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대성이론의 형식체계와 그에 대한 해석의 문제
시간의 동시성을 정의할 때 두 방향의 광속이 같다고 두는 것이 일종의 규약이라는 점은 푸앵카레와 아인슈타인도 잘 알고 있었습니다.
1924년 한스 라이헨바흐는 명시적으로 동시성을 $t_B = t_A +\varepsilon ({t_A}' - t_A)$으로 완화시킨 가정으로부터 상대성이론의 공리계를 구성했습니다. 푸앵카레-아인슈타인의 선택은 $\varepsilon=\frac{1}{2}$인 경우에 해당합니다. 그러나 1977년 데이비드 말라멘트는 이것이 단순히 규약적인 선택이 아니라는 주장을 펼쳤습니다. 민코프스키 시공간의 인과적 구조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두 방향의 광속을 같다고 놓아야 한다는 의미입니다. 하지만 논쟁은 거기에서 멈추지 않았고, 아직 논쟁이 진행중이라 할 수 있습니다.
- Reichenbach, H. (1924). Axiomatik der relativistischen Raum-Zeit-Lehre. Fr. Vieweg & Sohn.
- Reichenbach, H. (1928). Philosophie der Raum-Zeit-Lehre. Walter de Gruyter & Co.
- Malament, D. (1977). Causal theories of time and the conventionality of simultaneity. Noûs, 11, 293–300.
- Rynasiewicz, R. (2003). Reichenbach’s epsilon-definition of simultaneity in historical and philosophical perspective. In: F. Stadler (Ed.), The Vienna circle and logical empiricism (pp. 121–129). Kluwer.
- Rynasiewicz, R. (2005). Weyl vs. Reichenbach’s on Lichtgeometrie. In: A.J. Kox, & J. Eisenstaedt (Eds.), Einstein studies, vol.11: The Universe of general relativity. Birkhäuser. https://doi.org/10.1016/j.shpsb.2012.01.004
동시성 정의가 규약적인가 여부는 특수상대성이론의 공리체계 구성, 즉 정식화와 관련된 문제이기 때문에, 이를 '해석'의 문제로 보기 어렵습니다.
이 문제와 관련하여 아래 글이 매우 유익합니다. 피츠버그 대학의 저명한 물리철학자 존 노턴의 글입니다.
The Conventionality of Simultaneity (John D. Norton)
상대성이론이 틀렸다거나 주류 해석에 반대한다고 말하는 글이나 주장은 대체로 상대성이론을 정확히 이해하지 못한 채 엉뚱한 이야기를 하고 있는 경우가 많아서 조심스럽게 보아야 합니다. 1983년 국제도량형회의에서 1미터를 빛이 1/299,792,458 초 동안 가는 거리로 정의해 버렸기 때문에 사실상 광속을 논의의 여지 없이 확정한 셈이 되었고, 동시성의 규약성에 대한 논의도 그 성격이 달라졌습니다.
https://en.wikipedia.org/wiki/Metre
녹색아카데미는 생태환경문제에 대한 깊은 관심과 과학적 사유를 기반으로 한 녹색문명에 대한 고민을 나누는 곳입니다. 녹색아카데미가 조금 특수한 것은 그 구심점에 장회익 선생님이 계시기도 하고 구성원들의 관심도 연관되어서, 일반적으로 생태환경문제를 다루는 모임과 달리 자연과학 또는 자연철학에 대한 근본적인 접근을 중요하게 여긴다는 점입니다.
이 자연철학 게시판은 2019년에 출간된 장회익 선생님의 저서 [장회익의 자연철학 강의]를 함께 읽고 이야기를 나누는 것으로 시작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원론적으로 이 자연철학 게시판의 목적과 의도는 장회익 사상에 대해 의견을 나누고 확장하고 논의를 펼치는 데 있습니다. 넓게 보면 자연철학과 관련된 모든 논의를 다 할 수도 있겠지만, 상대성이론이 옳은지 아닌지 또는 대안의 해석이 무엇인지 등의 문제는 여기에서 다룰 주제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유튜브는 말 그대로 아무나 영상을 올릴 수 있고, 조회수가 많다는 것이 그 영상의 내용이 옳다는 의미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또 대학교수라는 직업은 대학에서 가르친다는 것일 뿐 어떤 주장의 옳고 그름에 대해 더 전문적이라거나 더 잘 안다고 생각하면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사람들은 이상하게도 널리 받아들여진 옳은 이야기를 일종의 교과서적인 담론으로 간주하기 때문에 그 주류의 관념과 다른 이야기를 꺼내면 거기에 관심을 갖기 쉽습니다. 프란시스 베이컨이 말했던 '시장의 우상(Idola fori)'나 '극장의 우상(Idola theatri)'도 같은 맥락에 있을 것입니다.
