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의 기원, 번역 비교, 1장 끝, 2장 처음
번역 탓은 솔직히 하고 싶지 않았습니다. 번역 탓 하기 시작하면, 결국 원문을 읽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번역이 안 좋네요. 글이 읽기에 뻑뻑하구요, 내용 이해가 무척 어려워 집니다. ㅠㅠ
종의 기원 1판
http://darwin-online.org.uk/content/frameset?itemID=F373&viewtype=text&pageseq=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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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관에서 <종의 기원 톺아보기> 를 빌려서, 어제 세미나때 같이 놓고서 틈틈히 보았습니다. 두 책의 번역의 차이가 많이 나서 놀랍고, 특히 장대익 번역에 많은 아쉬움이 있습니다. 막상 다윈의 원문을 보니까 문장이 길기는 하지만 그렇게까지 어렵지는 않던 것 같은데, <종의 기원> 의 문장들은 읽기가 어렵죠. 너무 직역만 했어요. 다른 책과 비교하니 확 드러나네요. (신현철 번역본에선 다윈 원문의 페이지도 표시해 둬서 원문과 비교하는데 큰 도움이 됩니다.)
(어제 세미나 중에 힐끗 본 것만 찾아 본 것이니, 차분히 전체를 비교하면 더 많은 문제가 있는 구절이 있을 것 같습니다...)
(뒤로 갈수록 더 문제가 많아 집니다 ㅠㅠ)
1. 부녀자와 아이들 vs 여자와 어린이들
다윈 원문 (p.42)
On the other hand, cats, from their nocturnal rambling habits, cannot be matched, and, although so much valued by women and children, we hardly ever see a distinct breed kept up; such breeds as we do sometimes see are almost always imported from some other country, often from islands.
(장)"그래서 고양이는 부녀자들과 아이들의 사랑을 한몸에 받고 있음에도 어떤 독특한 품종이 오랫동안 유지되는 일이 거의 없는 것이다"
(신)"여성들과 어린이들이 고양이를 많이 좋아하기는 하지만, 뚜렷하게 구분되는 품종으로 유지된 경유를 거의 볼 수가 없다."
옛 빅토리아 왕조의 분위기를 내려고 일부러 '부녀자' 라는 예전 표현을 썼었나 싶은 생각이 듭니다. ( "... 사랑을 한 몸에 받고 있음 ... " 좀 과한 표현이지요? )
2. 신경과 나무 가지
다윈 원문 (p,45~46)
I should never have expected that the branching of the main nerves close to the great central ganglion of an insect would have been variable in the same species; I should have expected that changes of this nature could have been effected only (p.45)
(p.46) by slow degrees: yet quite recently Mr. Lubbock has shown a degree of variability in these main nerves in Coccus, which may almost be compared to the irregular branching of the stem of a tree.
(장)"그러나 최근에 러벅씨가 깍지벌레의 이런 주요 신경에서 나타나는 변이성이 어느 정도인지를 보여 준 적이 있는데, 그것은 거의 나무줄기의 가지들에서 보이는 불규칙성과 비견될 수 있을 정도다"
(신)"그럼에도 최근에 러벅 씨는 무화과깍지벌레의 신경들을 한 나무에서 불규칙하게 분지하는 가지 양상과의 비교로, 주신경에서 상당한 변이성이 있음을 보여 주었다."
(장)"...그것은 거의 나무줄기의 가지들에서 보이는 불규칙성과 비견될 수 있을 정도다." 이게 도대체 무슨 문장인가요? 우리말이 맞나요??
(옮긴이 서문에서 "정확하면서도 일반 독자들의 눈높이를 고려한 번역 정본" (p. 32) 운운한 것이 무색할 지경입니다)
3. 영국앵초 등등
다윈 원문 (p.49-50)
I will here give only a single instance,—the well-known one of the primrose and cowslip, or Primula veris and elatior. These plants differ considerably in appearance; they have a different flavour and emit a different odour; they flower at slightly different periods; they grow in somewhat different stations; they ascend mountains to different heights; they have different geographical ranges; and lastly, according to very numerous experiments made during several years by (p.49)
(p.50) that most careful observer Gärtner, they can be crossed only with much difficulty. We could hardly wish for better evidence of the two forms being specifically distinct. On the other hand, they are united by many intermediate links, and it is very doubtful whether these links are hybrids; and there is, as it seems to me, an overwhelming amount of experimental evidence, showing that they descend from common parents, and consequently must be ranked as varieties.
