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이트헤드의 과정철학과 양자역학
알프레드 노스 화이트헤드(Alfred North Whitehead 1861–1947)는 탁월한 수학자이자 물리학자이자 철학자였습니다.
단순하게 말하면 화이트헤드는 상대성이론 특히 일반상대성이론을 잘 이해하고 있었고 자신의 철학적 사유에서도 이를 진지하게 수용했지만, 그가 알고 있던 양자이론은 고전양자론 즉 보어-조머펠트 이론이었습니다. 그런 점에서 1925년 이후 새롭게 전개된 양자역학을 화이트헤드가 제대로 수용하지 못했다고 말하기도 합니다.
그러나 화이트헤드의 <과정과 실재 (Process and Reality)>가 출간된 것이 1929년이었고, 이 저서는 1927-1928년의 기포드 강연을 묶어낸 것이었습니다. 이 시기는 바로 새로운 양자역학과 파동역학이 처음 나타나 물리학자들의 관심을 크게 모으던 때이고, 특히 브뤼셀에서 열린 5차 솔베이 회의에서도 바로 이것에 대한 이야기가 중심이 되었습니다. 화이트헤드 같은 대가가 새로운 양자역학에 무관심했을 리는 없습니다. 특히 고전양자론 자체에 관심을 가지고 있었으니 말입니다.
하지만 양자역학의 철학적 문제와 화이트헤드의 철학적 사유 사이의 관계를 해명하는 것은 결코 쉽지 않은 일입니다.
- Michael Epperson (2004) Quantum Mechanics and the Philosophy of Alfred North Whitehead. Fordham University Press. https://amzn.to/3vBPpRR (아마존에서 킨들 전자도서를 무료로 얻을 수 있음)
- Michael Epperson, Elias Zafiris (2013) Foundations of Relational Realism: A Topological Approach to Quantum Mechanics and the Philosophy of Nature. Lexington Books. https://amzn.to/43MdcfW
<관계실재론의 기초들>은 "양자역학에 대한 위상수학적 접근과 자연의 철학"이라는 부제가 도드라집니다. 철학적 부분과 수학적 부분으로 나뉘어 있습니다. 철학적 부분을 쓴 마이클 에퍼슨은 2003년에 <양자역학과 알프레드 노쓰 화이트헤드의 철학>이라는 제목의 박사학위논문을 썼고, 이 학위논문은 2004년에 단행본으로 출판되었습니다. 수학적 부분을 쓴 일리어스 재피리스는 층 이론(sheaf theory)의 전문가입니다.
이들에 따르면, 아인슈타인-포돌스키-로젠의 사고실험이 보여주는 바는 흔히 우리가 대상(object)이라 부르는 것이 실상은 관계(relation)라는 점입니다. 더 나아가 소위 '양자(quantum)'라는 것은 물리적인 관계항들의 단위라기보다는 '논리-물리적 관계'의 단위라는 것입니다.
무엇보다 저는 양자역학이든 비양자역학이든 물리학의 여러 기본 동역학 이론들이 대상에 대한 전지적 서술이라 믿는 것에 반대하는 입장입니다. 그것이 무엇이든 결국 대상에 대한 형식이론적(또는 수학적) 서술과 사건 또는 현상에 대한 서술주체의 논리적 서술이 맞닥뜨리는 장면이 반드시 등장한다는 것입니다. (장회익 선생님은 이를 상태서술과 사건서술의 구별로 개념화하셨습니다.) 그래서 모든 물리학 이론은 반드시 해석을 필요로 합니다. 소위 고전역학도 마찬가지입니다.
화이트헤드를 다시 읽어봐야 할 때가 아닌가 싶기도 합니다.