제가 공부하고 있는 과학기술학 쪽에서는 가령 하버드 대학의 과학기술학자 나오미 오레스케스(Naomi Oreskes)와 캘리포니아 공과대학의 역사학자 에릭 콘웨이(Erik M. Conway)가 2010년에 낸 책 Merchants of Doubt에서는 이 문제를 상세하게 해명했습니다.
- Naomi Oreskes, Erik M. Conway (2010). Merchants of Doubt: How a Handful of Scientists Obscured the Truth on Issues from Tobacco Smoke to Global Warming. Bloomsbury Press.
https://en.wikipedia.org/wiki/Merchants_of_Doubt
(한국어판은 2021년에 [의혹을 팝니다]라는 제목으로 나왔습니다. http://aladin.kr/p/rFAS6 원제는 셰익스피어의 "베니스의 상인"을 패러디한 것이지만, 의혹을 판다는 번역도 내용을 잘 반영하고 있습니다.)
광속의 문제와 동시성의 정의는, 위에 적은 것처럼, 아인슈타인 자신이 그 문제를 심각하게 고민했고, 그보다 앞서 프랑스의 수학자 앙리 푸앵카레가 자신의 저서에서 이를 상세하게 다루었습니다. 푸앵카레는 이를 '규약(convention)'의 문제로 여겼습니다. 독일의 철학자 한스 라이헨바흐는 1924년에 이미 광속의 상이성에 바탕을 두어도 상대성이론의 형식체계를 구성하는 데 난점이 없음을 보였습니다. 그러다가 1977년 미국의 철학자 데이비드 말라멘트가 시공간의 인과적 구조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varepsilon=\frac{1}{2}$가 되어야 함을 증명하고 주장했습니다. 여하간 1983년에 국제도량형회의에서 광속은 광원의 속도나 관찰자의 속도와 무관하게 일정한 값을 갖는다고 규약을 만들면서 광속 논쟁을 종결된 셈이 되었습니다.
네덜란드의 물리학자 헨드릭 안톤 로렌츠의 해석이 있습니다. 약간의 이견이 있긴 하지만, 로렌츠는 에테르 절대정지계를 가정하고 광속이나 동시성의 문제를 해결하려고 했고, 여하간 실험이나 이론으로 반증되지 않았습니다. 여전히 추구해볼만한 아이디어인 셈입니다.
상대성이론이나 아인슈타인의 주장이 자연에 대한 절대적인 진리가 아니라 20세기부터 지금까지 사람들이 합의하고 공감한 이야기를 잘 정리한 것이라는 점을 상기할 필요가 있습니다. 지금도 전세계 물리학과에서 1년에 몇 번씩 상대성이론이 틀렸다거나 아인슈타인이 틀렸음을 증명했다면서 연락을 한다고들 합니다.
제 경험을 덧붙이면, 제가 독일에 있을 때 상대성이론과 관련된 발표를 하고 난 뒤 어떤 분이 연구실로 찾아와 제 발표와 연관된다면서 $1/\sqrt{1-v^2 / c^2}$이 아니라 $1/\sqrt[4]{1-v^2 / c^2}$이 들어가는 시공간변환식을 보여주었습니다. 신기하게도 제가 훔볼트 대학 정문에 있는 마르크스 흉상 받침돌에 그 식이 있는 것을 본 적이 있어서, 그 얘기를 했더니, 그 분 말씀이 자신이 적은 거라고 하시더군요. 몇 년 전에는 물리학사의 맥락에서 로렌츠의 해석과 관련된 내용을 어느 웹진에 적었는데, 어느 대학교수가 연락을 하셔서 주류 상대성이론이 틀렸음을 증명했다면서 책도 쓰셨다고 하고 또 자신이 주도하는 워크숍에 초대까지 하시는 바람에 아주 곤혹스러웠던 적도 있습니다.
