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꼽문] 책새벽-금. 세계철학사 1 : 1부 - 6장 이상과 현실(p.346까지)
모임 정리
책새벽-금
작성자
neomay33
작성일
2023-10-05 10:29
조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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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색아카데미 온라인 책읽기 모임 '책새벽 - 화/금' 시즌1에서는 현재 『세계철학사』 1권의 1부를 읽고 있습니다.
매주 읽는 내용 중 참여하시는 분들이 꼽아주신 책꼽문과 질문을 모아 이곳에 정리해두고 있습니다. 책 읽으시는 데 참고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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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철학사 1』. 이정우. 길. 2018.
제6장. 이상과 현실
p.247-249.
일반적으로 하나의 사상이 '철학'이라고 불릴 수 있는 조건들을 기본적으로 완비하고 있을 때, 그것을 '철학 체계'라 부를 수 있다. 하나의 사상이 '철학 체계'라는 이름을 부여받을 수 있는 조건은 세 가지(세분하면 네 가지)로 볼 수 있다.
하나는 기존 철학의 역사에 대한 나름대로의 일관된 입장이다. ... 빼어난 철학 체계의 출발점은 곧 철학사이다. 철학사를 어떻게 보는가와 철학을 어떻게 하는가는 굳게 맞물려 있다.
두 번째는 '세계'에 대한 일관된 개념체계로서, 하나의 철학 체계는 정합적인 개념체계를 제시함으로써 그런 이름을 부여받을 자격을 가진다. 맥락에 따라 '형이상학', '존재론', '자연철학', '우주론' 등 여러 말들이 쓰이지만 오늘날 가장 일반적으로 사용되는 것은 존재론이다. 즉, 하나의 사상이 '세계'에 대한 나름대로의 수미일관한 존재론을 보여줄 때 우리는 그것을 '철학 체계'라 부를 수 있다. ... 존재론이 소박한 존재론이 되지 않으려면 그 안에 인식론과 인성론을 내장해야 한다.
세 번째는 삶에 관련해 일정한 실천적 지향을 제시하는 측면으로서, 이는 '윤리학', '실천철학', '정치철학' 등 여러 이름을 가진다. ... 철학사가 철학 체계의 뿌리라면, 존재론(과 인성론, 인식론)은 그 기본 줄기이고, 윤리학과 정치철학은 그 위에서 피어나는 꽃과 열매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이렇게 기존 철학사에 대한 일정한 입장, '세계'와 '인간'에 대한 체계적 해명, 그리고 삶의 방향성에 대한 뚜렷한 비전 제시를 모두 갖추고 있는 사상 체계를 '철학 체계'라 부를 수 있다.
p.251.
(플라톤이) 스물여덟의 나이에 목격한 아테네 정치에의 타락과 스승의 죽음. 그 의미를 곱씹으면서 지냈을 10여 년의 세월 동안 그는 이른바 초기 대화 편들에 스승에 대한 기억을 담았다.
p.253.
플라톤이 스승에 대한 회상을 넘어 자신의 사유를 펼치기 시작했을 때, 그가 일차적으로 맞닥뜨린 것은 소피스트들의 감각주의였던 것 같다. 철학은 현실적인 상황에서 출발하지만 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즉물적 대응이 아닌 다른 방식을 취한다. 그 상황을 발생시킨 가장 근저에 있는 문제로 육박해 들어가는 것이다.
플라톤 역시 아테네의 몰락에서 사유를 시작했지만 진정으로 철학적인 응답을 구성하기 위해서는 상황의 근저로 파 들어가야 했고, 거기에서 감각주의 인식론의 문제를 만나게 되었을 것이다. 각 개인이 자신의 감각만으로 세계를 파악하는 세계, 그것은 곧 만인이 각각 "내가 만물의 척도!"라고 말하는 세계이다.
어떻게 이런 상황을 넘어서서 폴리스-공동체를 위한 철학을 구축할 수 있을 것인가? 여기에 플라톤의 문제가 있었다. 감각으로 알 수 있는 것(the sensible)과 이성으로 알 수 있는 것(the intelligible)의 구분은 이런 맥락에서 등장했다.
p.254.
감각을 넘어 사물의 본질을 파악하는 '이성'의 존재와 이성의 파악 대상인 '본질'의 실재성을 믿는 각종 유형의 철학들은 모두 플라톤을 잇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아무것도 존재하지 않는다"에 대해 플라톤은 "이데아들이 존재한다"고 응했고(본질주의 존재론),
"존재한다 해도 알 수가 없다"에 "이성이 알 수 있다"고 응했으며(합리주의 인식론),
"알 수 있다 해도 전달할 수가 없다"에 "우리 모두는 이성을 공유하고 있다"고 응한것이다(보편주의 윤리학).
