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문과 소감] 『삶과 온생명』 6, 7장 ("장회익 저작 읽기" 5회)
질문 및 토론
녹색문명공부모임
작성자
neomay33
작성일
2023-11-24 15:07
조회
527
녹색문명공부모임 "장회익과 장회익 저작(생명, 문명) 읽기" 5회 : 『삶과 온생명』 6, 7장을 읽으며 들었던 이런 저런 두서없는 질문, 생각을 조금 적어보았습니다.
1. 알프레드 테니슨의 시와 과학이론으로서의 '온생명론'
이 책과 비교해볼 생각으로 2014년에 출간된 장회익선생님의 책 『생명을 어떻게 이해할까?』를 펼쳐 보다가, 예전에는 그냥 흘려 읽었던 알프레드 테니슨(Alfred Tennyson)의 시가 좀 다르게 다가와서 검색을 해봤는데요. 시가 짧고 말도 쉬운 데 비해 그 뜻은 매우 심오하고 아주 유명한 시라는 걸 알게 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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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라진 틈에 피어난 꽃 한 송이,
내 너를 벽 틈에서 뽑아냈구나,
여기 내 손안에, 너를 들고 있다, 뿌리까지 모두,
이런 꽃이여 - 내 만일 네가 무엇인지를 이해할 수 있다면,
뿌리까지 모두, 속속들이 모두, 이해할 수 있다면
나는 신이 그리고 인간이 무엇인지를 알 수 있으련만.
Flower in the crannied wall,
I pluck you out of the crannies,
I hold you here, root and all, in my hand,
Little flower—but if I could understand
What you are, root and all, and all in all,
I should know what God and man is.
- Alfred Tennyson. 1869.
출처 : 『생명을 어떻게 이해할까?』. 장회익. 2014. 한울아카데미. "책을 내며" p.3.
갈라진 바위 틈에 피는 꽃, 풀을 '암극식물'(chasmophyte)이라고 하네요. 이름까지 있는지 몰랐습니다. 이 시는 알프레드 테니슨이 Ludshott Common이라는 아름다운 관목지를 여행하다가 영국 시골에 흔히 있었다는 소원들어주는 우물(Ludshott Common and Waggoners wells) 가에서 자연의 아름다움과 신비로움에 영감을 받아 썼다고 합니다. 그 곳의 우물 옆에 이렇게 시를 새긴 동판도 있고요.
(그런데 1850년생인데 1869년에 이 시를 썼다고 하니 19-20살 때 썼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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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시를 1970년대에 읽고 선생님의 비망록에 이렇게 쓰셨다고 책에 나오는데요.
"우주 속에 나타나는 현상들은 몹시도 다양하며, 이를 모두 이해하려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러나 과학이 추구하는 것은 이 모두를 통괄하는 일반적 원리를 발견하려는 것이며, 이 원리를 토대로 그 현상들을 설명하려는 것이다. 그러므로 만일 우리가 풀 한 포기를 완전히 이해할 만한 원리를 발견하고 이것의 모든 부분 및 기능을 완전히 설명할 수 있게 된다면, 곧 우주를 모두 이해하는 것과 별 차이가 없다.
그러면 현대 과학은 풀 한 포기를 어느 정도 이해하고 있는가? 현대 과학이 내세우는 제일원리는 무엇이며, 이것이 풀 한 포기의 현상을 어느 정도 설명하고 있는가?"
(『생명을 어떻게 이해할까?』 p.4.)
이러한 고민을 그때부터 품었고 내내 이 생각만 한 건 아니지만 그동안 어느 정도 진전이 있었으니 정리를 해보겠다고 내신 책이 『생명을 어떻게 이해할까?』(2014)라는 이야기가 책 서두에 나옵니다. 온생명론을 이름에서 풍기는 인상(이 좀 있지요?! ^^;)만으로 과학이 아닌 말로만 하는 사상, 윤리 이론 등으로 넘겨짚으려는 사람들에게 이 비망록을 먼저 읽혀주고 싶습니다.