저는 물리학의 역사와 철학을 공부하고 있어서 과거에 물리학의 개념들이 역사적으로 어떻게 발전했는가를 주로 보고 있고 물리학에 대한 철학적 논의가 무엇인지 배우려 애쓰고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 정통 또는 주류 물리학에서 말하는 것과 다른 이야기를 하는 경우가 많은데, 그래서 정통 또는 주류 물리학을 싫어하는 분들이 제가 공부한 것에 관심을 갖는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현대의 자연철학에 대한 논의가 어떤 의미를 갖는지 또 무엇을 위한 것인지 함께 고민해 보면 좋을 것 같습니다.
자연과학 특히 물리학에서 이야기되는 주장과 관념과 이론을 가능한 곳까지 세세하게 파고들어가 보고 수박겉핥기를 벗어나서 자연철학을 이야기해 보자는 것이 장회익 선생님의 자연철학에 대한 접근이고, 저희가 자연철학 세미나에서 몇 년 동안 고생고생하면서 해 오고 있는 작업입니다.
특수상대론 101 (김찬주) https://bit.ly/3EluRk0
위키피디어에 정리가 잘 되어 있습니다.
https://en.wikipedia.org/wiki/Mass_in_special_relativity
스탠퍼드 철학 백과사전에 있는 항목이 특별히 유용합니다.
Fernflores, Francisco, "The Equivalence of Mass and Energy", The Stanford Encyclopedia of Philosophy (Fall 2019 Edition), Edward N. Zalta (ed.), URL = https://plato.stanford.edu/archives/fall2019/entries/equivME/ .
위에 설명드린 것처럼, 이 자연철학 게시판은 장회익 사상을 공부하는 분들과 나누는 자리이다 보니까 글이 그리 상세하지 않은 면도 있습니다. (공유하고 있는 출발점이 비슷한 경우에 흔히 그러합니다.)
저의 입장은 조금 더 과격한 편입니다. 저는 코페르니쿠스의 태양중심체계보다 프톨레마이오스의 지구중심체계가 더 정교하고 적절하고 관찰경험에 부합한다고 믿습니다. 프톨레마이오스의 체계는 단순히 '천동설' 즉 하늘이 움직인다는 믿음이 아니었습니다. 밤하늘에서 관찰되는 것을 근거로 둥근 땅(즉 지구)과 그 주위를 동심으로 둘러싼 천구를 설정했습니다. 관찰된 현상에서 고정된 별(항성, 붙박이별)이 함께 움직이는 것처럼 보이니까 천구를 만든 것이죠. 그런데 관찰된 현상에서 그 사이를 헤집고 다니는 떠돌이별(행성)이 일곱 개 보입니다. 그 중에는 해와 달도 있습니다. 해와 달과 다섯 행성, 이렇게 7요(七曜)의 운동을 설명하기 위해 지구와 항성천구 사이에 일곱 개의 행성천구를 놓았습니다. 그러나 행성의 움직임이 예사롭지 않습니다. 빠르기도 다르고 심지어 뒤로 가는 것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이를 설명하기 위해 주전원(epicycle), 이심원(eccentric), 등속력중심(equant) 등의 장치를 도입했습니다.
15세기까지 프톨레마이오스의 <알 마게스트>에서 보여주는 정교하고 화려한 수학적 도구는 정말 놀라운 수준이었습니다. 코페르니쿠스가 세계의 중심을 태양으로 옮겨놓은 것은 등속력중심이라는 수학적 도구를 도입하는 게 싫었기 때문이었습니다. 코페르니쿠스의 체계는 당시의 프톨레마이오스의 체계보다 예측의 정밀도도 떨어지고 직관적 이해도 어렵고 여러 난점들을 안고 있었습니다.
실상 지구중심체계가 옳지 않고 태양중심체계가 더 옳다는 경험적 증거가 처음 나온 것은 19세기였습니다. 1810년대에 독일의 천문학자 베셀이 연주시차를 처음으로 관측했는데, 연주시차는 지구중심체계에서는 결코 설명할 수 없는 현상이었습니다. 또 1830년대에 푸코가 독특한 진자(흔들이)를 이용하여 지구의 자전을 처음으로 경험적으로 설명했습니다. 푸코 진자의 운동도 지구중심체계에서는 설명하기가 무척 어렵습니다.
쉽게 말해서 17세기에 사람들이 갑자기 지구중심체계를 버리고 태양중심체계를 받아들인 것은 그것이 옳다거나 실증적 증거가 있기 때문이 아니었습니다.