플라톤이 최초의 위대한 '철학 체계'를 세웠다는 것은 바로 이 점을 뜻한다.
p.255.
플라톤이 이데아에 대한 이런 믿음을 ''이데아가 존재하노라'' 하는 식의 단언으로만 제시했다면 그는 어떤 종교의 교주는 되었서도 위대한 철학자는 될 수 없었을 것이다. 그에게 이데아의 존재는 가설(hypothesis)이었고 때문에 그는 평생에 걸쳐 이 이론을 보강하고 정교화하고 때로는 의문에 붙이고 새롭게 시도하는 등 다듬어 나갔던 것이다.
p.258.
어쨌든 플라톤의 생각대로 삶에서 죽음이 죽음에서 삶이 나온다면, 삶의 세계가 있듯이 죽음의 세계도 있어야 한다. 훗날의 용어로, 삶의 세계에서 사물들은 '실존(exist)'하지만 실존함이 존재함의 전부가 아니며 죽음의 세계에서 '잠존하는(subsist)' 사물들도 존재해야 하는 것이다. 내세(來世)의 존재라는 이 생각은 상기설을 논하는데도 기초가 된다.
p.258-259.
...이것은 곧 묻는 사람이나 대답하는 사람이나 추론 능력을 내장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이것이 상기설의 실마리이다. 그리고 이 상기설은 우리가 태어나기 이전에 이미 우리의 영혼은 존속하고 있었으며 진리를 알고 있었음을 시사한다. ...
무엇인가를 상기하는 행위는 '유사성(homoiotes)'을 실마리로 한다. 그러나 유사성을 통해 상기할 때 그 근저에서는 동일성이 작동하고 있다. A를 보고서 그것과 유사한 B를 상기할 때 우리는 A와 B사이의 차이를 잠시 접어두고서 그것들을 이어주는 동일성을 파악하고 있는 것이다.
그 동일성에 차이를 덧붙임으로써 유사성이 성립한다. 따라서 실마리는 유사성이지만 원리는 동일성이다. ...여기에 형상=이데아 이론의 실마리가 있다. 구체적인 사물들은 그것들의 이데아를 통해서 비로소 그 연관성이 파악된다. 형상들의 가장 기본적인 성격은 같음 (자기)동일성이다.
p.260.
우리가 사물들의 이상태를 이미 알고 있음을 시사한다. 물론 보다 경험적으로 볼 때 우리는 현실적 사물들로부터 추상해서 그런 이상태로 나아간다고 할 수도 있다. 그러나 그런 나아감이 가능하기 위해서도 이상태에 대한 개념이 전제되어야 한다. ... 인간에게 현실을 있는 그대로 지각할 능력밖에 없다면 그에게 현실과 이상 사이의 차이/거리를 알고 있으며, 바로 그 때문에 그 차이/거리를 메우려 노력한다. 여기에 플라톤 사유의 핵심적인 실마리가 있다.
p.263.
영혼은 일종의 조화라는 생각이 그리스 사회에 널리 퍼져 있었던 것 같다. 악기를 구성하는 요소들이 신체의 요소들이라면, 그것들이 들려주는 소리의 조화는 바로 그 악기의 영혼과도 같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악기가 부서지거나 썩을 경우 그 조화는 어떻게 되는가? 이 물음은 물질적인 차원과 그 물질을 특정하게 조직하는 차원의 관계를 생각해보게 만드는 핵심 물음이다.
p.268-269.
플라톤이 생각한 '철학자들'은 대체적으로 공자가 꿈꾸었던 '군자'들에 접근한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핵심적인 것은 누군가가 "철학자"라고 불릴 자격이 있다면 그것은 그가 이데아를 인식했기 때문이라는 점이다. 그렇다면 철학자는 어떤 사람이고, 이데아는 어떤 것인가?
플라톤에게 철학자란 세계의 진상을 인식한 사람이다. 세계의 진상을 플라톤은 '실제(realitas)' 또는 '진리(veritas)'라 부른다. 그렇다면 플라톤에게 실재/진리란 어떤 것일까? 플라톤에게 참된 존재 즉 실재는 "영원하고 자기동일적인 것들"이다. ... 오늘날 우리가 '이데아' 즉 '형상'이라 부르는 것들이다. ... 플라톤에게 철학자란 바로 이 실재로서의 이데아를 인식하는 사람이다.
