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포내공생과 자유에너지로 본 생명 – (6) 내부공생 – 1


과학칼럼 “세포내공생과 자유에너지로 본 생명” 시리즈 중 여섯 번째와 일곱 번째(다음 주)는 ‘내부공생’ 이야기입니다.

(1)편 “생명을 어떻게 이해할까” 보러가기
(2)편 “생명을 정의하는 문제와 철학적 문제” 보러가기
(3)편 “자체촉매적 국소 질서의 출현” 보러가기
(4)편 “생화학의 눈으로 본 생명: 자유에너지” 보러가기
(5)편 “생화학의 눈으로 본 생명: 염기성 열수 분출구” 보러가기
(6)편 “생화학의 눈으로 본 생명: 내부공생” – 1
(7)편 “생화학의 눈으로 본 생명: 내부공생” – 2 보러가기
(8)편 “바탕체계와 온생명” 보러가기

김재영 (녹색아카데미)2019년 12월 24일.


생화학의 눈으로 본 생명: 내부공생 -1


생명을 이해하는 데 중요한 또 다른 발견은 미토콘드리아의 유전체였다. 1960년 놀랍게도 미토콘드리아에도 DNA가 있음이 발견되었다. 1963년에 마르기트 나스와 실반 나스가 미토콘드리아에도 유전체가 있음을 전자현미경으로 처음 찾아내고, 이듬해 고트프리트 샤츠, 엘렌 하슬브루너, 한스 투피*가 이를 순수한 상태로 분리해 냈다. 

세포 안에 있는 유전정보는 세포핵 안의 염색체에 들어 있으며, 특히 진핵생물에는 세포핵과 세포 안의 다른 세포내소기관을 분리하는 핵막이 있다는 점에서, 미토콘드리아에 왜 별도의 유전체가 있는가를 놓고 갑론을박이 벌어졌다. 

이 문제에 대해 결정적으로 기여한 학자는 린 마굴리스(Lynn Margulis, 1938-2011)이다. 린 마굴리스는 연속 세포내공생 이론이나 가이아 이론처럼 비주류에 속하는 과학 이론을 집요하게 연구하고 파헤쳐서 결국 주류 이론의 위치에 올려놓은 탁월한 과학자이다. 린의 중요한 업적 중 하나가 “연속 세포내공생 이론”(Serial Endosymbiosis Theory, SET)이다. 

과학의 역사에서 특히 생명과학과 관련하여 19세기의 가장 중요한 유산은 바로 진화이론과 세포이론이다. 그런데 사실 이 둘 사이에는 미묘한 긴장이 있었다. 종이 어떻게 분화하는가 하는 오래된 문제를 자연선택이라는 통계적 접근으로 탁월하게 설명해 낸 진화이론이 등장하여 여러 사람들이 논쟁하고 있는 동안 조용히 세포이론이 만들어져 점점 더 많은 것을 밝혀냈다.

루돌프 피르호(Rudolf Ludwig Karl Virchow, 1821-1902)가 모든 생명체는 세포로 이루어져 있으며 세포만이 세포를 만들 수 있음을 주장하면서 명실 공히 세포이론이 확립되고, 현미경을 통해 세포 안의 여러 다양한 세포내 소기관들을 알게 되었다. 

세포내 소기관들은 어떻게 생겨나고 지금과 같은 모습을 갖게 된 것일까? 진화이론은 세포이론에 어떤 이야기를 해 줄 수 있을까? 반대로 세포이론은 진화이론에 무슨 말을 해 줄 수 있을까? 

[그림 1]  동물과 식물의 세포. 왼쪽그림에서 푸른 색이 미토콘드리아(mitochondrion), 오른쪽 그림에서 녹색이 엽록체(chloroplast) (출처: Britannica / UIG / Getty Images. http://abt.cm/1TGPGq5 )


린 마굴리스는 린 알렉산더(Lynn Alexander)라는 이름으로 1938년 시카고에서 시오니스트 유대인 부모에게서 태어났다. 어릴 적부터 뛰어난 능력을 보여 15살에 시카고 대학에 입학했다. 19살에 인문학 전공으로 졸업한 뒤, 대학원에 진학해서 유전학과 동물학 전공으로 1960년 22살에 석사학위를 받았다.

그 무렵 생물학계에서 가장 큰 관심은 핵산(DNA, 데옥시리보핵산)이었다. 린이 학부생이던 1953년, 제임스 왓슨과 프란시스 크리크가 세포핵 안의 핵산이 유전과 관련된 핵심적인 물질이라는 주장을 펼쳤고, 결국 1962년에 노벨생리의학상을 받았다. DNA라는 물질은 형질의 유전과 관련하여 워낙 중요한 것이라 세포 안에서  한 구석을 차지하고 있는 세포핵 안의 염색체 안에 들어 있다.