(장)"여기에서는 한 가지 예만 제시하려 하는데, 이는 앵초(primrose)와 노란구륜앵초(cowslip) 또는 황화구륜초(Primula veris)와 엘라티오르(elatior) 에 대한 익히 알려진 사실이다. 이 식물들은 외형적으로 매우 다르다. ... 마지막으로 매우 주의 깊은 관찰자인 카를 프리드리히 폰 게르트너가 몇 년에 걸쳐 진행한 수많은 실험 자료에 따르면, 그것들을 서로 교배시키는 것은 매우 힘들다. 확연히 구별되는 두 형태에 대해 이보다 더 좋은 증거를 제시하기란 거의 불가능하다. 한편 그것들은 많은 중간적인 연결 고리들을 통해 연결될 수 있는데, 이러한 연결 고리들이 잡종인지의 여부는 매우 불확실하다. 이 밖에도 엄청난 양의 실험적인 증거들이 있는데, 내가 보기에 이 증거들은 그것들이 공통 조상으로부터 내려왔으며, 따라서 변종으로 분류되어야만 한다는 데 무게를 실어 준다."
(신)"나는 이 점에 관해 널리 잘 알려진 영국앵초와 카우슬립앵초의 단 한 사례로만 설명하고자 한다.45. 이들은 외관상 상당한 차이를 보이는데, ... 그리고 매우 세심한 관찰자인 게르트너의 수많은 실험 결과에 따르면, 이 둘을 교배시키는 것도 많은 어려움은 있지만 가능하다.46. 이 두 유형을 구체적으로 뚜렷하게 구분할 수 있는 이보다 더 좋은 증거를 우리는 기대하기가 거의 힘들 것이다. 그런 반면, 이들은 많은 중간형태로 연결되어 있기에 이처럼 연결되어 있는 것들을 잡종으로 간주할 수 있는지도 아주 애매하다. 하지만 내가 보기에는, 이들 모두가 공통부모로부터 유래되었음을 보여 주는 엄청난 실험 증거들이 있으므로 이들을 모두 변종으로 간주해야만 한다.47"
<종의 기원 톺아보기>의 번역자가 식물학자라서 좋은 역주들을 달았습니다.
다윈의 본문은 아마도, 흔히 말하는 primrose 와 cowslip (우리가 부르는 이름이 앵초와 노란구륜앵초 인지 아니면 영국앵초와 카우슬립앵초 인지는 잘 모르겠습니다만) 를 학명으로 뒤에 Primula veris and elatior 라고 적었던 것 같습니다. 그냥 쭉 나열하면 이게 한쌍의 식물얘기인지 2쌍의 식물종의 얘기인지 언듯 구별이 되지 않습니다. 당연히 한 쌍의 식물 종들 얘기이지만요.
(장)"... 그것들을 서로 교배시키는 것은 매우 힘들다." (they can be crossed only with much difficulty.) 얼핏 맞는 문장 같지만, 중간의 only with 는 빼먹었지요.
(신)" ... 이 둘을 교배시키는 것도 많은 어려움은 있지만 가능하다."
문맥상으론, 다른 종처럼 보이는 한 쌍의 식물인데, 실은 교배가 (비록 어렵지만) 되기에 변종으로 봐야 한다는 얘기 입니다.
"and consequently must be ranked as varieties."
(장)"따라서 변종으로 분류되어야만 한다는 데 무게를 실어 준다."
(신)"이들을 모두 변종으로 간주해야만 한다."
무게를 실어 준다라는 전혀 원문에 없는 표현을 썼네요.
그리고 전체적으로 문단의 내용을 잘 이해하지 못하고 그냥 직역한 듯한 느낌을 받습니다.
4. 우점종, 우세종과 놀람
다윈 원문 (p.54)
This, again, might have been anticipated; for the mere fact of many species of the same genus inhabiting any country, shows that there is something in the organic or inorganic conditions of that country favourable to the genus; and, consequently, we might have expected to have found in the larger genera, or those including many species, a large proportional number of dominant species. But so many causes tend to obscure this result, that I am surprised that my tables show even a small majority on the side of the larger genera. I will here allude to only two causes of obscurity.
