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소 사회의 종말 – (1)기후위기는 어떤 위기인가

녹색아카데미 웹진의 환경 관련 기사와 칼럼을 녹색문명공부모임에 좀 더 초점을 맞추어 운영해보려고 합니다. 다룰 주제나 책이 정해지면 공부모임 전까지 그 내용을 집중적으로 다루는 방식입니다. 그동안 웹진에서는 기사와 칼럼을 매주 약 2-3회 소개 해왔는데, 녹색아카데미의 중요한 두 모임인 자연철학세미나와 녹색문명공부모임을 좀 더 뒷받침 할 수 있는 방향으로 웹진의 역할을 잡아보려고 합니다.

지난 5월 모임에서 시작한 책 <탄소 사회의 종말>이 첫 주제입니다. 연초에 녹색아카데미 웹진에서 2회에 걸쳐 이 책을 소개하기도 했는데, 그때는 간략하게 그림으로 살펴보느라 깊이 있게 다루지 못해서 좀 아쉬웠습니다. 6월 모임에서 3부까지, 7월에서 5부까지 읽을 예정이라, 이번 기회에 좀 더 자세히 들여다볼 수 있겠습니다. 특히 <탄소 사회의 종말>은 기후위기 관련 문제와 쟁점을 거의 모두 담고 있어서 중요하기도 하고 짧은 시간에 파악하기도 쉽지 않아서 더욱 사전 준비가 필요할 것 같습니다.


1.<탄소 사회의 종말>은 어떤 책이며 왜 읽는가

2020년 연말 가까운 시점에 출간된 <탄소 사회의 종말>은 사회학, 특히 인권의 시각으로 기후위기 문제에 접근하는 책입니다. 이 책의 저자 조효제선생님은 인권 문제를 오랫동안 연구해오신 사회학자입니다. 저자 스스로도 기후 문제와 인권을 연결시켜 이해하고 고민한 것은 불과 10여 년 전이라고 하신 것을 보면, 두 개의 큰 문제가 서로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는데도 그동안 따로 보아왔던 것 같습니다.

기후위기를 지구의 평균기온이 상승하고 있다는 사실 자체를 확인하고 설득하는 데 그동안 바빠서 다른 시각으로 볼 여유가 없었던 점도 작용했을 것이라고 책에서 지적합니다. 우리는 기후위기라고 하면 지구 기온이 산업화 이전 시기에 비해 얼마나 높아졌고, 생태계에 파국적인 영향을 초래하지 않으려면 얼마 이하로 기온 상승을 막아야 하고,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온실가스 배출을 언제까지 얼마나 줄여야 한다는 식의 이야기를 많이 들어왔습니다. 책에는 전형적인 ‘기후과학적 서사’가 소개되어 있습니다.

“산업혁명 이후 대기에 축적된 온실가스가 지구고온화를 발생시켰으므로 … 2050년까지 탄소 순 배출을 제로로 만들 수 있다면 기온 상승을 1.5도 이내로 방어할 수 있다. 이산화탄소는 대기에 누적되므로 각국이 역사적으로 배출한 온실가스의 총량을 따지는 것이 중요하다. … ‘탄소 예산’이 얼마 남아 있지 않은 상태다. …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더욱 밀어붙여야 한다.”

– 전형적인 기후과학적 서사 사례 (책 pp.45-46)

이와 같이 대기 중 탄소가 어떤 의미이고 어떻게 줄일 것인가 하는 등의 기술적인 이야기는 우리 피부에 와 닿기 어려운 먼 이야기입니다. 하루하루 바쁘게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기후위기는 어려운 기후과학, 복잡한 정책, 수십 년 후의 일로 느껴져서  자신의 ‘위기’가 되기 어렵죠. 실제로 이상 기후로 인한 고통과 재난, 식재료 가격 상승, 코로나19 팬데믹 상황 등 기후위기와 관련이 높은 현실을 직접 겪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말입니다.

해수면 상승으로 물에 잠길 위험에 직면한 몰디브의 전대통령 마우문 압둘 가윰의 유명한 연설이 있습니다.

