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감 & 8장 발제자료] 『생명을 어떻게 이해할까?』 - 녹색문명공부모임 '장회익과 장회익 저작(생명, 문명) 읽기' 두 번째 책
“우리 일곱 사람과 개 한 마리가 배에 탔다. 넓은 돛이 하나 달린 배다. …
...
그렇게 우리는 오후 동안 바다생물이 된다. … 우리, 바닷세계의 시민들은 그 위를 자유로이 거닌다. … 모래밭에 발이 푹푹 빠지고, 들판의 진창을 걷는 것과 얼마나 다른가! 땅에서는 엄청난 무게가 우리의 어깨를 찍어 누른다. 중력이 우리를 집에 머물게 한다. …
…
이날 물 위를 미끄러져 나아가는 내내, 다른 많은 날들에도 그랬듯이 작은 노래 하나가 내 마음에 흐른다. … 세상이 이토록 아름다운 건 어떤 의미일까? 그리고 난 그것에 대해 어떻게 해야 할까? 내가 세상에 주어야 할 선물은 무엇일까? 나는 어떤 삶을 살아야 하는 걸까?”
- 『완벽한 날들』. 메리 올리버 지음. 2004. 민승남 옮김. 2013. 마음산책. p.25-27.
『생명을 어떻게 이해할까?』(장회익, 2014)를 녹색문명공부모임에서 지난 4개월 동안 공부했습니다. (2024/1/18~4/15) 간단한 소감이라도 써야지 하고 주말 동안 생각하던 중에 위 구절을 읽게 되었는데요. 장회익선생님의 질문, 탐구를 시인의 언어로 표현하면 이런 게 아닐까 싶어 가져와보았습니다.
위의 글은 미국의 시인 메리 올리버의 산문집 『완벽한 날들』(원제 : 『Long Life: Essays and other writings』)에 수록된 글입니다. 책새벽-목요일 시즌3(6월 시작)에서 환경, 문명, 기후와 관련된 픽션, 논픽션 읽기로 방향을 잡아보려고 이 책 저 책 훑어보는 중에 발견했습니다.
선생님의 다른 책도 그렇지만 『생명을 어떻게 이해할까?』는 특히 더 ‘나는 누구, 여긴 어디’를 탐구하고 있고 거기에 ‘나는 무엇을 해야하는가’가 좀 더 강조되어 추가된 것 같습니다.(7장에 수록된 상자글 7-4 “진정 내 삶을 살기 위해’와 제8장).
시인 올리버의 물음 ‘나는 어떤 삶을 살아야 하는 걸까?’을 보면서, 전세계가 다 아는 시인도 이런 고민을 하시는구나 싶기도 하고, 시인 올리버도 장회익선생님도 스스로에게 그리고 세상에 큰 책임감을 가지고 계시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상자글 7-4에 40억 년 동안의 이어달리기, 우리 손에 쥐어진 바통 얘기는 경외감도 들었지만 소인인 저로서는 그 무게가 너무 무겁게 느껴지기도 했습니다.
저는 장회익선생님의 책과 이론을 잘 & 제대로 이해하지는 못하고 있다고 해야할 것 같은데요. 그래도 읽기는 여러 권 읽다 보니, 어느 정도 패턴은 발견한 것 같습니다. 선생님께서는 선생님이 만드신 ‘앎의 뫼비우스의 띠 모형’을 직접 ‘책 by 책’으로 실현 중이신 게 아닌가 싶었습니다.
주제는 언제나 물질과 생명과 인간/앎이고, 여러 책들은 서로 비슷한 듯 다릅니다만, 각각의 책이 완결성을 갖추면서 뫼비우스의 띠를 타고 나선형으로 올라가고 있는 것 같습니다. ‘내가 연 문은 내가 닫는다’라고 해야할까요? 각 책마다 어느 정도 결론을 내려주고 있다고 생각하는데요. 이런 구성은 선생님께서 성격상 책임감이 강해서인지, 당연히 연구자라면 자신이 던진 물음에 대해 어느 정도는 답을 내줘야지라고 생각하시는 건지 궁금하기도 합니다.
슈뢰딩거의 『생명이란 무엇인가』는 그 중요성과는 별도로, 제목만 이렇게 붙여놓고 실상 생명이 무엇인지는 본문에서 제대로 언급조차 하지도 않고 답을 내주려는 시도조차 하지 않았다고 지금도 비판을 받고 있습니다. 이와는 달리 선생님은 『생명을 어떻게 이해할까?』에서, 나는 생명을 이렇게 이해한다라고 소상히 설명을 풀어놓으셨고요. 관련 문헌과 이론들도 풍성하게 소개하시면서, 선생님의 이론과 여기는 비슷하고 여기는 다르다고 제시되고 있습니다.
1장에서는 DNA 같은 소위 ‘생명의 정수’를 찾는 주요 여정을 살펴보고 있고, 2장에서는 ‘생명’을 우리가 어떻게 이해해왔는지 일상적인 개념에서부터 시작해 자체생성성까지 설명됩니다. 3장에서는 생명을 우리가 어떻게 정의하고 있고, 정의하는 것이 왜 어렵고, 최근에는 어떻게 정의하고 있는지 서술됩니다.