이와 비슷하게 소위 광속불변의 가정은 '절대적 진리'는커녕 '일종의 진실'이나 '명백한 사실'이 아닙니다. 그것은 제가 위에서 상세하게 설명하려 애쓴 것처럼 규약이며 약속이며 선택입니다. 아인슈타인의 논리에서 광속불변의 가정은 물리학 이론의 전개에서 출발점 중 하나로 선택한 것에 지나지 않습니다.
이와 관련된 논의가 자연철학 세미나에서도 오고가서 제가 작년 초에 올린 글이 있습니다.
세계에 대한 어떤 종류의 가설 또는 이론 또는 설명이 있을 때 독특하게도 형식체계와 그에 대한 해석이 분리될 수 있습니다. 물리학에 관심을 갖는 사람들 중에 기존의 정통해석에 반대하는 경우 종종 형식체계를 바꾸려 애를 쓰기도 합니다. 하지만 형식체계를 해석에 비해 상당한 견고함을 지니고 있어서 쉽사리 바뀌지 않습니다. 상대성이론에서 형식체계를 어떻게든 바꾸어 보려는 노력을 많은 사람들이 해 왔지만, 현재 정립되어 있는 것이 일종의 평형점처럼 안정된 체계라 볼 수 있습니다. 그런 점에서 대안적 해석을 만들고자 할 때 형식체계를 유지할 것인가 여부를 잘 판단해야 합니다.
물리학 이론에서 형식체계(수학적 정식화)와 그에 대한 해석의 관계를 이해하는 것이 매우 중요합니다. 이것을 다루는 글을 따로 올렸습니다.
번호 | 제목 | 작성자 | 작성일 | 추천 | 조회 |
85 |
상대성이론의 형식체계와 그에 대한 해석의 문제 (6)
자연사랑
|
2023.08.29
|
추천 3
|
조회 981
|
자연사랑 | 2023.08.29 | 3 | 981 |
84 |
[양자역학 강독 모임] 소감입니다. (1)
neomay33
|
2023.08.28
|
추천 2
|
조회 783
|
neomay33 | 2023.08.28 | 2 | 783 |
83 |
0819 강독 마무리 토론회 발표용 (2)
시지프스
|
2023.08.19
|
추천 2
|
조회 663
|
시지프스 | 2023.08.19 | 2 | 663 |
82 |
앙자역학을 공부할 이유
자연사랑
|
2023.08.19
|
추천 2
|
조회 715
|
자연사랑 | 2023.08.19 | 2 | 715 |
81 |
양자역학을 어떻게 이해할까를 다 읽고 드는 생각들 (1)
시인처럼
|
2023.08.19
|
추천 2
|
조회 638
|
시인처럼 | 2023.08.19 | 2 | 638 |
80 |
Re) 빅뱅 우주론의 개요와 몇 가지 오해 (2)
푸름
|
2023.06.30
|
추천 0
|
조회 783
|
푸름 | 2023.06.30 | 0 | 783 |
79 |
[질문] 슈뢰딩거 방정식의 유도 (2)
자연사랑
|
2023.04.27
|
추천 3
|
조회 3698
|
자연사랑 | 2023.04.27 | 3 | 3698 |
78 |
물질에 관한 질문 (6)
Stella
|
2023.04.12
|
추천 1
|
조회 3244
|
Stella | 2023.04.12 | 1 | 3244 |
77 |
마이클 패러데이 - 물리학과 천재 (9)
자연사랑
|
2023.03.28
|
추천 3
|
조회 1671
|
자연사랑 | 2023.03.28 | 3 | 1671 |
76 |
데카르트의 소용돌이 (3)
Stella
|
2023.03.10
|
추천 1
|
조회 1892
|
Stella | 2023.03.10 | 1 | 1892 |
윌리엄 레인 크레이그와 퀜틴 스미스가 편집한 논문집 [아인슈타인, 상대성이론, 절대적 동시성(Einstein, Relativity and Absolute Simultaneity [https://doi.org/10.4324/9780203700051])]의 논문들을 살펴보는 것이 유익하리라 생각합니다.