티모시 이스트먼과 행크 키턴이 편집한 논문집 <물리학과 화이트헤드: 양자, 과정, 경험>
- Eastman, Timothy & Hank Keeton (eds.), (2004). Physics and Whitehead: Quantum, Process and Experience. State Univeristy of New York Press. https://amzn.to/3w1IaSe
<물리학과 사변철학: 현대과학 속의 잠재성>
- T.E. Eastman, M. Epperson, D.R. Griffin (eds.) (2018). Physics and Speculative Philosophy: Potentiality in Modern Science. De Gruyter. https://amzn.to/3KEwH0h
"Two major problems have inhibited progress towards greater unity in fundamental science: (1) the interpretive disparity, at the level of fundamental process, between our understandings of quantum physics and that of gravity physics and (2) interpretive ambiguities about emergence. This book is about new process-oriented interpretations of modern physics that have the potential to solve these major problems. Primary topics covered are interpretations of quantum physics, relativity theory, logic and mathematics (especially the new category theory), and emergence. Our main focus is on new research demonstrating the enhanced efficacy of interpretations including both potentiality and actuality as part of the real (thus, an enhanced conception of "reality"); our examples show that both are needed to solve problems of fundamental process and emergence." (p. 1)
Quantum-Mechanics-and-the-Philosophy-of-Alfred-North-Whitehead-Michael-Epperson.pdf
Physics-and-Whitehead_-Quantum-Process-and-Experience-Timothy-E.-Eastman-Hank-Keeton.pdf
번호 | 제목 | 작성자 | 작성일 | 추천 | 조회 |
공지사항 |
[자료] 유튜브 대담영상 "자연철학이야기" 녹취록 & 카툰 링크 모음 (2)
neomay33
|
2023.04.20
|
추천 2
|
조회 8174
|
neomay33 | 2023.04.20 | 2 | 8174 |
공지사항 |
<양자역학을 어떻게 이해할까?> 강독모임 계획 안내 (1)
시인처럼
|
2023.01.30
|
추천 0
|
조회 7891
|
시인처럼 | 2023.01.30 | 0 | 7891 |
공지사항 |
『양자역학을 어떻게 이해할까?』 정오표 (10)
시인처럼
|
2022.12.22
|
추천 3
|
조회 10315
|
시인처럼 | 2022.12.22 | 3 | 10315 |
공지사항 |
[공지] 게시판 카테고리 설정에 대해서 (4)
시인처럼
|
2022.03.07
|
추천 0
|
조회 9388
|
시인처럼 | 2022.03.07 | 0 | 9388 |
공지사항 |
새 자연철학 세미나 보완 계획 (3)
시인처럼
|
2022.01.20
|
추천 0
|
조회 10206
|
시인처럼 | 2022.01.20 | 0 | 10206 |
공지사항 |
새 자연철학 세미나 - 안내
neomay33
|
2021.10.24
|
추천 0
|
조회 9917
|
neomay33 | 2021.10.24 | 0 | 9917 |
606 |
아인슈타인-포돌스키-로젠 논변과 벨의 정리
자연사랑
|
2023.08.14
|
추천 1
|
조회 986
|
자연사랑 | 2023.08.14 | 1 | 986 |
605 |
우리가 양자역학을 제대로 이해하고 있을까? (프랑크 랄로에)
자연사랑
|
2023.08.14
|
추천 1
|
조회 420
|
자연사랑 | 2023.08.14 | 1 | 420 |
604 |
양자 얽힘과 비국소성
자연사랑
|
2023.08.14
|
추천 3
|
조회 1216
|
자연사랑 | 2023.08.14 | 3 | 1216 |
603 |
토머스 영의 실험과 빛의 파장 측정 (7)
자연사랑
|
2023.08.13
|
추천 2
|
조회 1136
|
자연사랑 | 2023.08.13 | 2 | 1136 |
602 |
빛의 진동수/파장을 측정하는 방법 (2)
자연사랑
|
2023.08.13
|
추천 1
|
조회 1759
|
자연사랑 | 2023.08.13 | 1 | 1759 |
601 |
편광과 양자역학의 상태
자연사랑
|
2023.08.08
|
추천 1
|
조회 1390
|
자연사랑 | 2023.08.08 | 1 | 1390 |
600 |
디랙의 <양자역학의 원리> (2)
자연사랑
|
2023.08.07
|
추천 1
|
조회 1087
|
자연사랑 | 2023.08.07 | 1 | 1087 |
599 |
벨 정리와 양자역학의 존재론
자연사랑
|
2023.08.07
|
추천 2
|
조회 547
|
자연사랑 | 2023.08.07 | 2 | 547 |
598 |
양자이론과 성향: 하이젠베르크 (1)
자연사랑
|
2023.08.01
|
추천 1
|
조회 947
|
자연사랑 | 2023.08.01 | 1 | 947 |
597 |
화이트헤드의 과정철학과 양자역학 (2)
자연사랑
|
2023.07.31
|
추천 1
|
조회 1109
|
자연사랑 | 2023.07.31 | 1 | 1109 |
궁금했던 지점이었는데, 글로 방향 정리해주시고, 글감들 소개해주셔서 고맙습니다 ^ ^
존재론적 혁명의 지점과 언어를 찾는데 철학적 바탕이 도움이 되리라 생각하고, 잘 공부해볼게요.
화이트헤드와 양자이론의 연결은 무척 흥미롭지만 또 동시에 아주 어려운 주제일 것 같습니다. 궁금했던 지점이라 하셔서 위에 소개한 책/논문집 일부를 위에 첨부해 두었습니다. library genesis에서 구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