세포 자체를 둘러싸고 있는 세포막처럼 세포 안에 있는 세포핵도 핵막으로 둘러싸여 있고, 염색체는 그 안에 있다. 세포내호흡을 통해 에너지를 만들어내는 미토콘드리아(그림 1에서 파란색으로 칠해진 둥근 소기관)라든가 식물세포에서 태양빛을 받아 탄수화물을 만들어낼 수 있는 엽록체(그림 1의 오른쪽에서 초록색으로 칠해진 것)는 모두 세포핵 밖에 있다. 

그런데 1960년 놀랍게도 미토콘드리아에도 DNA가 있음이 발견되었다. 1962년에는 린 세이건(당시 남편이었던 칼 세이건의 성을 사용)의 지도교수였던 한스 리스(Hans Ris)와 월터 플로트(Walter Plaut)가 엽록체에도 DNA가 있음을 발견했다. 세포핵 밖에 있는 DNA가 무슨 역할을 하는지 알 수 없었기 때문에 당시에 뜨거운 논쟁주제가 되었다. 주변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저돌적인 린 세이건은 박사학위 논문 주제로 유글레나라는 단세포생물의 엽록체에 들어 있는 DNA를 연구했다. 그 과정에서 린 세이건은 아무도 하지 않은 황당하고 놀라운 생각을 하게 된다.

[그림 2] 린 마굴리스. 1999년 내셔널 사이언스 어워드를 받고 있다.(출처: The Conversation)


생물은 크게 다섯 부류로 나뉜다. 1969년 로버트 휘태커가 제안한 5 생물계 분류법(Five Kingdoms)에 따르면, 생물은 원핵생물계, 원생생물계, 식물계, 균류계, 동물계로 나뉜다. 원핵생물은 흔히 세균이라고도 하고 박테리아라고도 부르는데, 가장 중요한 특징은 세포 안에서 세포핵이 따로 있지 않다는 점이다. 다르게 말하면 핵막이 없다.

그래서 DNA가 들어 있는 염색체가 세포 안에서 따로 보호를 받지 않는다. 그런데 엽록체나 미토콘드리아에 있는 DNA의 구조를 보면 염색체 안에 있는 이중나선 DNA와 상당히 다르다. 오히려 박테리아에서 볼 수 있는 DNA 구조와 비슷해 보인다.

세포생물학에서 무엇보다도 큰 궁금증이 바로 왜 세포핵이 핵막으로 따로 구분되어 있는 진핵세포(eukaryote)와 핵막이 없는 원핵세포(prokaryote)가 다른가 하는 점이었다. 원핵세포가 진핵세포보다 오래된 것임은 밝혀졌지만, 어쩌다가 이런 차이가 생겼는가를 설명하기 어려웠다.

린 마굴리스의 아이디어를 간단하게 말하면, 엽록체나 미토콘드리아는 원래 별개로 살아가던 박테리아 같은 원핵생물이었는데, 어쩌다가 다른 원핵생물 속으로, 즉 그 세포 속으로 들어가게 되었다는 것이다. 끊임없이 살아남기 위해 좌충우돌하는 삶보다 다른 원핵생물 속에 들어가서 광합성을 해 주거나 에너지를 만들어 주면서 나름 평온하게 살아가게 되었다는 것이다. 대신 유전적으로 DNA가 따로 발현되지 않으니 후손을 만들지는 않는다. 그 역할을 보장받기 위해 숙주 세포에 원래 있던 DNA를 따로 보호하는 핵막이 만들어졌고, 유전과 관련된 과정은 철저하게 핵막 안에 있는 세포핵에서만 일어난다는 것이다. 

… 다음 편 (7) ‘내부공생 – 2’에서는 세포내 공생이 이루어지는 과정에 대해 좀 더 자세히 살펴본다.

*  Nass, M. M. K., Nass, S (1963). “Intramitochondrial fibers with DNA characteristics: I. Fixation and electron staining reactions”. The Journal of Cell Biology. 19 (3): 593–611. Schatz, G., Haslbrunner, E., Tuppy, H. (1964). “Deoxyribonucleic acid associated with yeast mitochondria”. Biochemical and Biophysical Research Communications. 15 (2): 127–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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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3] 린 마굴리스와 미토콘드리아의 DNA.

“세포내공생과 자유에너지로 본 생명” 시리즈는 <생명을 어떻게 이해할까?>(장회익, 2014)에 대한 이야기를 시작으로 생명의 정의, 자유에너지, 내부공생, 온생명론 등을 다룹니다. 특히 물리학으로 생명을 이해할 수 있을까 하고 문제를 제기하신 장회익 선생님의 접근에 대한 상보적인 관점으로, 생물학자(린 마굴리스의 세포내공생)와 생화학자(닉 레인의 세포막과 자유에너지 접근)의 이론을 함께 소개합니다.

* 이번 과학칼럼 새 연재는 ‘온생명론 작은 토론회'(2016년 아산)에서 소개된 글(김재영, 녹색아카데미)입니다. 장회익선생님의 온생명론과 공생이론, 자유에너지를 비롯한 생화학적 생명이해에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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