2. 책을 읽으며 메모한 질문들
(1) '전일적 실체'로서 (온)생명 개념과 '복제' 문제, 단위 문제
『삶과 온생명』 (p.191)에는 '생명'이 이렇게 규정되고 있습니다.
"우주 내에 형성되는 지속적 자유에너지의 흐름을 바탕으로, 기존 질서의 일부 국소질서가 이와 흡사한 새로운 국소질서 형성의 계기를 이루어, 그 복제 생성률이 1을 넘어서면서 일련의 연계적 국소질서가 형성 및 지속되어 나가게 되는 하나의 유기적 체계."
선생님은 이러한 생명 개념이 "기존의 생명 개념과 상당한 차이"가 있어서 이와 구별하여 '온생명'(global life; Ohnlife)이라는 이름을 만들었고, 이 개념이 "기존 생명 개념과 구분되는 가장 중요한 차이는 전체 생명 현상을 ... 개별적 생명체로 구분하지 않고 그 자체를 하나의 전일적 실체로 인정한다는 사실"이라고 쓰고 있습니다.(p.192)
어쩌면 당연할 수도 있는 얘기인데요, 이렇게 되면 기존에 생명을 정의하던 생리적, 대사적, 유전적, 생화학적, 열역학적 정의 혹은 대사, 복제, 진화 등의 기준은 장회익선생님의 (온)생명 정의에서 불필요해지는 것인가요?
생각해보면 온생명은 그 내에서 대사와 진화는 일어나지만 지구-태양 계라는 '온생명' 그 자체는 복제되지 않습니다. 사람의 몸 안에서 세포가 죽고 다시 만들어지는 것처럼 온생명 안의 낱생명들만이 복제될 뿐입니다. 이렇게 되면 온생명이라는 단위 안에서 일어나는 '복제'는 생리 작용, 대사 작용과 차이가 없어지는 게 아닌가 싶기도 합니다.
그리고 '단위' 문제는 다음 시간에 10장을 다룰 때 얘기될 텐데요. 조금만 얘기하면, '단위'의 의미가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단위'라는 말 속에 그것이 여럿 모여서 상위의 뭔가를 만든다는 의미가 포함되어 있다고 한다면, 온생명이라는 생명의 단위는 그 상위의 것이 없지 않나 해서요. 단위의 개념을 제가 잘못 아는 건지도 모르겠습니다.
(2) 보통명사 '온생명' / '생명' 개념의 확대?
p.196에서 온생명과 생태계 개념을 비교하면서 고양이와 고양이 세포계 비유가 나오는데요, 이렇게 대응시켜보았습니다.
고양이 : 고양이 세포계 = 온생명 : 지구 생태계
'고양이 세포계'라고 하면 고양이의 행동적인 측면이나 여러 다양한 의미들은 상실되고 세포생리적인 측면만 부각된다는 것입니다. 두 개념의 차이는 통시적으로 보면 더 두드러지는데, '지구 생태계'라고 하면 "35억 년이란 연륜을 지닌 하나의 지속적 존재"로서의 의미는 포함되지 않고 '현시적 존재'의 의미만 담긴다는 것입니다.
그러면 항성-행성 계 사이의 자유에너지의 차이에 의해 행성에 만들어지는 지속적이고 연계적이며 복제율이 1을 넘어서는 국소질서로 이루어지는 유기적 체계라는 보통명사에는 이러한 역사적인 의미도 포함될 수 밖에 없는 것인가요? 쓰고 보니, 이러한 국소질서가 만들어지는 데에는 반드시 엄청난 시간, 역사가 필요할 수 밖에 없을 것 같기는 한데, '생태계'라는 말에는 그런 의미가 담기지 못하는 걸까요?