P.275.
플라톤에게 진리는 단순한 지식이 아니며 축적을 통해 발전해가는 것도 아니다. 그것은 "눈이 어둠에서 밝음으로 향하려면 몸 전체를 함께 돌리지 않고서는 불가능하듯, 영혼 전체와 더불어 생성계로부터 [이데아계로] 전환해야만" 얻을 수 있는 것이다. 이러한 '인식론적 단절'을 통해서야 비로소 진리를 접할 수 있다. 플라톤은 이를 '상승 운동'이라 칭하며, 또 이데아를 관조하는 '관조적 삶'이라 말하고 있다.
그러나 이것은 길의 절반이다. 진리를 얻은 사람은 다시 현실로 내려와야 한다. 그리고 그 진리를 사람들과 공유해야 한다. 공동체에 진리를 전달하고 그로써 공동체를 진리고 이끌어야 하는 것이다. 플라톤은 이 길을 '하강운동'이라 칭하며, 또 실천에 매진하는 '실천적 삶'이라 부른다. 이렇게 상승운동과 하강운동, 관조적 삶과 실천적 삶, 인식론적 단절과 인식론적 회귀가 원환을 그리면서 완성될 때에만 철학적 삶은 완성될 수 있다고 본 것이다."
(2023. 10. 8. 책꼽문 업데이트)
P. 276
그런데 제(티마이오스)가 볼 때 우선 이런 구분을 할 필요가 있습니다. 무엇이 '영원하고 자기 동일적인 존재'이고, 무엇이 "늘 생성할 뿐이어서 자기 동일적이지 못한 존재'입니까? 첫 번째 것은 항상 동일성을 유지하기에 순수 사유와 논리적 추론에 의해 파악됩니다. 두 번째 것은 생성과 소멸을 겪을 뿐 자기 동일적 실재가 아니기에 감각 작용을 동반하는 통념의 대상입니다.
나아가 존재하는 것은 그것이 무엇이든 그 원인을 가지기 마련이기에, 생겨나는 모든 것은 어떤 원인의 작용으로 생겨나는 법입니다. 그래서 (이 우주는) 조물주(데미우르고스)가 영원하고 자기 동일적인 존재들을 뚫어지게 응시하면서 그것들을 본(本=paradeigma)으로 삼아 만든 것입니다. 다시 말해 그 존재들의 형태와 역능(dynamis)을 자신의 작품(우주)에 구현 시킨 것입니다. 우주가 바로 이렇게 만들어졌으니 이토록 아름다운 것이 당연하지 않겠습니까? (27d~28b)
p.278-279.
플라톤은 이 대화편(티마이오스)을 이데아계와 그것을 가장 가깝게 모방하고 있는 우주를 중심으로 한 논의, 이데아계의 대립항인 코라(물질적 터)의 성격을 해명하는 논의, 그리고 이 두 차원을 함께 결합하고 있는 생명체들에 대한 논의라는 세 부분으로 구성하고 있다.
... 세계의 이런 성격은 무엇보다 '코스모스'로서의 우주에서 확인된다.(각주17. 이렇게 볼 때 우주는 그 자체가 일종의 생명체라고도 할 수 있다. 이때의 영혼을 '우주 영혼'이라고 부른다. 이 영혼은 이데아계와 현실계를 이어주는 사다리의 역할을 한다. 달리 말해, 이데아에 가장 근접해 있는 것이 영혼이며 현실계에서 가장 초월적인 것이 영혼이다. 영혼의 이런 사다리와도 같은 성격 또한 이후의 철학사에서 반복적으로 등장하는 테마가 된다. 아울러 영혼은 존재론과 인식론을 잇는 가교이기도 하다.)
p.287.
플라톤에게 생명을 이해하는 핵심어는 '영혼'이다. 사실 'psychē'라는 말은 본래 생명을 뜻했으므로 이것은 당연한 것이다. 생명체들의 원리는 당연히 생명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피조물들의 세계에서 영혼은 반드시 신체와 함께 작동한다. 때문에 영혼이라는 주원인과 신체라는 부원인을 함께 논의해야 한다.(『티마이오스』 I, II, III)
p.279~282
플라톤은 조물주가 우주를 존재(ousia), 동일성/ 동일자(tauton), 차이/ 타자(thateron)라는 세 가지 원리를 가지고서 만들었다고 본다. 동일자는 우주의 항상적인 측면을 설명해 주고, 타자는 변이(variation) 를 가져오는 측면을 설명해 준다. 그래서 위의 '간명함'은 '단순함'은 아니다.