(국제사회에서 기후변화를) 그래프와 측정치와 온도 상승분에 대한 설명으로만 접근하 는 경향이 많았다. … 오랫동안 기후변화의 국제외교에서 저지른 핵심적 실수 중의 하나가 기후변화를 과학적 예상치로만 봤던 것이다. … 국제사회는 … 과학적 합의 사항을 대중의 언어로 번역해서 전달하는 데 실패했다. 전 세계 보통 사람들과 지역공동체들에서 지구온난화의 결과를 어떻게 받아들이는가 하는 점이 과학적 합의 만큼이나 중요한 비전…이다. 달리 말해 세계는 기후변화를 ‘인간화’(humanize) 하지 못했다.”

– 마우문 압둘 가윰. 해수면 상승으로 수몰 위기에 놓인 몰디브의 전대통령. (책 pp.37-38)

이런 문제를 이제는 외면하기 어려운 상황입니다. 왜냐하면 지구온난화가 과학적으로 밝혀진 사실이라고 하더라도 결국은 인간 사회 내에서 해결책을 찾아서 실행해야하기 때문입니다. 해결책이 과학기술이라고 하더라도 말입니다. 그래서 책 제목이 ‘탄소 사회’의 종말이 된 게 아닐까요. 단순히 이산화탄소를 대기 중에서 없앤다고 해결되는 문제가 아니라, 화석연료에 기반한 현대 도시 문명 자체를 종말 시키지 않으면 안 된다는 것이죠.

[영상 1] 기후위기의 범인은 누구? (출처: NASA’s Earth Minute)

책 서두(‘들어가며’)에서 정의하는 탄소 사회는 탄소 자본주의의 논리와 작동방식을 깊이 내면화한 고탄소 사회체제”를 의미합니다. 그래서 탄소 사회는 “생산, 소비, 그리고 인간의 내밀한 의식까지 지배하는 달콤한 중독의 체제”이며, “탄소 자본주의에서 파생된 불평등이 전지구적으로 그리고 한 나라 내에서 깊이 뿌리내린 사회 현실”을 뜻합니다.

책의 목차를 보면 전체적인 이해를 쉽게 할 수 있습니다. 주 제목보다는 부 제목이 더 잘 설명해주고 있는데요. 1부는 기후위기가 어떤 성격의 위기인가, 2부는 기후위기가 누구 책임이고 왜 풀기 어려운가, 3부는 기후위기를 어째서 인권문제로 봐야 하는가, 4부는 기후위기 해결을 위해 사회적 차원에서 무엇이 필요한가, 5부는 기후위기 해결을 위해 어떻게 할 것인가입니다.

저자는 이 책을 ‘사회와 인권의 관점에서 설명한 기후위기 입문서’로 요약할 수 있으며, 인문 사회과학의 여러 학문 분야에서 나온 최신의 연구 성과들을 몇 년에 걸쳐 공부한 노트를 공개하는 것과 비슷하다고 설명합니다(책 pp.6-7). 그런 면에서 이 책을 기후위기 이해의 출발점으로 삼아도 좋을 것 같아, 녹색문명공부모임에서 이 책을 다룰 동안 주요 내용을 정리해 소개하고 쟁점들도 짚어보려고 합니다.

2. 기후위기는 어떤 위기인가

책의 1부에서 짚고 있는 기후위기의 성격 중 첫 번째는 인류 역사상 유례가 없는 위기라는 것입니다. 현재를 지칭하는 지질연대는 ‘홀로세'(Holocene)인데, 인류가 지구 생태계에 재앙적인 결과를 가져오면서(p.28) 인간이라는 한 종이 만들어낸 위기를 표현하는 새로운 이름들이 여러가지 나오고 있습니다. 인류세(anthropocene)가 가장 익숙하고, 자본세, 고독세(외로움의 시대), 화염세, 여성세, 술루세(Chthulucene), 생태세, 동질세, 학살세 등이 있으며, 기후위기는 이러한 배경 위에서 이해되어야 한다는 것이 저자의 지적입니다.

[그림 1] 산업화 이전 시기 대비 지구 평균 표면 온도 상승 폭 비교. 1850-2020년. (출처: 기후변화행동연구소)

지구가 뜨거워지고 있다는데 지구 평균 기온이 얼마나 올라갔는지 그 수치를 처음 보면 누구나 살짝 맥이 빠집니다. 산업화 이전 수준 대비 1.5도 혹은 2도 이상이 되지 않도록 막아야 한다는 것이 현재 우리의 목표이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이 온도는 바다와 육지를 포함한 전지구에 대해서 표면 온도를 평균한 값이며, 실제로 남극과 북극, 적도 지방 등에서는 온도 상승폭이 다른 지역보다 훨씬 큽니다.(북극권에 대한 녹색아카데미 웹진 기사 “북극 통지표 2019(NOAA)”를 참고해주세요).