크레이그는 [시간과 상대성의 형이상학 (Time and the Metaphysics of Relativity)](2001) [DOI https://doi.org/10.1007/978-94-017-3532-2]을 저술했습니다. 실상 크레이그는 신학자이자 종교철학자입니다. 그의 주된 관심은 신의 존재 증명인데, 이 책에서 크레이그가 전개하는 논리는 상당히 탄탄하고 상대성이론에 대한 이해도 정확합니다.
캐나다의 물리학자 리 스몰린은 2014년에 나온 책 Time Reborn: From the Crisis in Physics to the Future of the Universe (한국어판: 강형구 옮김 (2022). 리 스몰린의 시간의 물리학)에서 시간은 흐르지 않는다거나 시간은 단지 4차원 시공간의 한 차원에 불과하다는 관념에 적극적으로 반대하는 목소리를 적었습니다.
이 문제는 제법 복잡하고 흥미롭고 심오해서 그냥 단순하게 넘어갈 수 있는 성격의 것은 아닙니다. 기회가 되는 대로 함께 이야기 나눌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특수상대성이론에서 질량과 에너지, 운동량의 관계 $E^2 = p^2 c^2 + m^2 c^4$을 유도하는 것은 관점에 따라 쉬운 문제이기도 하고 어려운 문제이기도 합니다.
Energy–momentum relation
Sebastiano Sonego, Massimo Pin (2005) Deriving relativistic momentum and energy. Eur.J.Phys. 26 (2005) 33-45. https://doi.org/10.1088/0143-0807/26/1/005
첨부파일 : sonego-pin2005_deriving_relativistic_momentum_energy.pdf
아래 mokjinil이라는 닉네임을 쓰시는 분이 "특수상대성 이론에 대한 새로운 해석"이라는 제목으로 2023-08-26 04:20에 글을 올리셨는데, 인용하고 있는 fmkorea라는 곳은 알고 보니 극우성향의 글이 대부분이고 성범죄와도 연결된 사이트이더군요.
녹색아카데미는 함께 녹색문명과 자연철학을 공부하는 공간으로서 명확하게 지향하는 방향이 있고 또 이를 위해 여러 요소들을 배치하여 운영하고 있습니다. 원론적으로 학문과 토론의 자유를 매우 중요한 가치라 여기지만, 동시에 기본적인 가치와 충돌하는 글이 들어오는 것은 적극적으로 방어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여러 가지를 고려하여 그 글은 삭제하는 것이 녹색아카데미 자연철학 게시판의 운영을 위해 필요하다고 판단됩니다. 가장 바람직한 것은 그 글을 쓰신 분이 직접 그 글을 삭제해 주시는 것이겠습니다. 며칠 기다려서 따로 조치가 없으면 어쩔 수 없이 운영원칙에 따라 그 글은 삭제하도록 하겠습니다.
얼마 전에 상대성이론을 다르게 해석하는 글이 올라왔고, 저로서는 익숙한 주제라서 잠시 시간을 내서 그와 관련된 내용을 다루는 답글을 달았습니다. (위에 있는 글이 그것입니다.) 저로서는 나름대로 상대성이론에 대한 여러 해석이 존재하며 특히 물리철학에서는 이에 대해 활발하게 논쟁이 오고간다는 것을 답글로 적은 것인데, 그 글을 올리신 분은 제 글과 무관하게 자신의 이야기만을 다시 반복했습니다. 저로서는 막 학기가 시작하여 일이 아주 많았고 시간을 내기가 힘든 상황임에도 그러한 글에 대해 답글을 다는 것이 의무라고 생각해서 어렵사리 시간을 낸 것인데, 그 분의 글은 자신의 주장을 반복할 뿐이었습니다.
그런데 나중에 알고 보니 fmkorea라는 극우사이트와 연결되어 있었기 때문에 여러 가지 사정을 고려하여 그 글은 삭제조치하는 것이 녹색아카데미 자연철학 게시판을 운영하는 입장에서 필요하다고 판단하게 되었습니다.
녹색아카데미 자연철학 게시판이 공개되어 있고 회원가입도 자유로운 편이다 보니까 사실 이 게시판에 종종 스팸광고도 올라오고 안 좋은 점이 있었습니다. 그러나 원론적으로 녹색아카데미 홈페이지는 저희 모임을 위해 유지 운영되는 것이고, neomay3님과 시인처럼님이 여러 중요하고 의미 있는 자료를 가공하고 정리하여 꾸준히 올리시고 있습니다. 또 모임의 공지와 전체 일정의 안내 역할도 충실히 하고 있습니다.