우주의 동일자와 타자는 대수학적으로 표현된다. 동일자는 2배수(1,2,4,6,8 등)로 그리고 타자는 3배수(1,3,9,27 등)로 표현... 이런 구조는 음악의 그것과 일치... 아울러 동일자와 타자는 또한 기하학적으로도 표현된다.
천구 안에는 두 개의 면이 존재하는데, 역시 하나의 면은 우주의 항상성을 다른 하나의 면은 변이성을 표현한다. 그 하나는 동일자의 면 즉 적도를 지름으로 하는 면이고, 다른 하나는 타자의 면 황도를 지름으로 하는 면이다. 동일자의 면에서는 항성(恒星)이 돌아가고, 타자의 면에서는 행성(行星)들... 이렇게 천문학, 대수학, 기하학, 음악은 매우 밀접한 관련을 맺는 것으로 이해되었으며, 이런 생각은 그 후로도 오래 지속되고 또 (다름 아닌 플라톤 자신에 의해 설계된) 서구의 교육 제도에도 깊이 스며 들어간다. ...
그러나 우주는 '퓌지스'일 뿐 이데아계가 아니며 따라서 어디까지나 생성하는 존재이다. 즉, 그것은 어디까지나 이데아계의 모상(摸象)이다. 따라서 문제는 어떻게 이 우주가 이데아계를 최대로 담도록 만드느냐에 있다. 조물주는 우주를 탄생시키기 위해서 또 하나의 중요한 것을 만들었는데, 그것이 바로 '시간(chronos)'이다. 조물주는 최대한 규칙적인 시간을 만들어야 했다.
그래야만 우주가 제멋대로 움직이지 않고 질서정연하게 돌아가기에 말이다. 그래서 플라톤에게 시간이란 바로 영원의 모상으로서, 물론 움직이는 모상으로서 창조되었다. ... 따라서 우주의 수학적 질서는 시간의 질서로서 표현되었다. ... 이렇게 공간, 시간, 속도, 힘을 비롯한 여러 기본 개념들을 동원해서 플라톤은 우주란 조물주가 형상계를 모방해서 만든 것임을 보여준다.
p.285
물질을 탐구하면서 계속 미시세계로 내려갈수록 오히려 물질성이 휘발되고 점점 수학적 구조들 - 예컨대 텐서방정식 - 만 남게 된다. 그러나 만일 미시세계의 극치가 순수 수학적 존재들이라면 그것들이 아무리 많이 모여도 물질적 실재성을 가질 수는 없다. 수학적 설명 방식과 물리적 실재성은 분명하게 구분되어야 하는 것이다. 각도를 조금 달리할 경우, 이 문제는 베르그송이 ‘물질과 기억’에서 전개한 이미지론과도 관련된다.
여기서부터 2023년 10월 18일 업데이트
p.304.
『국가』에서 플라톤은 당대 아테네의 현실을 염두에 두면서 이데아론에 입각한 이상국가론을 펼친다. 『국가』편은 크게 보아 다음 세 가지 주제를 다루고 있다.
1. 정의란 무엇인가? 정의로운 국가, 즉 이상국가는 어떤 국가인가?
2. 정체에는 어떤 것들이 있는가? 그것들을 어떻게 평가할 수 있는가?
3. 통치자들을 어떤 교육 과정을 통해서 뽑아야 하는가?
p.304-305.
한 사회에서 가장 소중한 가치는, 적어도 기본적인 가치는 정의이다. 정의가 보장되지 않는 사회의 성원들은 진정으로 행복하기 힘들다. 그래서 『국가』 역시 정의론을 중심으로 전개된다. 플라톤이 말하는 정의는 현대 식의 좁은 의미 즉 정치적, 법적 개념이기보다는 한자어 그대로의 의미 즉 바르고 옳음을 뜻한다.
... 그리스 사상사에서 정의(dikē/dikaiosynē) 개념은 휘브리스 또는 아테 개념과 대를 이루면서 핵심적인 역할을 해왔다. ... 플라톤은 바로 이 '정의'를 국가론의 핵심 개념으로 삼고서 논의를 전개하고 있으며, 이로부터 우리는 이 개념이 한 국가의 조화, 균형, 화합 등과 직결되리라고 짐작할 수 있다.
p.309
소크라테스와 플라톤이 이룩한 사유 혁명은 결국 기존의 영혼 개념을 넘어서는 영혼 개념, 그 고유한 능력/아레테 개념으로 압축된다. 소크라테스가 말한 영혼과 그 고유한 능력/아레테 로서의 이성에 플라톤은 이성의 실현으로서의 정치를 부가한다. 이는 곧 영혼 개념과 정의 개념의 연계를 뜻한다.
