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꼽문] 책새벽-월. 『선과 모터사이클 관리술』 1부. 11장.
모임 정리
책새벽
작성자
neomay33
작성일
2023-09-17 12:46
조회
794
녹색아카데미 온라인 책읽기 모임 '책새벽-월' 시즌3에서는 현재 『선과 모터사이클 관리술』을 읽고 있습니다.
매주 읽는 내용 중 참여하시는 분들이 꼽아주신 책꼽문과 질문을 모아 이곳에 정리해두려고 합니다. 책 읽으시는 데 참고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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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과 모터사이클 관리술』 로버트 메이너드 피어시그 지음. 장경렬 옮김. 2010. 문학과지성사.
제11장
(p.214-246)
p.214.
... 잠에서 깨어나, 기억 때문인지 또는 공기에서 느껴지는 무언가 때문인지 몰라도 우리가 산악지대 가까이에 와 있음을 어렴풋이 느낀다. 우리는 목조로 된 멋진 구식의 호텔 방에 있다. ... 깊이 한 번 숨을 들이마시고는 곧이어 다시 한 번 더 들이마신다. ... 마침내 나는 잠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커튼을 걷어 올리고 햇살이 방 안으로 쏟아져 들어오게 한다. 눈부시고 시원하며 밝은 햇살, 선명하고도 맑은 햇살이 방 안으로 들어온다.
p.219.
대학에서 쫓겨난 다음 파이드로스(저자 자신)가 처음 추적하기 시작했던 진리들은 측면에 존재하는 것들이었다. 그가 추적했던 것은 더 이상 정면에 존재하는 과학적 진리들, 정규 학문이 지향하는 그런 종류의 진리들이 아니었던 것이다. ... 곁눈질을 해야 볼 수 있는 그런 진리들 ...
측면의 진리들이라는 말은 날아가는 화살과 같이 정면을 향해 나아가지 않는 진리들 ... 옆 방향으로 경계를 넓혀가는 진리들을 설명하기 위해 그가 후에 사용했던 표현이다. 측면의 지식이란 전혀 예상치 않은 방향에서 오는 지식, 문제의 지식이 우리에게 주어지기 전까지는 방향이라고 생각조차 하지 않았던 방향에서 오는 지식을 말한다.
한편, 측면의 진리들이란 진리에 이르기 위한 기존의 체계 저변에 놓은 공리와 선결 조건들이 그릇된 것임을 지적해주는 그런 것들이다.
p.225-226.
그는 철학을 지식의 전 계층 체계에서 가장 높은 자리를 차지하는 것으로 보았다. 철학자들 사이에는 이에 대한 믿음이 너무도 널리 퍼져 있어서 그들은 이를 너무도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 그는 자신이 한때 지식의 전 영역이라고 생각했던 과학이 단지 철학의 한 분야임을, 철학은 과학보다 한결 더 광범위하고 한결 더 보편적인 학문임을 깨닫게 되었던 것이다.
가설이 무한할 수 있음에 관해 그가 제기했던 물음은 과학의 흥미를 끌지 못했었다. 그런 물음 자체가 과학적인 물음이 아니기 때문이었다. 과학은 자체의 방법을 탐구할 수 없으니, 이는 자신이 자신을 판단하는 격이 되어 답변의 타당성을 훼손할 것이기 때문이다. 그가 제기하던 질문들은 과학적 탐구가 이루어지고 있는 곳보다 높은 차원에서 제기되어야 할 성질의 것이었다.
그리하여 파이드로스(저자 자신)는 자신을 애초에 과학으로 이끈 문제 - 즉, 모든 것이 의미하는 바는 무엇인가, 이 모든 것의 목적은 무엇인가의 문제 - 에 대한 탐구를 자연스럽게 철학 안에서 이어나갈 수 있었다.
p.230.
진리란 무엇이며, 우리가 진리에 이르렀을 때 그것이 진리임을 우리는 어떻게 알 수 있을까. ... 무언가를 진정으로 아는 것이 어떻게 가능한 것일까. 무언가를 아는 주체로서의 "나" 또는 하나의 "영혼"은 실제로 존재하는 것일까, 아니면 이 영혼이라는 것은 감각 작용을 통합하는 세포 조직에 불과한 것일까. ... 현실이란 기본적으로 변화하는 것일까, 아니면 고정되어 있는 영구불변의 것일까. ... 무언가가 무언가를 의미한다고 말할 때, 이 말이 뜻하는 바는 무엇인가.
p.230-231.
... 사람들은 진정한 의미에 진보란 존재하지 않는다고 주장한다. 대규모 전쟁 ... 대량 학살 ... 증가하는 쓰레기로 땅과 바다를 오염시키는 문명 , 강요된 기계적 삶으로 개개인을 몰아감으로써 개인의 존엄성을 훼손하는 문명 ... 그럼에도 생존을 유지하기조차 어려운 고통스러운 상황에서 현대적 삶으로의 이행은 냉정하게 판단할 때 진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그리고 이런 진보를 가능케 한 유일한 요인이 바로 이성 그 자체임은 명백해 보인다.