우리나라도 지구 평균 이상으로 온난화되고 있습니다. 2020년 7월에 발표된 「한국 기후변화 평가보고서 2020」에 따르면, 전 지구적으로 1880~2012년 평균 지표온도가 0.85도 상승한 반면, 한국에서는 1912~2017년 동안 약 1.8도가 상승했습니다. 이 수치는 바다를 뺀 육지에 대한 값이고 대상 년도도 조금 다르지만, 한반도의 기온상승이 전지구 평균보다 높다는 것은 분명합니다.

[그림 2] 북극권의 기온 편차 비교. 1981-2019년 (1981-2010년 평균 대비). 파랑-세계 육지 연평균 기온, 빨강-북위 60도 이상 북극권 연평균 기온. 북극권의 연평균기온 상승폭은 세계 육지 연평균기온 상승폭의 두 배 이상이다.(출처: NOAA)

또한 온도는 여러 지표들 중 하나일 뿐이며, 그래서 바다 속 산소 농도와 산성화(pH), 해양 열 함량 등 좀 더 대표성 있고 장기적인 영향이 포함된 지구온난화 지표들을 사용해야 한다는 지적이 있습니다. (현재 세계의 기후 상태에 대해서는 유엔 세계기상기구의 2020년 기후보고서에 대한 녹색아카데미 웹진 기사를 참고해주세요.)

현재 전지구의 바다와 육지를 포함한 표면 온도 상승은 약 1도 정도입니다. 2015년 「파리협정」에서 세운 목표는 21세기 말까지 기온 상승폭을 2도 이내로, 가능한 한 1.5도 이하로 억제하자는 것입니다.1.5도와 2도의 차이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크다고 합니다.

다음 영상(4분 41초)은 「파리협정」부터 시작해 2020년 10월 당시까지 국제적으로 그리고 각 국가별로 어떻게 기후변화에 대해 대응해오고 있는지 간결하게 설명하고 있습니다. 1.5도 상승 억제도 보수적으로 잡은 목표이고 파국적인 기후변화 피해를 막기에 역부족인데, 그것마저도 국제적으로 합의가 되지 못했고 실제로 실행에 옮기고 있는 나라는 극소수입니다. 그러나 에너지 전환을 계획, 실행하고 화석연료로부터 탈피하고자 하는 지역, 기업, 국가들이 없는 것은 아닙니다. 짧지만 아래 영상을 통해 기후위기 대응 현황을 확인해볼 수 있습니다.

[영상 2] 기후위기 현 상태는 어떠하며 우리는 어떻게 대응하고 있는가. (설정에서 한글 자막 선택. 출처: TED/Climate Action Tracker)

이번 세기말까지 지구 평균 기온이 얼마나 올라갈 것인가는 우리가 온실가스를 얼마나 배출하느냐에 달렸습니다. 기후행동추적자(Climate Action Tracker; CAT)에 따르면 각 나라의 정부가 약속한대로 온실가스를 줄인다고 하더라도 2.6~3.2도 정도 상승할 것이고, 현재 수준으로 온실가스를 계속 배출한다면 2.3~4.1도까지 올라갈 것이라고 합니다(p.33).

「파리협정」에서 제시한 1.5도 상승 억제라는 목표치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앞으로 10년 동안 매년 온실가스를 7.6%씩 줄이고 2050년까지 탄소배출 순제로에 도달해야 합니다. 그렇게 하지 못하면, 이르면 2064년에 늦어도 2095년이나 2084년에 4도 이상 상승할 가능성이 높다는 연구가 있습니다(p.34).

이러한 기온상승 예상치는 각 나라들과 기업들이 타협을 해나가면서 대체로 보수적으로 설정되기 때문에 비판을 많이 받습니다. 기후변화라는 문제는 예측하기 매우 어려운데 이럴 경우 위험도를 어느 정도로 잡아야 할까요? 기후위기처럼 그 결과가 파국적일 때는 최악의 시나리오에 대해 대비하는 것이 타당할 것 같은데, 우리의 대비는 전혀 그렇지 못하다는 것이 지금의 현실입니다.

… “탄소 사회의 종말 (2)”에서 계속됩니다.

정리 : 황승미 (녹색아카데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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