그리고 p.196 중간에 보면 생태계 개념은 "낱생명을 기본으로 보고 이들이 모여 이루어 나가는 공동체적 집단이라는 것 이상으로 생명의 개념 자체를 확대해 나가려는 자세는 지니지 않는다."라고 되어 있는데요. 여기서 '생명의 개념 자체를 확대'한다는 것이 정확히 이해되지 않습니다. 더 보편적인 의미로 확장한다는 뜻일까요? 태양-지구 온생명에도 적용될 수 있고 안드로메다 은하의 어느 항성-행성 계에도 적용될 수 있는 더 보편적인 개념이라는 뜻일까요?
(3) 인간이 의식하는 온생명
p.229에 "문화를 통해 인간은 고차적 의식의 단계에 도달할 수 있으며, 최종적으로는 온생명을 '나'로 여기는 온생명의 자기 의식에까지 도달하는 것이다."라고 되어 있는데요.
여기서 "... 도달하는 것이다"가 조금 마음에 걸립니다. "... 도달할 수도 있다"라고 볼 수도 있는지 궁금합니다. 왜 어떻게 마음에 걸리냐를 설명하려니 너무 복잡하고 정리가 안 돼서 생략합니다.
그리고 온생명의 의식에 대해서 몇 가지 생각들을 마구잡이로 적어보았습니다.
- 하나의 개체가 온생명을 의식한다고 해서 온생명의 자기 의식이 생겼다고 볼 수 있을까요?
- 얼마나 다수가 어느 정도의 기간 동안 그러한 의식을 가진다면 온생명이 자기 의식을 가졌다고 할 수 있을까요?
- 한 문명이 그러한 수준에 도달했다가 사람도 문명도 모두 사라지고 멸망한다면 다시 자기 의식이 사라지는 것일까요?
- 지구 문명은 사라졌지만 지구인들은 살아남아서 다른 행성으로 이주해 살면서 지구 문명에 대한 기억과 역사를 가지고 있다고 한다면 이때 '태양-지구 온생명'의 자기 의식은 있는 걸까요, 없는 걸까요? '몸'이 없으니까 없는 걸까요?
- 지구인들이 현재 지구에 대해 아는 것 만큼 우주에 대해 알게 된다면 '우주 의식'이 생겼다고 할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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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서 윗 궁금증에 응답을 좀 주소서... 저도 궁금했던 건데 어떻게 표현 할 줄을 몰라서 못한 것을 ...
한편~~온생명은 기존의 여타 생명론, 생명관과는 전혀 다른 차원적 이론이라는 생각도 듭니다. 그저 생명에 대한 인식을 우주적 스케일로의 확장 뿐 아니라 종래의 생명관념 자체를 근원으로 부터 혁신해야 하는 과제로서 던져진 듯 합니다. 어쩌면 생명이란 말은 사어가 될지도~~ '온생명'이 모두에게 제대로 그 의미가 인식돼고 자리잡게 되면요. 그렇게되면 낱생명과 보생명이란 개념도 그 의미가 더 선명하게 드러날 것 같구요. 세계관의 근본혁신이라고도 할 수 있는, 이것도 장회익교수님의 용어인데 '바탕관녕'의 혁신이일어났다 라고 말할 수 있겠어요. 그렇게 된 후의 세상은 또 어떻게 변해갈까요?? 그리고 의식있는 인간존재에 대한 물음이 이어지지 않을 수 없네요. 우연이던 필연이던, 태양ㅡ지구계에서 생명현상이 일어나서 복잡하게 진화해 온 결과로 인간종의 의식은 감각의식 뿐 아니라 자의식, 공통의식까지 갖추고 있는데요~ 온생명과 인간의식간의 상관관계를 어떻게 규명할 수 있을까. 그러니깐 인간의 의식이 물질의 토대에서나타난 다른 차원의 그 무엇이라면 낱생명들의 총화로서 온생명에게도 의식과 같은 다른차원적인 무엇이 있을까? 생겨나지 않았을까?
중요한 질문을 올려주셨는데, 아직 더 글이 올라오지 않아서, 부족하지만 제 의견을 덧붙일까 합니다. 답글이 너무 길어져서 그냥 새로운 글로 독립하여 올립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