얼마 전 글을 올리신 분처럼 이 홈페이지와 게시판의 성격을 공유하지 않는 분이 가령 상대성이론에 대한 자신의 해석이나 주장을 녹색아카데미 모임과 무관하게 올리는 것을 어떻게 해야 할지 판단이 쉽지는 않습니다. 기본적으로 열린 공간을 지향하기 때문에 전체 기조와 정신에 위배되지 않는다면 모임과 무관한 글도 용인해야 하는 게 아닌가 싶기도 합니다. 그러면서도 결국 아무 글이나 올리는 곳이 아니라 녹색아카메미 활동과 모임을 위한 사이버공간임을 고려하면, 모임과 무관한 글은 배제해야 할 것 같기도 합니다. 어떻게 생각하시는지요?
동의합니다!!
저도 여러번 댓글을 달려고 하다가, 내용을 잘 모르기도 하고 일을 더 키울까봐 참았습니다. -,- 다른 건 그냥 두고 물리학만 가지고 답을 해주시는 걸 보고 놀라기도 했고요. 그런 글에도 진지하게 답을 해줘야하는 건지, 무시해야하는지 정말 잘 모르겠어서 괴로웠는데 현명하게 대응해주셔서 감사했습니다. 그리고 현명하려면 공부를 많이 해야겠구나 생각하기도 했습니다. ^^;
시지프스님이 올리신 답글을 여기 옮겨옵니다.
[2023-08-28 17:04] 빛의 속도가 방향성을 갖느냐? 이건 에테르 실험 얘기같은데요? 그리고 실험으로 충분히 검증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마이켈슨-몰리 실험에서도 욕조에 수은을 채우고, 그 위에 간섭계를 올리고, 빙빙 돌리며 에테르 바람의 방향을 찾으려 했었다지요.
잘 보시면, 간섭계에서 빛이 갈 때의 거리와 올 때의 거리가 같지 않습니다. (편의상 빛 가르개가 반사거울까지의 거리의 중간에 놓여 있다고 보면, 가로축은 2칸 가고 거울에서 반사되어 한칸 돌아온 후에 빛 가르개에 반사되어서 세로축으로 한칸 아래로 이동합니다. 세로축은 가로축으로 한칸 가서 빛 가르개를 만나서 세로축으로 한칸 올라갔다가 거울에 반사되어서 두칸 내려옵니다. 가로축이건 세로축이건 이동거리가 정확히 1:1 이 아닙니다.)
빛의 속도를 왕복이건 편도건 c 로 확정지었는데, 만약 편도일 때는 속도가 다르다면, 편도 방향도 (당연히) c 라고 여기고 만든 수많은 장비들에서 문제가 발생할 겁니다.
자동차 네비게이션도 인공위성들이 지상으로 쏘는 신호(편도)를 받아 위치를 계산합니다. 지상 약 2만6천km 상공의 인공위성이 지상 수신기에 신호(위성의 내장된 시계의 시각)를 쏘면 이 신호가 도달하는데 걸리는 시간으로 (특수상대론의 시간지연까지 포함해서 계산해서) 내비게이션의 현재 위치 즉 좌표값(위도 경도 높이)을 얻게 됩니다.
약간의 속도차이만 나더라도 제법 거리차가 날 겁니다.
그리고 편도 빛만 쓰는 곳이 있습니다. 천문학 입니다. 별빛, 은하의 거리, 모두 편도 빛을 계산한 것이고, 저 멀리 행성이나 혜성을 관측하는 관측선, 관측위성은 지상의 지시에 따라서만 움직이지 않으며, 관측 데이터는 편도로만 보냅니다.
빛의 속도가 만약 방향성이 있다고 해도, 굉장히, 굉장히 편차가 작을 것 같네요. 게다가 인류 최고의 정밀도로 작동되는 거대한 간섭계인 중력파 관측설비가 세계 여러 곳에서 오랜 시간동안 작동하고 있습니다. 만약 방향성이 있다면, 중력파 관측소의 정밀도의 합, 곱 이하 일 겁니다.
[2023-08-28 17:06] 특수상대론이 뉴턴의 절대공간이 없다는 얘기인데, 반대로 절대 정지 관성계가 있다고, 그리고 움직이는 물체에선 빛의 속도가 달리 보인다고 놓고 논의를 시작하셨네요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