ‘내부공생’ 또는 ‘세포내 공생’이라고 부른다. 그리고 그 과정이 차근차근 단계별로 진행된다고 보기 때문에 ‘연속’(serial)이란 말을 덧붙인다.

이렇게 해서 진화이론과 세포이론의 깔끔하고 아름다운 결합이 이루어진다. 원핵세포과 진핵세포의 구별이 왜 생겼는지도 설명할 수 있다. 자연선택이라는 통계적 과정을 세포 수준에 적용함으로써 생명체를 구성하는 세포가 어떻게 진화해 왔는지 해명할 수 있다. 

연속 세포내공생 이론에 대한 학계의 반응은 냉담했다. 사실 이미 1920년대에 이반 월린(Ivan Wallin)이 비슷한 아이디어를 발표한 적이 있었다. 월린은 <공생론과 종의 기원 Symbionticism and the Origin of Species> (1927)라는 제목의 책을 내고 엽록체나 미토콘드리아가 별개로 살아가던 세균이었으며 세포내 공생을 통해 지금과 같은 진핵세포가 만들어졌다는 주장을 펼쳤지만, 당시로서는 너무나 선구적인 주장이었고, 이를 실험실에서 증명하는 데 사실상 실패했다. 


린 세이건은 월린의 아이디어에 영감을 받았고, 이를 증명하기 위해 1960년대에 가능한 온갖 실험기법을 다 동원했다. 전자현미경을 이용하여 미토콘드리아의 DNA 구조를 분석하고 이를 다시 호기성 세균의 DNA 구조와 비교하는 등, 린 세이건의 논문은 대단히 많은 증거들을 담고 있었다.

하지만 이 논문은 15번 이상 논문의 주장을 받아들일 수 없다고 게재 불가 판정을 받았다. 린 세이건은 자신이 옳다는 확신이 있었고, 게재 불가라는 판정결과가 나오면 담담히 논문의 세부적인 부분을 보완하고 문장을 고치고 다시 실험을 강화하여 논문을 개정하고, 그 논문을 다른 학술지에 투고했다.

드디어 1967년 <이론생물학 저널>에 린 세이건의 논문이 실렸다*. 린 세이건은 논문의 내용을 발전시켜 1970년대 단행본을 출판했다. <진핵세포의 기원 Origin of Eukaryotic Cells>이란 제목이었다. 린의 논문과 책은 비교적 널리 읽혔지만 평가는 대부분 부정적이었다. 하지만 1982년 린의 두 번째 책 <초기의 생명 Early Life>이 나올 무렵에는 우여곡절 끝에 이미 연속 세포내 공생 이론은 학계에서 널리 인정되는 주류 이론이 되어 있었다.

다만 세포내 공생 이론에서도 세부로 들어가면 해결하지 못한 문제가 많이 남아 있다. 무엇보다도 기본적인 세포내 공생이 옳다고 하더라도 이것이 연속적인 단계로 진행된 것인지, 또는 지구상의 생명의 역사에서 이러한 과정이 어느 정도 반복되어 온 것인지 여부를 규명해야 한다.

미토콘드리아와 엽록체의 세포내 공생은 어느 정도 받아들여지고 있지만, 스피로체트와 같은 세균의 세포내 공생으로 편모가 생겨났다는 것에는 반대하는 학자들이 많다. 특히 단순히 두 종류의 박테리아가 서로 세포내 공생을 한다는 아이디어의 개연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채워나가야 할 과제가 많이 남아 있다.

[그림 3] 생명의 계통수와 3영역 – 박테리아(Bacteria), 고세균(Archaea), 진핵생물(Eukarya). (출처: Wikimedia Commons)


아이러니한 것은 린 마굴리스 자신이 기성 학계의 정상과학적 보수성으로 많은 고생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기존의 5계(Five Kingdoms) 분류법을 고수하는 바람에 새로운 3영역(Three Domains) 분류법이 세포내 공생에 대해 가지는 함의를 파악하지 못했다는 점이다(그림 3). 5계 분류법에서는 진핵세포로 이루어져 있는 동물계, 식물계, 균류계, 원생생물계 등에 비해 원핵세포로 이루어져 있는 원핵생물계에 대한 관심이 더 적다고 할 수 있다.

1977년 칼 우즈(Carl Woese, 1928-2012) 등은 리보좀 RNA (rRNA)의 계통을 추적하여 기존의 세균류(박테리아 Bacteria)와는 생화학적으로나 유전학적으로 매우 다른 종류가 있음을 밝히고 이를 고세균류 또는 시원세균류(Archaea)로 명명했다**. 이 두 영역은 세포핵이 없는 원핵세포라는 공통점 외에는 많은 부분이 다르다. DNA 복제의 세부적인 메커니즘, 세포벽의 화학적 조성, 발효의 생화학적 과정, 화학삼투 짝반응에 필요한 세포막 등이 생화학적으로 전혀 다르다. 

새로운 접근에서는 단순히 두 세균이 세포내 공생을 시작한 것이 아니라 세균과 고세균이 만난 것으로 본다. 이렇게 세포내 공생이론을 확장하면서 린 마굴리스의 논의에서 부족한 점들이 조금씩 채워져 나가고 있다.

… 다음 편은 이번 시리즈의 마지막회인 (8) “바탕체계와 온생명”입니다. 녹색아카데미 웹진의 과학칼럼은 매주 화요일에 업로드 됩니다.

*  Sagan L. (1967). “On the origin of mitosing cells”. Journal of Theoretical Biology (1967) 14: 225-274.
**  Woese C, Fox G (1977). “Phylogenetic structure of the prokaryotic domain: the primary kingdoms”. Proc Natl Acad Sci USA. 74 (11): 5088–90. Woese C, Kandler O, Wheelis M (1990). “Towards a natural system of organisms: proposal for the domains Archaea, Bacteria, and Eucarya”. Proc Natl Acad Sci USA. 87 (12): 4576–9.


“세포내공생과 자유에너지로 본 생명” 시리즈는 <생명을 어떻게 이해할까?>(장회익, 2014)에 대한 이야기를 시작으로 생명의 정의, 자유에너지, 내부공생, 온생명론 등을 다룹니다. 특히 물리학으로 생명을 이해할 수 있을까 하고 문제를 제기하신 장회익 선생님의 접근에 대한 상보적인 관점으로, 생물학자(린 마굴리스의 세포내공생)와 생화학자(닉 레인의 세포막과 자유에너지 접근)의 이론을 함께 소개합니다.

* 이번 과학칼럼 새 연재는 ‘온생명론 작은 토론회'(2016년 아산)에서 소개된 글(김재영, 녹색아카데미)입니다. 장회익선생님의 온생명론과 공생이론, 자유에너지를 비롯한 생화학적 생명이해에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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