정의야말로 영혼을 가진 존재인 인간이 추구할 수 있는 핵심적인 아레테라는 뜻이 된다. 정의로운 자는 행복한 자라는 귀결이 나온다.
p.311-312.
플라톤이 정의론에 접근하는 기본적인 관점은 부분과 전체의 연관성에서 보는 것이다. 이것은 헬라스에서 정의의 문제가 곧 조화의 문제와 상통한다는 점을 상기하면 어렵지 않게 이해할 수 있다. 여기서 전체란 물론 국가=폴리스이고 부분이란 폴리스를 구성하는 요소들이다. 그렇다면 이 요소들을 어떤 관점에서 파악할 것인가? ... 플라톤은 이 요소들을 우선 직업들을 중심으로 파악한다. 즉 폴리스를 구성하는 사람들의 기능을 중심으로 파악한다.
p.312-313.
플라톤은 국가의 이런 구도를 수립한 후, 마침내 그 자신의 정의관을 제시한다. 그는 폴리스의 "어느 한 집단이 행복해지도록 하는 게 아니라 시민 전체가 최대한 행복해지도록 하는 것"이 정치의 핵심이라고 보며, "바로 이런 국가에서 정의가 가장 분명하게 확보된다"고 말한다.(IV 420b)
요컨대 정의란 "강자의 이익"이 아니라 시민 전체의 최대한의 행복인 것이다. 따라서 글라우콘과 아데이만토스가 정식화해준 소피스트적 정의관...에 대한 응답이 일단 확보된 셈이다. 소피스트들에게 인간의 퓌지스(자연적 본성)는 악한 것이고 따라서 서로 공멸하지 않기 위해 할 수 없이 타협하는 것이 정의라면,
플라톤에게 정의란 인간이 각각의 퓌지스에 따라서 일정한 기능을 수행하고 그 기능들이 조화를 이루어 (강자가 아니라) 시민 전체가 최대한의 행복을 추구할 수 있게 해주는 것이다.
P.322
참주정은 이렇게 권력을 갈구하는 인물과 지배 당하기를 희구하는 대중 즉 우중(愚衆)이 만났을 때 성립한다.
민중의 선봉에 선 자는 […] 아주 잘 따르는 군중을 동원해 동족의 피를 흘리는 것을 삼가지 않으며, 사람을 부당하게 고발해ㅡ 이런것들은 그들이 곧잘 하는 짓들이거니와ㅡ법정으로 끌고가서는 그를 살해하네. (…) 그러니 다음으로 이런사람으로서는 적들에 의해 살해되거나 아니면 참주가 되어 사람에서 늑대로 변신하네.(8권, 565e~566a)
이렇게 참주가 된 자들은 사병을 조직하고 걸핏하면 전쟁을 일으키며, 대중의 요구에 영합하면서 온갖 전횡을 일삼는다. 처음에는 대중을 의식해서 일정 정도 그들을 위한 정책을 펴는 듯하지만 이내 본색을 드러내어 튀라노사우루스처럼 난폭하게 폭정을 펼친다. 대중은 그때야 진상을 깨닫고 땅을 치며 후회하지만 때는 이미 늦어 버린다. 플라톤은 이를 연기를 피하려다 불에 뛰어든 것으로 묘사한다.
p.328. (각주 59)
여기서 문제가 되는 교육은 주로 직업교육이 아니라 교양교육(paideia)이다. ... 플라톤의 사상은 어떤 면에서는 이 교양교육을 둘러싸고서 소피스트들, "시인"들(뮈토스의 전달자들), 정치평론가들(예컨대 이소크라테스), 연설가들 등과의 대결을 통해서 전개되었다고 할 수 있다.
(6장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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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꼽문] 세계철학사 1부 6장 p.276-293까지 책꼽문 추가했습니다.
고맙습니다. 틈 나는 대로 읽어보려고 하는데도 조금은 장황한 서술이다 보니 차분하게 읽기가 쉽지 않습니다. 이렇게 '책꼽문'으로 정리해 주시는 것이 큰 도움이 됩니다.
[책꼽문] <세계철학사> 1부 '6장 이상과 현실' p.304부터 6장 끝까지 업데이트 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