다윈이 왜 놀랐을까요? 두 번역은 그걸 달리 봅니다.
(장) "따라서 우리는 더 큰 속, 즉 더 많은 종들을 포함하고 있는 속에서 상대적으로 우점종의 수가 더 많다는 결과를 얻으리라 예상할 수 있다. 그러나 이런 예상은 여러 가지 이유로 인해 들어맞지 않을 수 있다. 나는 내 도표에서 우점종의 수가 큰 속 쪽에 훨씬 더 많을 것이라 예상했지만 실제로는 근소한 차로 더 많음을 보고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이렇게 어긋나는 결과가 생기는 원인을 여기에서는 두 가지만 꼽아 보겠다."
(신) "... 결과적으로 우리는 보다 큰 속들에서, 즉 많은 종을 포함하는 속들에서 우세종들의 상대적인 비율이 높을 것이라고 예측할 수 있다. 그러나 많은 이유들로 인해 이러한 예측 결과가 불분명해지는데, 나는 내 표에서 큰 속 쪽이 비록 조금이라도 높다는 사실에 깜짝 놀랐다.77 여기에서는 불분명함을 발생시키는 원인 중 두 가지만 간단히 언급할 것이다."
주석 77번은 큰 속에 속한 변종의 수 > 작은 속에 속한 변종의 수
"... 일반적으로 이 둘 사이에 큰 차이가 있을 것으로 예측되나, 여러가지 원인들로 인해 차이가 나타나지 않을 것으로 생각했던 다윈은 실제로도 차이가 사소하기에 놀란 것이다."
이건 장대익 번역이 더 맞는 것 같습니다.
신현철 번역에서는 주석 77번에 있듯이 변종의 비율로 설명합니다만, 본문에는 그냥 그 종에 속한 생물의 숫자의 비율 얘기인 것 같습니다.
그리고 많을 것 같았는데 차이가 작다면 놀라겠지만, 많을 것 같았는데 그걸 다 없앨 것 같았지만 그래도 차이가 작게 난다고 과연 놀랄까요?
(훨씬 좋아보인 신현철 번역본에도 이런 문제가 있네요 ㅠㅠ)
(책을 찍은 사진도 첨부합니다. 처음에는 그냥 사진만 보시라고 하고, 번역 차이로 받은 느낌이나 좀 적으려 했는데, 하다보니 생각보다 심각해서 이렇게 타이핑을 하게 되었습니다. 사진은 왜 찍었나요? ㅠㅠ 억울해서 사진도 올립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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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생하셨습니다!! 저는 그냥 신현철번역본은 어떤가 슬슬 봤는데 일일이 대조하셨네요. @.@ 이렇게 다른 줄 몰랐습니다. 감사히 잘 보겠습니다!
<종의 기원> 을 같이 읽지만, 뭔가 아귀가 안맞는 곳이 꽤 많아서, 이런 내용이려니 하며 제 맘대로 상상하면서 읽게 됩니다. 신현철 번역본은 문장도 깔금하더군요 !
원문을 보니 부녀자라는 말은 더욱 안되는 말이네요.
"아녀자" 이거 아이와 여자를 퉁쳐서 묶어버리는 구시대 단어라 기분 나쁘거든요.
부녀자도 같은 맥락이구요. women and children은 그냥 여자와 아이들이라고 해야겠죠.
다른 글도 읽어볼게요.
4번과 관련 신현철 번역본은 다윈의 원문을 정확히 번역하려 하기 보다는 이후의 자료들을 토대로 더 현실성 있는 문맥으로 고심해서 바꾸신 것 같습니다. 해당 부분의 주석을 읽어보면 왜 그렇게 번역했는 지 근거가 나와 있습니다. 이 부분은 역자가 번역을 어떻게 할 것인지를 선택하는 문제와 관련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원문에 충실한 번역 자체 보다는 이렇게 풍부한 주석을 통해 전후 문맥을 이해하며 읽는 것이 더 좋습니다. 다윈 글이 세익스피어급 명문도 아닌바에야 글자 하나 하나 정확히 번역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본인도 나중에 여려 번 수정을 거쳤듯이 완성도 자체가 엄청 높은 글은 아니었으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