1~3장까지가 다른 사람들이 생명에 대해 어떻게 묻고 어떻게 이해하고 어떻게 정의내리는지 고찰했다고 한다면, 이제 4장부터는 장회익선생님의 이론이 펼쳐집니다. 선생님의 생명 이론을 짧게 요약하기는 제 능력으로는 불가능하지만 그래도 시도해보자면, 자유에너지의 흐름(열역학 제2법칙)으로 인한 질서가 만들어내는 2차 질서가 생명이라고 정리해볼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이 2차 질서는 1차 질서로부터 생겨나며, 복합 질서의 성격 특히 ‘자체촉매적 국소 질서’고요. 하지만 2차 질서는 1차 질서와 긴밀하고 필연적으로 연결되어 있어, 고립될 경우 그 질서는 유지될 수 없습니다. 그래서 선생님은 태양과 지구를 한 묶음으로 해서 ‘온생명’(Ohn life)라는 이름을 붙이고, 이것이 온전한 생명이다라고 개념 지었습니다. 그리고 우리가 생명(체)라고 생각하는 존재에 ‘낱생명’을, 온생명 전체에서 그 특정 낱생명을 제외한 나머지에 ‘보생명’이라는 이름을 붙였습니다.
낱생명에 우리가 잘 아는 생물 개체만 들어가는 것이 아니라, 세포나 미토콘드리아, 엽록체도 낱생명에 포함된다고 저는 이해하고 있습니다. ‘자체촉매적 국소 질서’가 상당 기간 유지될 수 있는 존재는 모두 낱생명인 것이죠. 4, 5, 6장에서 이 과정이 물리학적으로 설명되고 있습니다. (혹시 제가 잘못 이해하고 있다면 댓글이나 답글로 말씀해주세요. ^^;)
그리고 7장에서는 복합 질서인 2차 질서에서 만들어진 정신세계(의식)과 주체를 다룹니다. 인간의 인식이 어떤 구조로 이루어지는지 선생님의 ‘앎의 모형’이 상자글 7-2에 소개되고 있는데요. 이 인식 구조 모형은 『생명을 어떻게 이해할까?』 이전의 책에도 이후의 책에도 등장하지만, 모두 그림이 조금씩 다릅니다.
제 생각에 그 이유는, 앞서 말씀드렸듯이 선생님께서는 하나의 책 안에서, 하나의 논문 안에서도, 심지어 논문 모음집 안에서도 선생님이 던진 질문에 대해 최대한 답을 내리고 정리하려 시도하고, 또 동시에 앞서 내린 답이나 결론을 이후의 탐구에서 고치고 다듬기를 주저하지 않으시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장회익선생님께서 새 책을 내시면 빨리 읽어야 될 것 같습니다. 탈고하시자마자 선생님은 또 새로운 이어달리기를 시작하시기 때문에요. 선생님의 ‘뫼비우스의 띠’는 회전 속도가 너무 빠른 것 같습니다. (^^;)
녹색문명공부모임 2023-2024 “장회익과 장회익 저작(생명, 문명) 읽기”의 다음 책은 『물질, 생명, 인간』(2009. 돌베개)입니다. 책 서문에도 설명되어 있지만, 이 책은 2008년 11월 22일~12월 20일까지 일반 청중을 대상으로 총5회(강의 4회, 종합토론 1회) 진행된 강의를 바탕으로 한 책입니다. ‘한국학술진흥재단’이 주관했고, 서울역사박물관에서 진행되었습니다. 강의자료도 매 회 나눠줬었는데요. 아직 가지고 있습니다.(^^v 아래 사진)
이 책은 더 나중에 출간된 『생명을 어떻게 이해할까?』의 7장의 내용이 한 권의 책에 담겨있다고 보시면 될 것 같습니다. 『생명을 …』에도 『장회익의 자연철학 강의』에도 칸트 이야기는 안 나왔던 것으로 기억하는데요. 『물질, 생명, 인간』은 칸트에서 시작합니다. 이전에도 의식, 인식에 대해서 선생님께서는 계속 탐구해오셨는데요. 이 탐구가 『양자역학을 어떻게 이해할까?』까지 계속 이어지고 있는 것 같습니다.
이 강의를 들으면서 저도 칸트가 무슨 얘기를 했는지 조금 관심을 가지게 됐고, 백종현선생님의 책을 사모기도 했는데요. 하지만 아직까지 읽지는 못했습니다. 칸트의 『… 비판』 번역을 마치고 백종현선생님께서 대중 강연 내용을 하셨는데, 그 내용을 정리한 책이 『인간이란 무엇인가: 칸트 3대 비판서 특강』(2018. 아카넷)입니다. 저는 이 책에서 도움을 많이 받았습니다. 혹시 도대체 칸트는 누구고 무슨 얘기를 했는지 빠르게 파악하고 싶으시다면 이 책을 추천드리고 싶습니다. 책이 작고 얇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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