P.236.
경험론을 받아들이고자 하는 경우, 이 경험론의 첫번째 문제는 "실체"란 무엇인가와 관련된 것이다. 만일 우리의 모든 지식이 감각 자료부터 온다면, 감각 자료를 제공하는 것으로 생각되는 이 실체는 정확하게 무엇일까.
감각을 통해 제공받은 감각 자료를 떠나 이 실체라는 것이 무엇인가를 제아무리 상상하려 해도 우리는 그것이 무엇인지 알 수 없다. 감각 자료를 제외하면 경험론적으로 남는 것은 무이기 때문이다. 결국 우리는 무에 대해 생각하고 있는 우리 자신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p.243-244.
선험적 모터사이클이라는 이 기계는 정말로 대단한 것이다. 만일 당신이 주행을 멈추고 이 선험적 모터사이클에 대해 충분히 오랫동안 생각을 하게 되면, 정말로 문제가 되는 것은 바로 이 선험적 모터사이클임을 깨닫게 될 것이다. 감각 자료들이란 이 선험적 모터사이클을 확인하는 데 도움을 주는 것이지, 선험적 모터사이클 그 자체가 아니다. ...
... 비록 감각자료들이 이른바 "실체"라고 하는 것을 나에게 결코 보여준 적이 없다고 하더라도, 나는 실체가 수행해야 할 일들을 성취해낼 능력을 감각 자료들이 지니고 있다는 사실에 만족한다. ... 편의상 내가 몰고 있는 모터사이클을 구성하는 것을 실체라고 말하는 것일 뿐이다. 칸트의 『순수 이성 비판』의 내용 대부분은 이 같은 선험적 지식이 어떻게 획득되고 어떻게 활용되는가에 관한 것이다.
p.244
우리의 선험적 생각들은 감각 자료들의 영향을 받지 않은 채 독자적으로 존재할뿐만 아니라 감각 자료들을 걸러내는 역할을 한다. 이 같은 자신의 주장을 칸트는 "코페르니쿠스적 대변혁"에 비유한 바 있다. 이는 자신의 주장을 지구는 태양의 주의를 돈다는 코페르니쿠스의 진술의 빗대어 설명하기 위한 것이었다. 코페르니쿠스적 대변혁의 결과로 변한 것은 아무것도 없다. 하지만 모든 것이 바뀌었다.
칸트의 표현을 빌려 말하자면, 우리에게 감각 자료들을 제공하는 객관적 세계는 변하지 않았지만, 세계를 바라보는 우리의 선험적 시각이 완전히 뒤바뀌게 된 것이다. 그 효과는 대단히 엄청난 것이었다. 코베르니쿠스의 주장을 받아들이느냐 받아들이지 않느냐에 따라 현대인과 현대인의 앞서 존재했던 중세인 사이를 구분할 수 있게 되었다는 점에서 그러하다.
P.245
나는 이 같은 칸트적 사유 방식을 예로 삼아 이를 상당히 세세하게 다루었는데, 그 목적의 일부는 정밀한 시각에서 본 정신의 고산지대를 부분적으로나마 보여 주는데 있었다. 하지만 보다 중요한 목적은 파이드로스가 후에 한 일이 어떤 것인가를 이해하기 위한 기반을 마련하는데 있었다. 그도 역시 코페르니쿠스적 전환을 시도했고 그 결과 그는 고전적 이해의 세계와 낭만적 이해의 세계라는 별개의 두 세계를 하나로 통합할 수 있었다.
P.246
처음에는 칸트의 형이상학이 파이드로스를 전율케 했다. 하지만 갈수록 맥이 빠지는듯한 느낌이었다. 그런데 왜 그런지 딱히 그 이유를 알 수 없었다. 이에 대한 생각에 잠긴 끝에 그는 어쩌면 자신의 동양 체험에 그 원인이 있는지도 모르겠다는 결론에 이르기도 했다. 그는 한때 지성의 감옥에서 벗어났다는 느낌을 갖기도 했으나 이제 그것 역시 또 하나의 감옥일 뿐이라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그가 읽은 ... 아름다움에 관해 칸트가 표현한 생각들 자체가 파이드로스에게는 추해 보였다. 추함이 칸트의 세계 전 조직에 너무도 깊숙히 베어 있어서 도저히 이를 피해 나갈 길을 찾을 수 없었다. ... 그 자신에게서도 같은 냄새를 맡을 수 있었으나, 어떻게 해서 그리고 왜 그렇게 되었는지를 그는 알 수 없었다. 추한 것은 바로 이성 자체였고, 이를 피해 빠져나갈 길이라고는 보이지 않는 것 같았다.
(11장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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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과 모터사이클 관리술』(책새벽-화) 11장 책꼽문, p.230~246까지 업데이트 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