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속 일정의 원리가 꼭 필요할까?
작성자
자연사랑
작성일
2020-01-01 16:02
조회
5072
<장회익의 자연철학 강의> 154쪽에는 아주 흥미롭고 논쟁적인 문장이 등장합니다.
"아인슈타인은 이 수수께끼 같은 빛에다가 또 하나의 이상스런 옷을 입혔다. 즉 빛은 언제나 일정한 상수 c에 해당하는 속도로 움직인다는 것이다.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특수상대성이론은 원칙적으로 빛과 직접 관련이 없는 이론읻. 특수상대성이론은 순수하게 시간-공간에 관한 이론이며, 단지 시간과 공간 변수들이 하나의 보편 상수 c를 통해 4차원으로 연결되는 구조를 가졌다는 것일 뿐이다. 빛이 하필이면 이 c에 해당하는 속도로 움직이게 되는 것은 시간-공간이 지닌 이러한 성격 때문이라고 말해야 옳다."
이 서술은 상대성이론을 설명하는 대부분의 책에서 '광속 일정의 원리'라는 것을 '상대성원의 원리'라는 것과 나란히 전제 또는 출발점으로 제시하는 것과 정면으로 맞부딪칩니다.
흔한 방식은 여하간 광속을 측정하려던 마이클슨의 간섭계 실험 이야기가 나오고 에테르가 있네 없네 하고 이런저런 상세한 이론과 주장이 등장하면서 아인슈타인이 짜잔 하고 나타나는 것으로 되어 있습니다.
상대성이론이 빛과 무관하다는 주장은 좀 낯선 주장으로 보입니다.
그러나 이미 1910년에 블라드미르 세르게예비치 이그나토프스키라는 러시아의 물리학자가 정확히 이와 같은 주장을 펼치고 명시적으로 아인슈타인의 여러 주장들을 단지 상대성의 원리에 대한 가정만으로 끌어내는 데 성공했습니다.
W.A. von Ignatowski (1910). "Einige allgemeine Bemerkungen über das Relativitätsprinzip". Verhandlungen der Deutschen physikalischen Gesellschaft, 12: 788-796; Physikalische Zeitschrift. 11. Jahrgang, S. 972–976
W.A. von Ignatowski (1911). "Das Relativitätsprinzip" Archiv der Mathematik und Physik. 17. Band (1910), S. 1–24; 18. Band (1911), S. 17–40
더 정확히 말하면, 이 유도과정에서 암묵적으로 더 들어간 상호성에 대한 가정이 있는데, 이 점은 1969년 베르치와 고리니가 명확하게 해명했습니다.
V. Berzi and V. Gorini (1969). "Reciprocity principle and the Lorentz transformations". J. Math. Phys. 10: 1518-1524. https://doi.org/10.1063/1.1665000
상호성의 가정이란 두 관성계 A, B가 있을 때, A가 B에 대해 속도 v로 움직이고 있다면 B가 볼 때 A의 속도는 -v이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상대성이론의 핵심을 로렌츠 변환이라고 보더라도, 아래 그림처럼 로렌츠 변환으로 가는 길은 매우 다양합니다. 아인슈타인이 했던 것처럼 (1) 상대성의 원리와 (2) 광속 일정의 원리를 가정해야 하는 것이 아니라는 뜻입니다.
(출처: Lucas, J.R. & Hodgson, P.E. (1990) Spacetime and Electromagnetism. Clarendon Press.)
"아인슈타인은 이 수수께끼 같은 빛에다가 또 하나의 이상스런 옷을 입혔다. 즉 빛은 언제나 일정한 상수 c에 해당하는 속도로 움직인다는 것이다.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특수상대성이론은 원칙적으로 빛과 직접 관련이 없는 이론읻. 특수상대성이론은 순수하게 시간-공간에 관한 이론이며, 단지 시간과 공간 변수들이 하나의 보편 상수 c를 통해 4차원으로 연결되는 구조를 가졌다는 것일 뿐이다. 빛이 하필이면 이 c에 해당하는 속도로 움직이게 되는 것은 시간-공간이 지닌 이러한 성격 때문이라고 말해야 옳다."
이 서술은 상대성이론을 설명하는 대부분의 책에서 '광속 일정의 원리'라는 것을 '상대성원의 원리'라는 것과 나란히 전제 또는 출발점으로 제시하는 것과 정면으로 맞부딪칩니다.
흔한 방식은 여하간 광속을 측정하려던 마이클슨의 간섭계 실험 이야기가 나오고 에테르가 있네 없네 하고 이런저런 상세한 이론과 주장이 등장하면서 아인슈타인이 짜잔 하고 나타나는 것으로 되어 있습니다.
상대성이론이 빛과 무관하다는 주장은 좀 낯선 주장으로 보입니다.
그러나 이미 1910년에 블라드미르 세르게예비치 이그나토프스키라는 러시아의 물리학자가 정확히 이와 같은 주장을 펼치고 명시적으로 아인슈타인의 여러 주장들을 단지 상대성의 원리에 대한 가정만으로 끌어내는 데 성공했습니다.
W.A. von Ignatowski (1910). "Einige allgemeine Bemerkungen über das Relativitätsprinzip". Verhandlungen der Deutschen physikalischen Gesellschaft, 12: 788-796; Physikalische Zeitschrift. 11. Jahrgang, S. 972–976
W.A. von Ignatowski (1911). "Das Relativitätsprinzip" Archiv der Mathematik und Physik. 17. Band (1910), S. 1–24; 18. Band (1911), S. 17–40
더 정확히 말하면, 이 유도과정에서 암묵적으로 더 들어간 상호성에 대한 가정이 있는데, 이 점은 1969년 베르치와 고리니가 명확하게 해명했습니다.
V. Berzi and V. Gorini (1969). "Reciprocity principle and the Lorentz transformations". J. Math. Phys. 10: 1518-1524. https://doi.org/10.1063/1.1665000
상호성의 가정이란 두 관성계 A, B가 있을 때, A가 B에 대해 속도 v로 움직이고 있다면 B가 볼 때 A의 속도는 -v이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상대성이론의 핵심을 로렌츠 변환이라고 보더라도, 아래 그림처럼 로렌츠 변환으로 가는 길은 매우 다양합니다. 아인슈타인이 했던 것처럼 (1) 상대성의 원리와 (2) 광속 일정의 원리를 가정해야 하는 것이 아니라는 뜻입니다.
(출처: Lucas, J.R. & Hodgson, P.E. (1990) Spacetime and Electromagnetism. Clarendon Pre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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